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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지난주엔 울나라에 없었던 터라 엄만테 갈수가 없었다. '담주엔 못와요. 울지말고 한주 기다리셔~' 하던 딸에게 '다큰게 몰 울어' 대답하던 엄마에게 부지런히 달려가는 길, 도로사정도, 다른 여건들도 별일없이 안녕이다. 누가 왔게요? 면회실로 나온 엄마에게 묻자 눈을 꽉 감은 채 엄마는 아주 시크하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엄마 누가 왔는지 정말 몰라요? 지난주엔 일본 가서 못온다 했는데 그새 잃어버린거? 몰라~ 딸이 왔나~? 맞아, 딸이 왔잖아~ 딸, 어떤 딸이 왔어? 딸 이름이 뭐야? 몰라, ㅁ수닌가?' 아무래도 엄마에게 커피라는 약을 좀 드려야 할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 줄라고 모 갖고 왔는데, 그게 뭔지 알아맞혀봐.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건데..... 나 좋아하는 것도 몰라. 다 잊어..
옛날과 가까운 과거의 기억이 뒤섞인 엄마의 세상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오빠의 전언. 커피 드시지 말라니 짜증도 내셨다고~ ㅎㅎ 좋아하던 커피를 1주에 한번 드실수 있는 기회가 면회때인데 드시지 말라니 짜증이 날 수도..... 엄마~ 걍 드시고 싶은거 드세요.
엄마는 오늘 컨디션도 아주 굿이란다. 목소리 짱장, 맑고 높은 웃음소리로 기분좋은 면회시간~ 이제 요양원살이에 완전히 적응하셨나보다. 컨디션이 굿굿굿~!
큰아들이랑 점심을 먹고 큰아들은 회사로 나는 요양원으로 출발~ 단촐하게 달달구리 커피하나 챙겨서 길을 나선다. 오늘 엄마 컨디션은 괜찮을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의 컨디션은 오늘도 쾌청이다. 엄마 누가 왔게요? ㅁ수니가 왔지. ㅁ수니가 오믄 내 얼굴을 요래요래 문질러주잖아~ 엄마 얼굴 요래요래 문질러 주면 좋아? 좋지~ 오늘은 모자를 안쓰고 오셨네. 바깥은 시방 꽃이 한참 폈어. 개나리도 노라니 피고, 목련도 하얗게 다 폈어. 진달래도 피고...... 아~ 벌써 그렇게 됐어? 또 봄이네. 엄마~ 날씨도 따뜻하고 햇살도 아주 좋아. 이럴 때 달달구리 커피 한잔 때려야쥬? ㅎㅎ 모라구? 커피 한잔 드린다구~ 좋지, 커피 좋아~ 엄마는 커피 한잔을 들고 행복을 마신다. '맛있어, 커피가 아주 맛나~ 엄마 그렇게..
지난 2일 면회 때 몬가 들떠 괘니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하던 엄마가 오늘, 큰오빠네 면회엔 다시 컨디션이 바닥을 쳐 면회시간에 계속 졸고 계셨다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육신은 그만큼 사위어가겠지. 요양원 측에서 암것도 드시게 하지 말라해서 물 한모금도 못드렸다는 전언에 편치 않은 마음!
설명절 이틀 뒤 작은오빠네랑 즐거운 시간, 오늘은 눈을 제법 뜨셨네. 간식으로 두유 한개랑 빵 쬐금 드셨다네. 빵맛이 다 똑같다고? ㅎㅎ 엄마가 잘드시는 빵만 자식들이 가져가니 그런거겠쥬~ 입맛도 살아있으니 건강하게 맛나게 잘드시다가 엄마 힘들지 않게 우리 '안녕~!' 하고 인사해요, 엄마~
오늘은 엄마가 요양원에 입소한 지 1년하고도 2일이 되는 날, 치매끼로 식사를 거부하는 엄마를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요양원에 모시고 아프고 힘든 시간들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지난주 면회 때 벌써 가느냐고 아쉬워하는 엄마를 두고 강제 면회종료를 했었다. 까닭인즉슨 어르신들 저녁 드실시간이라나? 오잉~ 오늘은 몬 저녁시간이 일케 빠른겨? 한참 신나서 말씀하시던 엄마는 딸들과 급한 마무리로 주님의 기도를 또렷하게 바치시고 요양선생님 손에 이끌려 들어가셨다. 이런~ 황당한 면회 끝이라니... 3시 정확하게 면회 신청을 하고도 10분을 넘게 기다려서야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셨다. 누가 왔게요? ㅁ수니가 왔지. 시작은 여느때와 같았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잠?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밤에 어쩌려고 주무시..
아부다비에서 둘째날이 밝기 시작한 새벽 4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아주 오랜 동무 ㅈ연이었다. 울나란 지금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9시, 이곳과 5시간 빠른 시차~ 재밌게도 8년전인가 로마의 어느 성당 쯤에서 ㅈ연이의 전화를 받았었지. 오늘은 아부다비의 한 호텔 침대에서 선잠에 뒤척이다 전화를 받는다. 코 찔찔이 어린시절부터 오랜 동무라 어쩌다 한번씩 전화로 생사만 확인하며 살아도 믿거라 서운하지도 노엽지도 않게 늘 그 자리에 있는 동문데, 코빅19로 발묶여 있다가 아들의 출장 길에 따라나선 참, 낯선 땅 아부다비에서 첫밤을 보낸 새벽에 동무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 면회 좀 가려고~ 혹시 시방도 면회 금진가 싶어서..... 아냐~ 지금은 면회돼. 내가 나오기 전에 엄마 면회하고 왔어. 지금 아부다비야..
비가 어마무시하게 쏟아진다.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뚤린걸까? 계획대로라면 점심먹고 엄만테 가야하는데 너무 무섭게 내리는 비가 자꾸 미적거리게 한다. 지난번 면회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던 장대비에 온몸에 힘 바짝 들어간 고속도로 운전이 생각나 다시 다리와 손에 힘을 준다. 그래도 기다릴지도 모를 엄마 생각에 준비하는 간식, 그때 단톡방에 뜬 큰오빠네 엄마 면회를 소식! 오 ㅅㅈ, 앞집 아줌마가 엄마 옆자리로 입소하셨네~ 잘됐다. 엄마 사정 누구보다 잘알던 이웃사촌이 다시 요양원 이웃으로 옆자리 동무가 됐으니······. 아~ 오빠네가 엄마랑 있으니 오늘 면회는 패수하고 맘 편하게 비그친 날로 옮겨야겠다.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 속 엄마는 큰며늘과 몬 얘기중이신지 환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