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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 면회-6월 15일

babforme 2023. 6. 21. 00:31

지난주엔 막내(6일)부터 시작해 큰오빠네(10일), 작은오빠네(11일)까지 엄마가 면회로 바쁜주였지.

이번주엔 내가 주 후반에 실실 엄만테 간다. 이번주도 계속 쾌청하시려나?

 

딸을 못알아본 엄마는 ㅎㅎ 웃음으로.....

오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요근래와는 아주 딴판이다.

'누가 왔게요? 몰라요.' 시큰둥한 엄마,

'유춘자씨~ 네. 유춘자씨 맞아요? 예, 유춘자 맞아요. 아~ 그렇군요.

유춘자씨, 그럼 저는 누굴까요? 몰라요. 정말 몰라요? 네, 누군지 몰라요. 그럼 김ㅁ수닌 알아요?

김ㅁ수니요? 김ㅁ수니가 난가? 유춘자랑 김ㅁ수니가 같은 사람예요? 아닌가? 잘모르겠네.'

'에이~ 어떻게 유춘자가 김ㅁ수니예요. 유춘자는 엄마고 김ㅁ수니는 딸이고......

이제 생각이 좀 나요? 그릉가? 목소릴 들어보니 우리딸 같기도 하고~ 에고~ 이러면 제가 섭하죠!

아~ 그렇구만요.'

엄마는 몬가 애매할 때, 말을 잘알아듣지 못했을 때 '아~ 그렇구만요'를 반복하신다.

'내가 못알아들은거 자꾸 까먹어서 몬말인지 모르는거 대답할 때 '아~ 그렇구만요' 하는거야~ ㅎㅎ'

알아요, 엄마가 해맑게 고백 안하셔도 딸은 이미 다 알아듣고 있다구~ 

 

맛있는 커피를 드시고 기분이 좋아진 엄마

'에효효~ 엄마 걍 커피나 마십시다. 커피 드릴게요.

커피? 커피 좋지, 좋아~ 커피 줘, 커피 맛있어. 커피 주는거 보니 딸이 왔나~ 니가 오면 커피 주잖아!

글치, 엄마~ 커피 주는 딸이 왔지. 뜨거우니 조심해서 마셔요.

뜨거우면 후후 불어먹음 돼. 그러셔~ 후후 불어서 천천히 드셔~!'

커피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엄마는 아이처럼 커피를 달라 보채시고, 기막혀 '허허' 웃는 딸에게 한마디 하신다.

'웃는 소리를 들으니 딸이 왔네. 딸이 커피갖구 왔구만~'

 

ㅁ이 얼굴이 생각이 안나~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좋다. '커피를 주는거 보니 딸이 왔구나. 목소리가 딸 목소리야.

ㅎㅎ 엄마 커피마시니까 이제 생각났어요? 엄마 딸이 모두 몇이야? 너 하나 아냐?

아니, 엄마 딸이 모두 4명이야. 내가 딸이 그렇게 많아? 지난주엔 큰딸이랑 큰사위도 엄마보러 같이 왔었잖아~

큰딸 이름은 뭐야? 어디살아? 큰딸은 ㅈ자, 서울 방배동~! 엄마, 방배동이 바로 생각났네. 참잘했어요.

작은딸은? 작은딸은 ㅁ자, 근데 ㅁ자는 어디있니? ㅁ자는 아주 오래전에 하늘나라갔어.

아~ 그래, ㅁ자는 죽었지? ㅁ자딸이 있었는데..... 엄마 오늘은 ㅁ자도 생각나고 ㅁ자 딸도 생각이 났네.

ㅁ자 딸은 ㅁ이, ㅁ이?' 엄마는 ㅁ이를 되뇌더니 생각에 잠긴듯 아무말이 없다.

'엄마 무슨 생각해? ㅁ이 얼굴이 생각이 안나. 하나도 생각이 안나.

엄마 ㅁ이는 ㅁ자보단 지 아빠 쪽을 좀 더 닮은 것 같아. 그래서 얼굴이 좀 넙데데하잖아. 그런가?'

 

엄마~ 지난번 막내딸 왔을 때 막내딸과 살고 싶다고 했다면서? 

왜 막내딸과 살고 싶었는데? 살고 싶지, 자식들하고 다 같이 살고 싶지.

그래서 막내하고 살면 모하고 싶은데? 그냥~ 막내랑 살면 매일미사 갈수있어서 좋다고 말했쥬?

막내가 난테 그 얘기 하믄서 울었으. 그래서 막내하고 살고 싶어요? 아니, 자식들하고 다 같이 살고 싶지.

막내는 깔깔깔 웃는게 좋아서 살고 싶고, 큰딸은 갈비탕도 잘사주고 잘하니 살고 싶고......

엄마 큰딸이 사주던 갈비탕 생각이 났구나. 응.

큰아들은 믿음직해서 살고 싶고, 작은아들은 맘을 편하게 해줘서 살고 싶고

너는 맛있는 커피를 잘주니까 살고 싶지. 커피 안주면 안살고 싶어? 응. 모야~? 커피주는 딸 살짝 서운해지네. ㅎㅎ

아니~ 자식들하고 다같이 살고 싶지. 글치, 엄마 자식들하고 살고 싶지? 왜 안그렇겠어요.

엄마, 근데 엄마가 아파서 여기 사는거잖아. 엄마가 밥 잘먹고 잠 잘자고 의사선생님 말 잘들어서

건강해져야 자식들이랑 살수있어. 그래야 집에 갈수 있어요. 나~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

글치? 근데 집에 가면 의사선생님을 못만나잖아. 그렇구나, 의사선생님을 만나야하는구나.

 

큰언니는 6월 말에 캐나다에 은경이 보러 간대요. 뱅기 타고..... 은경이가 캐나다 사나? 응.

엄마도 뱅기 타봤지? 뱅기 타고 제주도도 가고 어디 갔었는지 말해볼까?

난 뱅기 타고 많이 다녔어. 딴나라도 갔었고~ 엄마 뱅기타고 젤먼저 나간 나라가 어디야?

왜 배타고 바다에 들어가서 철이가 낙하산타고 하늘에 떠 있었잖아~

몰라~ 엄마 나랑 태국에 젤 먼저 갔고, 그다음에 한결이가 목에 뱀 걸었던 나라가 어디였지?

두번째로 나랑 캄보디아 갔었잖아. 그래, 캄보디아 갔어. 거기 높은 탑, 앙코르와트에 올라갔지. 

ㅎㅎ 거기 넌 무서워서 못올라와서 내가 갈켜줬잖아. 요래요래 올라오라고~ 그래. 엄마가 갈쳐준대로 올라갔지.

글고 큰오빠네랑 대만도 갔다오고 두 아들내외랑 중국도 갔었지?

와~ 울엄마 뱅기타고 여러나라 다녀오셨네. 그랬어. 자식들이 참 잘해서 내가 복받았지.

 

간절한 엄마의 기도
커피를 줘서 좋다는 딸과 한컷~!
요양원 정원에 흐드러진 마가렛

순간이동?을 하는 엄마의 널뛰는 기억을 좇아 같이 널을 뛰다 시간이 다 지나갔다.

이제 다시 면회를 끝낼 시간, 기도하자는 소리에 엄마는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생각나지 않는 민이 얼굴을 그리는 기도일까, 자식들과 살고 싶은 소망을 전하는 기도일까

기도하는 엄마 얼굴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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