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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오호~ 이런 놀라운 기적이 ~?

babforme 2020. 2. 13. 17:37

1990년 10월, 당시로선 좀 늦은 나이에 결혼이란 걸 하게 됐다.

그때 울엄마가 해주신 혼수이불,

지지난해 이불장 정리를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두었다.

솜 한번 틀어 볼까 생각만 많았던 날들, 여차저차 세월만 쌓이고......

 

그러다 코로나19로 온나라(세계)가 마치 금방 끝장이라도 날듯한 분위기에 

멈춰선 삶의 자리 부여안고(나름 한가했다는 얘기~ ㅎㅎ),

좀은 씁쓸한 이유 하나를 더하여(남편의 험한 잠버릇을 피하기 위한)

지난주에 드뎌 인터넷을 뒤졌다. '솜 잘트는 집'

 

그리고 홈피에 안내된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 한채당 5만원- 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약속을 잡았다.

 

오! 그런데 어쩔~? ㅎㄷㄷ~~

 

나 순진 아님 바보?

 

무겁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여 고이 모셔두었던 목화솜 이불과 요
명주솜 차렵이불-솜틀집 사장님이 얘기해주기 전엔 귀한 명주솜 이불인지도 몰랐던, 요렇게 얇은 차렵이불이 겨울이불 4채를 품고 있었다.
일상에서 쓰던 목화솜 요 한채
요 두채와 이불 두채~ 맨 위 요 한채만 쓰고 나머지는 이불장속에서 30년 묵었다.

 

30년 세월이 무색하게 말짱한 이불과 요, 일상을 함께 한 요 한채만 생활의 더깨가 묻어있다.

 

솜싸개를 조금 잘라 솜상태를 확인하던 솜틀집 사장님 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솜이 아직도 있네요.

이렇게 좋은 걸 왜 버려요? 지금은 좋은 목화솜이라고 해도 이 품질이 나오지 않아요.

최상품 솜이라 틀어도 버려질게 없어요.

이 차렵이불은 명주솜이네요. 1인용으로 만들면 4채의 이불이 나오구요, 

예전엔 많이 추웠으니 솜을 두툼하게 놓았죠.

나머지 이불과 요에선 간절기 이불 4채와 요 2채, 토퍼 2채를 만들수 있겠네요.

너무 두꺼우면 무겁고 사용하기 힘들어서...... 블라블라~"

 

홈피에 안내되어있던 솜트는 비용은 내가 가지고 있는 요나 이불의 갯수가 아니라

솜을 틀어 만들 수 있는 요나 이불의 갯수×5만이었으니~~ㅎㄷㄷ

거기에 잘 틀어진 솜을 쌀 솜 싸개 비용, 솜 소독 비용, 겉싸개(이불커버)비용이

따로 계산돼야 하는 상황~, 내 성정상 내가 청하고 취소할 수도 없고

집안경제에 당면한 긴축재정을 무시할 수도 없고 머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회오리바람 속 온몸이 흔들리며 속싸개와 겉싸개를 고르고, 싸인을 하고

계약금을 이체하는 것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를 아프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일주일만인 오늘,

어마무시한 보따리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남편과 나의 단잠을 위한 두툼한 1인용 목화솜 요
남편과 나의 따뜻한 잠을 책임져줄 포근한 명주솜 이불~
두아들이 쓸 명주솜 이불~
매트리스 위에 깔아줄 목화솜 토퍼
남편과 나를 위한 간절기 목화솜 이불
두 아들을 위한 간절기 목화솜 이불

 

이불장 정리 뒤, 엄마가 해준 혼수 이불만 들어있던 이불장이

혼수이불에서 다시 태어난 여러채의 엄마표 이불로 꽉 찼다.

 

남편과 나의 두툼한 목화솜 요
남편과 나를 위한 이부자리

 

비록 후덜덜 떨며 정신없이 진행된 솜틀기 프로젝트였지만

새 이불로 태어난 엄마이불이 마음 푸근하다.

 

어쨌든 오늘 밤부터 나는 온전히 이불독립이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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