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 3월 5일 본문
지난주에 애매하게 일정이 겹치면서 엄만테 가지 못했다.
오늘, 후딱 움직이지 않으면 또 일정이 꼬일듯 해 엄만테 가는 길~
날씨가 고 11월 말쯤인가 싶게 스산하네.
지난주 딸 목소릴 못들어선가 엄마는 '몰라요.'로 모든 말을 끝낸다.
누가 왔는가 물으니 '동생'이 왔다는데 그 동생이 누군지는 또 모른다시네. ㅎㅎ
그래서 오늘 딸은 동생이 되기로 했다.
엄마는 두유 컵도 손에 안잡고 입만 벌리신다.
뜨거운 두유를 한모금 넘기시다 '아이구~ 뜨거워유'
엄마 뜨거우니 호호 불라고 했는데 걍 마셨어요? 호호 불어요.
엄마는 두유도 케잌도 딸기도 마다 않고 잘드신다.
양이 많진 않았어도 처음으로 간식통이 다 비었네.
더 드려도 드실 것 같았으나 혹시 싶어 두유는 조금 남겨 놓았다.
이제 엄마는 본능만 남은 걸까? 고단하고 씁쓸했던 엄마의 일생을 다 잊고
목숨을 부지하는 먹고 자고 내보내고 딱 그것만 하시기로 한 걸까?
딸이 쏟아낸 말에 '동생, 몰라요, 뜨거워요' 이 세 어휘를 끝으로 걍 대침묵~
아무리 오늘 사순 시작한 재의수요일이어도 엄만 궂이 대침묵 안해도 되겠구만
왜 입을 다물기만 함까요?
엄마가 이 세상 여행을 끝마칠 때까지 재밌는 얘기, 하고 싶은 얘기, 딸이 잘못함 야단도 좀 치고
그러다 여행을 마치셔야지...... 이건 반칙 아님까요?
문막 휴게소 주유소는 다른데 보다 가격이 싸 엄만테 갔다 오는 길에 주유하러 거의 들린다.
오늘 울집 근처 주유소는 1,674원, 용인 휴게소는 1,664원이었고 문막은 1,651원이었다.
늘 넣는 4만원어치, 사실 몇 백원 차이밖에 안나는데도 괜히 기분이 좋다.
엄마의 남아있는 기억 혹은 딸의 마음처럼 흐린 하늘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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