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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9월 14일

babforme 2023. 9. 21. 22:24

간단하게 간식 챙겨 엄만테 가는 길, 

지난주 마치 조증이 발현된 것처럼 방방 들떠 계시던 엄마는 오늘 어떤 모습을 딸에게 보여줄까?

 

엄마 간식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지난주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주엔 마치 조증처럼 방방 들떠 행복하시더니 오늘은 새초롬한 새색시가 되셨다.

ㅎㅎ 이거야 참나원이다~

'누가 왔을까요? 몰라요. 엄마 이름은요? 저요? 제 이름은 유춘자예요. 정말 엄마 이름이 유춘자가 맞아요? 

네, 유춘자예요. 아닌가요? 아니 맞아요. 유춘자씨~ ㅎㅎ 연세는요? 아흔다섯, 나이를 많이 먹었어요.

그렇네요. 아흔다섯이면...... ㅎㅎ 근데 엄마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글쎄요. 누구신지.....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가지고 오는 사람인데 누굴까? 커피요? 커피갖고 왔어요?

네, 그럼 커피주세요. 커피 누가 갖고 왔을까요?

딸이 왔나? 맞아. 딸이 왔지. 커피 때문에 딸이 생각났나~ 목소리 들으니 딸이네~ ㅎㅎ 어떤 딸이 왔을까?

몰라~ 걍 커피주는 딸이 온거야? 응~ ㅎㅎ 그래, 엄마, 커피주는 딸이라도 기억해주니 고맙네. 

엄마 딸이 커피하고 또 모 갖고 왔을까? 몰르지~.

엄마가 비싸다고 가져오지 말라던 파랑포도랑 싼 깜장포도, 작은 케잌 한조각 갖구 왔어.

ㅎㅎ 우선 비싼 파랑포도 반알 먹어보고, 싼 깜장포도랑 케잌도 쬐금 드셔보자구~

파랑포도보단 깜장포도가 더 맛있네. ㅎㅎ 그래요? 깜장포도는 우기가 회사에서 갖고온거야.

누구? 우기, 우기가 누구여? ㅁ누기, 엄마 작은딸네 작은아들~ 응? 누구?

ㅁ처리, ㅁ누기가 누구야? 니 아들이잖아. 맞아 내 아들이지~ 그럼 ㅁㅊ리, ㅁ누기는 엄마 손주기도 하지?

그러니? 내 손주라고? 응, 그 둘째손주가 할머니 갖다드리라고 포도 가져왔어.

아~ 그렇구만요.' 대꾸는 하셨지만 여전히 ㅁ누기 생각이 덜난 눈치~ ㅎㅎ

 

맛있는 커피

포도 몇 알과 손톱만큼 케잌을 드신 엄마는 커피를 받아들고서야 아주 행복하시다.

냄새도 맡아보고 뜨거운가 후후 불어보기도 하면서 커피를 즐기신다.

 

커피도 마셨고 이제 조금 워밍업이 된듯한 엄마에게 독백같은 수다?떨기~

엄마~ 며칠전에 롯데마트에 갔는데 수수부꾸미를 구워팔더라고~ 우리 어렸을 때 엄마가 수수부꾸미 만들어줬잖아.

모? 수수부꾸미, 총떡이랑 엄마가 만들어주던거~. 생각나지? 몰라, 해주기도 했겠지.

그래, 엄마가 소당에다가 수수부꾸미 지지면서 팥소 올려놓고 반으로 접어 두손 끝으로 꼭꼭 눌러붙였잖아.

그때 손가락이 뜨거워 호호 불면서 반달모양 부꾸미를 만들었지.

엄마가 만들어준, 들기름에 구워 고소하게 익은 수수부꾸미가 참 맛있었어.

엄마가 만들어주던 수수부꾸미 생각이 나서 롯데마트에서 수수부꾸미 두팩을 샀잖아~ 

애들이랑 소꿉놀이 할 때도 사금파리 조각에 진흙 개올리고 엄마가 부꾸미 만들던거 흉내냈었는데......

소꼽장난할 때 부꾸미 맹그는 거도 하고 놀았어? 응. 그게 맛있고 좋았어서 그랬겠지.

기름에 익어가는 부꾸미 꼭꼭눌러 반달로 붙이던 손이 뜨거워 호호불던 시늉도 했거등~ ㅎㅎ

이젠 엄마가 수수부꾸미도 못만들어주네.

내가 담에 올 때 소당에 올려 따듯하게 뎁혀 갖구 올게. 

나야 모든지 주면 잘먹지. 부꾸미 맛있을 것 같아? 맛있겠지.

수수부꾸미가 온전히 기억이 나지않은 엄마의 기계적인 대답이 씁쓸해서 울컥~!

 

엄마~ 이제 수수부꾸미 얘기 그만하고 자식들 이름 한번 불러보자.

ㅈ자, ㅇ지니, ㅎ지니, ㅁ수니, ㅁ수기......

숫자도 세볼까? 하나 세엣...... 아흔다섯, 내가 아흔다섯살이야. 아주 오래 살았어.

엄마, 기억줄 이만이나 잡고 있어줘서 고마워요. 잘했으니까 상으로 커피 한잔 더 드릴게.

커피 더 준다고? 좋지. 커피가 맛있잖아~

 

두번째 마시는 커피~
기도하는 엄마~

엄마가 두번째 커피를 마시면 이제 우리가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면회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약속하는 기도가 엄마의 모아쥔 손에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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