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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 3월 5일

babforme 2025. 3. 6. 00:30

지난주에 애매하게 일정이 겹치면서 엄만테 가지 못했다.

오늘, 후딱 움직이지 않으면 또 일정이 꼬일듯 해 엄만테 가는 길~

날씨가 고 11월 말쯤인가 싶게 스산하네.

 

엄마 간식-딸기, 파운드케잌, 두유
두 눈을 꽉 감은 엄마

지난주 딸 목소릴 못들어선가 엄마는 '몰라요.'로 모든 말을 끝낸다.

누가 왔는가 물으니 '동생'이 왔다는데 그 동생이 누군지는 또 모른다시네. ㅎㅎ

그래서 오늘 딸은 동생이 되기로 했다.

 

오물오물 간식을 드시는 엄마

엄마는 두유 컵도 손에 안잡고 입만 벌리신다.

뜨거운 두유를 한모금 넘기시다 '아이구~ 뜨거워유

엄마 뜨거우니 호호 불라고 했는데 걍 마셨어요? 호호 불어요.

 

텅빈 간식통

엄마는 두유도 케잌도 딸기도 마다 않고 잘드신다.

양이 많진 않았어도 처음으로 간식통이 다 비었네.

더 드려도 드실 것 같았으나 혹시 싶어 두유는 조금 남겨 놓았다.

 

억지로 기도손을 하고~

이제 엄마는 본능만 남은 걸까? 고단하고 씁쓸했던 엄마의 일생을 다 잊고 

목숨을 부지하는 먹고 자고 내보내고 딱 그것만 하시기로 한 걸까?

딸이 쏟아낸 말에 '동생, 몰라요, 뜨거워요' 이 세 어휘를 끝으로 걍 대침묵~

아무리 오늘 사순 시작한 재의수요일이어도 엄만 궂이 대침묵 안해도 되겠구만

왜 입을 다물기만 함까요?

엄마가 이 세상 여행을 끝마칠 때까지 재밌는 얘기, 하고 싶은 얘기, 딸이 잘못함 야단도 좀 치고 

그러다 여행을 마치셔야지...... 이건 반칙 아님까요?

 

문막휴게소에서 엄마가 남긴 두유를 마신다.
텅 빈 휴게소를 보며 요즘 경기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한다.

문막 휴게소 주유소는 다른데 보다 가격이 싸 엄만테 갔다 오는 길에 주유하러 거의 들린다.

오늘 울집 근처 주유소는 1,674원, 용인 휴게소는 1,664원이었고 문막은 1,651원이었다.

늘 넣는 4만원어치, 사실 몇 백원 차이밖에 안나는데도 괜히 기분이 좋다. 

 

장안문, 숸에 다왔다.

엄마의 남아있는 기억 혹은 딸의 마음처럼 흐린 하늘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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