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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 면회-6월 23일

babforme 2023. 6. 23. 23:03

이러구러 바쁘게 한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이 아니면 엄마에게 못가고 한주가 넘어갈 상황, 아들과 부지런히 점심을 챙겨먹고

서둘러 은행일까지 보고 엄마에게 달려간다.

 

자동차로 꽉 막힌 길~ 이걸 어째~~?

별일없이 신나게 달려가는 길, 여주 근처에서부터 차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이게 몬일이래?  어쩔~ 여주 좀 지난 곳에서 도로정비중이라며

중부내륙이 갈라지기 전 4개 차로를 1개 차로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

에고~ 이러다 엄마 저녁시간 때문에 면회가 제대로 안되는 거 아녀?

마음은 바쁜데 길은 꽉막혀 차는 움직이지 않고 엄마에게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아직도 여주~

다행히 공사구간을 지나며 길이 열려 열심히 달렸으나  3시 38분에서야 가까스로 요양원 도착!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그냥 기분이 좋다.

'누가 왔을까요?'  휠체어를 밀며 요양사 선생님이 물어도 모른다며 허허실실~

'엄마~ 오늘은 이쁜 빨강색 옷을 입었네. 누가 온거같아요? 몰라요.

누군지 모른다구요? 네! 목소릴 잘들어봐요.  모르겠는데요. 누구세요?

여기 엄마보러 오는 사람이 누굴까? 모르겠는데요. 날보러 누가 온 걸까요?

에고~ 엄마 오늘은 정신줄 놓기로 했어요? 왜 그러시는거?'

민망한지 엄마는 걍 ㅎㅎㅎ 웃고 딸은 황당하고......

 

커피 마실거냔 소리에 세상 행복한 얼굴~
커피 맛있어~

'딸도 모른다니 걍 커피나 드셔~ 엄마 좋아하는 커피드릴게요.

커피? 커피 좋아, 커피 줘요. 커피를 주는거 보니 딸이 왔나~?

엄마, 커피 준다니까 이제 누가 왔는지 알겠어? 내가 누구야? ㅁ수닌가? 커피를 젤 잘주잖아~'

엄마는 좋아하는 커피를 주는 사람으로 딸을 기억해 두셨나보다. ㅎㅎ

예전 건강하게 집에 계실 때 참새방앗간이던 우리집은 자식들이 사나른 믹스커피가 떨어지지 않았었지.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최소 3잔은 드시던 커피를 요양원에 오시면서 강제로 끊었?었으니......

엄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딸을 기다린다고 해맑게 말씀하셨었지.

그래, 엄마는 이제 커피로 기억되는 행복한 시간만 남은 걸 거야.

 

커피를 타는 잠깐의 시간, 그 기다리는 시간에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커피, 커피, 커피~ ♬  좋아요. 맛있어요~ ♬

커피, 커피, 커피~  ♪~ ♬~ ♪~

 

머리칼 희끗한 늙은 딸과 어린아이가 된 엄마의 뒤죽박죽 수다시간~

엄마는 커피를 드시고도 여전히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눈치다.

생뚱맞게 계속 존대말을 하면서 '딸이 왔군, 커피를 주는 걸 보니 딸이야' 혼자 중얼거리는 엄마~

겉돌기만 하는 동문서답에 맥락없이 ㅇㅎㅎ~ 웃음을 터뜨리며 엄마와 딸은 뒤죽박죽 수다를 떤다.

그러다 잠깐 반짝~! 'ㅁ수니가 왔니? 엄마 이제 생각이 났어? 커피주는 ㅁ수니가 왔지. ㅎㅎㅎ

ㅁ수니가 생각난 김에 엄마 자식들이 엄마 머릿속에 있나 확인해보자.

엄마 큰딸은 어디 살아? 서울 방배동, 이름은? ㅈ자, 작은 딸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죽었어.

아~ 그랬구나. 엄마 이제 그것도 생각이 나는구나. 큰아들은? ㅇ지니, 작은아들은?

작은 아들은 모드라~? 형으로 시작하는데...... ㅎ지니, 맞아, 잘했어. ㅎ지닌 얼굴이 생각나?

ㅎ지니 얼굴? 잘생각이 안나~ 그럼 김ㅇㅅ는 누굴까? ㄱㅁㅅ? ㄱㅁㅅ는 내신랑이지.

ㅎㅎ 엄마 신랑이 ㄱㅁㅅ구나~ ㄱㅁㅅ 얼굴은? 잘모르겠는데~ 

잘 생각해봐. ㅎ지니 얼굴이 바로 엄마 신랑하고 똑 같아. 아~ 그래?

근데 엄마 신랑 얼굴이 생각 안나면 이담에 하늘나라에 가서 엄마 신랑 만났을 때 어떻하려구?

몰라보면 아버지가 섭섭할텐데...... 아니~ 지금은 잘생각안나도 그때 딱 보면 알 수 있어.

정말? ㅎㅎ 그래, 그럴수 있을거야. 여튼 작은아들이 바로 아버지 판박이야. 아~ 그렇구나~

세째딸은? 너잖아~ 글치. 나지. 내가 누구야? 너 ㅁ수기. 에이~ ㅁ수긴 막내딸이고, 나는 세째딸~

니가 작은딸이잖아. 맞아, 이젠 작은딸로 서열이 올라갔네. ㅎㅎㅎ 집의 아들이 둘이지? ㅎㅎ

ㅎㅎ 모야?  딸을 이웃아낙 부르듯 집이라 하믄 딸이 섭하지...... 맞아, 딸한테 아들이 둘 있어요.

ㅁ수니 아들이 생각나요? 응~ 모더라~ ㅁㅁ~ ㅁ처리 아~ ㅁ처리 ㅁ누기!

막내는? 막내는 ㅁ수기, 막내 아들은 ㅎ벼리~'

 

기도중인 엄마
어쨌든 딸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 인증샷~

면회시간이 30분 좀 넘어가는 시간, 남자요양사분이 엄마 저녁드실 시간이라 귀뜸을 한다.

길에서 시간을 다 버렸으니 엄마 저녁시간까지 있었는데도 30분 좀 넘은 면회시간~

이제 엄마 저녁드시러 들어가야 한대요. 엄마 마무리 기도하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기도를 끝내고 엄마는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느냐고, 더 있다가라는데

면회시간이 짧았다는 걸 아시다니 온몸으로 온맘으로 면회시간을 느끼시는 걸까?

엄마, 오늘은 도로공사한다고 찻길을 막아놔서 길이 많이 밀렸어.

담주에 와서는 오래오래 있을게. 저녁 맛있게 드시고 잘주무시고 담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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