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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9월 6일

babforme 2023. 9. 7. 22:23

오늘 후다닥 엄만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옆지기와 두 아들 모두 출근을 한 뒤 엄만테 갈 준비를 한다.

지난주엔 싼~? 깜장포도만 가져갔으니

이번엔 비싼 파란포도와 깜장포도 두가지를 가져가볼까? ㅎㅎ

 

엄마 간식-엄마 표현처럼 비싼 파랑포도와 싼 깜장포도, 그리고 엄마가 가장 즐기는 커피
재밌는 표정짓기~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벌써부터 한껏 들뜬 모양새다.

'ㅇㅎㅎ~ 누가 왔데요? 글쎄 누가 왔을까요? 알아맞춰보세요.'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선생님도 엄마 기분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엄마~ 잘지냈어요? 누가 왔게요? 누가왔을까? 딸이 왔나? 딸 누구? ㅁ수니가 왔겠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릴 들으면 알 수 있지. 오~ 목소릴 들으면 알 수있어요? 울엄마 집중력 으뜸인데~! ㅎㅎ

내가 목소릴 가만 들으니 너잖아~'

엄마는 ㅎㅎㅎ 웃으며 재밌는 표정도 짓고 참으로 신이 나셨다.

 

에고고~ 시거워라~
포도가 왜 이렇게 시거운거~?

'엄마~ 오늘은 비싼? 파랑포도랑 싼? 깜장포도 두가지 갖고 왔다. 드셔보셔~

포도갖구 왔다구? 응~ 이건 파랑포도..... 맛있어요? 모가 이르케 시거워~ 

파랑포도도 깜장포도도 하나도 안시거운데 엄마 입맛이 왔다갔다 하는구만~ ㅎㅎ

그릉가? 이제 고만주고 커피줘~  ♪ 커피주세요, 커피주세요~♬'

파랑포도와 깜장포도 두서너 조각씩 드신 엄마가 손사래 치며 부르는 커피노래~!

 

커피를 달게 드시는 엄마

커피를 받아든 엄마는 넘나 행복하다. 

'커피 맛있어요. 커피 잘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커피가 좋아요. 커피가 그렇게 맛있어요?

네, 커피가 아주 맛있어요.' 커피도 마셨으니 오늘도 엄마 기억을 되돌려 줄 얘기들 나누기!

'엄마 이름은? 나? 나는 유춘자야. 나이는 구십다섯.....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어. 그랬네. 아흔다섯이면.....ㅎㅎ

큰딸은? ㅈ자, 서울방배동 살어. 큰아들은? ㅇ지니, 어디사는지 ㅇ지니 니가 말좀 해봐라~ 안양, 아 글쿠나~

작은아들은? 작은아들은 작은아들은...... 형으로 시작하잖아, 아~ ㅎ지니, 어디사는지 알아? 잘몰라~

왜? 바보조청이니까? ㅎㅎ 엄마 바보조청이야? 응~ 글믄 내가 알려줄게. 원주 살잖아. 아~ 원주~

엄마 예전엔 혼자서 원주 버스타고 일보러 다녔잖아.

엄마 눈 잘안보이는 거 우리에게 말도 안하고 혼자 백내장수술한다고 원주 병원에 갔다가 황반변성인거 알았잖아~

그런거 생각안나? 응, 생각안나~ 괜찮아, 그럴수 있어.

나도 생각 안나는게 아주 많거든. 딸도 바보조청이 돼서 생각 안나는게 너무 많아. 아냐~ 딸은 똑이어서 바보조청 아니야.

엄마 딸이 똑똑한거 같아? 응, 넌 아주 똑똑하잖아, 그러니 바보조청이 아니지. ㅎㅎ

아~ 내가 똑똑하구나~ 고마워, 딸을 똑똑하다고 믿어줘서... ㅇㅎㅎ

그럼 작은딸은? ㅁ수기, 아니 ㅁ수긴 막내딸이고, 작은딸은? 몰라, ㅁ수기가 작은딸 아냐?

그럼 옆에서 얘기하는 나는 누구야? 너는 ㅁ수니지. 글믄 ㅁ수닌 작은딸이야? 막내딸이야? 모르겠네.

ㅎㅎ 엄마 옆에서 얘기하는 내가 작은딸이야. 자, 다시~ 작은딸은? ㅁ수기... 아니 ㅁ수긴 막내딸~

작은딸은? 작은딸이 ㅁ수기 아니니? ㅎㅎ 엄마 또 똑같은 소리하네. 

작은딸은 ㅁ수니, 막내딸은 ㅁ수기..... 너는 ㅁ수니잖아~ 맞아, 나는 ㅁ수니, 작은딸~ 그릉가~

엄마가 자꾸 헷갈리니 다른 얘기 잠깐 할까? 어제가 이서방 생일이었어.

그래서 ㅁ처리랑 ㅁ우기랑 나랑 같이 생일축하합니다 노래도 불렀거등.

아~ 이서방 생일이었어? 이서방 생일이었구나~'

엄마는 생일축하합니다 했다는 말에 갑자기 가물가물 기억을 불러내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세번을 부르고야 온전히 기억해 낸 생일축하노래~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이서방 생일축하합니다~.♬

엄마 이서방 생일에 용돈도 주더니 이젠 용돈 안주네.

용돈? 그런데 이제 내가 돈이 없어. 왜? 엄마 통장에 돈 없어? 응, 이제 돈이 없어서 용돈 못줘.

니가 준돈으로 용돈줬는데..... 돈이 없잖아. 내가 병원에 와서 이제 돈이 없어~

이런~ 내가 엄마 돈 안줘서 이제 돈이 없구나. 응, 돈이 없어. 에고~ 내가 잘못했네. ㅎㅎㅎ 

 

엄마는 작은딸이 옆에 있는 딸인지 그 딸이 ㅁ수닌지 바로 연결시키지는 못해도 한껏 기분좋게

딸과 숫자도 세고 앞뒤 안맞는 얘기도 진지하게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신다.

 

기도하는 천사?-저 해맑은 표정보소~

엄마의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1시간을 훌쩍 넘긴 면회시간~

컨디션이 좋은 엄마는 더 있고 싶어하시면서도 힘들면 안된다는 딸 말에 쉽게 맘을 바꾸신다.

'엄마~ 오래 앉아계심 이따가 밤에 힘들어서 고생이니 오늘은 그만 들어가 쉬셔야 해요.

담주에 와서 또 재밌게 놀아요. 그래~ 담주에 온다고? 응~

기도하고 들어가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시고 밤에 잘주무셔야지. 담주에 잘만나지.

그래. 성부와 하믄 되는거야? 응, 성부와 하고 주모경하는거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이제와 우리 죽을때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상령의 이름으로 아멘~!'

 

 잘가~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에 축복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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