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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년전 고관절 수술 뒤 정기검진차 병원에 온 동생이랑 엄만테 간다. 병원에서 바로 출발하려던 계획은 휴대폰을 깜빡한 내 기막힌 정신머리에 어그러지고, 집으로 돌아와 휴대폰 챙겨 다시 출발~ 지난번 면회, 누가 젤로 보구싶으냐 딸이 묻자 내새끼 다보구 싶지~ 하던 엄마에게 다른 새끼 하나 더 델구 달려간다. 이런~ 근데 달달한 두유를 커피라고 맛나게 드신지 꽤 된 엄마에게 드릴 두유가 편의점에 없다. 지난번에도 없어서 꿀물을 대신 드렸더니 이번 커피는 맛이 읎어 그만 먹을래 하셨는데..... 하여 꿀물과 달지 않은 두유를 함께 섞어드리기로 했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는 등장부터 평소와 다르다. 늘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먼 허공을 살피시는 엄마는 이미 어딘가에 생각이 꽂혀 한참 흥분한 상태~ 한쪽을 향..
집에 일 좀 해놓고 4시 근처에 출발한 딸을 엄마는 오래 기다리셨나보다.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딸이 반가운 엄마는 왜 이렇게 못오나 한걱정했다고 신이 나셨다. 중도실명 10여년, 이제 엄마의 기억은 10여년 전 당신이 자유롭던 그 시절까지에 머물러있다. 오늘도 엄마는 오랜 기억을 끌어올려 맞장구쳐 줄 딸에게 풀어놓는다. 아주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엄마의 지나간 일상들, 너무나 멀쩡한 엄마, 전혀 찾을 수 없는 치매?끼.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들 니가 다 해줬잖아. 세탁기, 선풍기, 뻐꾸기시계, 전자레인지, 싱크대, 장농...... 자개장농은 ㅇㅇ이네가 새거 사믄서 버린다기에 얻어온거여. 지금은 장농에 좋은 건 아니어도 이불이 그득하지만 그땐 이불이 없어서 손님이 오면 고민이었어. 한번은 원주 고모부가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