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오호~ 이런 놀라운 기적이 ~? 본문
1990년 10월, 당시로선 좀 늦은 나이에 결혼이란 걸 하게 됐다.
그때 울엄마가 해주신 혼수이불,
지지난해 이불장 정리를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두었다.
솜 한번 틀어 볼까 생각만 많았던 날들, 여차저차 세월만 쌓이고......
그러다 코로나19로 온나라(세계)가 마치 금방 끝장이라도 날듯한 분위기에
멈춰선 삶의 자리 부여안고(나름 한가했다는 얘기~ ㅎㅎ),
좀은 씁쓸한 이유 하나를 더하여(남편의 험한 잠버릇을 피하기 위한)
지난주에 드뎌 인터넷을 뒤졌다. '솜 잘트는 집'
그리고 홈피에 안내된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 한채당 5만원- 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약속을 잡았다.
오! 그런데 어쩔~? ㅎㄷㄷ~~
나 순진 아님 바보?
솜싸개를 조금 잘라 솜상태를 확인하던 솜틀집 사장님 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솜이 아직도 있네요.
이렇게 좋은 걸 왜 버려요? 지금은 좋은 목화솜이라고 해도 이 품질이 나오지 않아요.
최상품 솜이라 틀어도 버려질게 없어요.
이 차렵이불은 명주솜이네요. 1인용으로 만들면 4채의 이불이 나오구요,
예전엔 많이 추웠으니 솜을 두툼하게 놓았죠.
나머지 이불과 요에선 간절기 이불 4채와 요 2채, 토퍼 2채를 만들수 있겠네요.
너무 두꺼우면 무겁고 사용하기 힘들어서...... 블라블라~"
홈피에 안내되어있던 솜트는 비용은 내가 가지고 있는 요나 이불의 갯수가 아니라
솜을 틀어 만들 수 있는 요나 이불의 갯수×5만이었으니~~ㅎㄷㄷ
거기에 잘 틀어진 솜을 쌀 솜 싸개 비용, 솜 소독 비용, 겉싸개(이불커버)비용이
따로 계산돼야 하는 상황~, 내 성정상 내가 청하고 취소할 수도 없고
집안경제에 당면한 긴축재정을 무시할 수도 없고 머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회오리바람 속 온몸이 흔들리며 속싸개와 겉싸개를 고르고, 싸인을 하고
계약금을 이체하는 것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를 아프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일주일만인 오늘,
어마무시한 보따리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불장 정리 뒤, 엄마가 해준 혼수 이불만 들어있던 이불장이
혼수이불에서 다시 태어난 여러채의 엄마표 이불로 꽉 찼다.
비록 후덜덜 떨며 정신없이 진행된 솜틀기 프로젝트였지만
새 이불로 태어난 엄마이불이 마음 푸근하다.
어쨌든 오늘 밤부터 나는 온전히 이불독립이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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