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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11월 특유의 꾸물꾸물한 날씨, 그래도 엄만테는 갔다와야지. 아들과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간단하게 엄마 간식을 챙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도 쾌청하다.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게 '커피주는 딸, ㅁ수니가 왔지. 목소릴 들어보면 알 수 있어.' 기분좋게 시작을 한다. 포도와 고구마를 한조각씩 드신 엄마는 커피를 달라신다. 딸보다 딸이 가져오는 커피를 더 기다리고 좋아하는 엄마가 귀엽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엄마 지금 밖엔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꼈어. 비구름은 무슨 색이더라? 비올라 하는 구름은 검은 구름이지. 구름이 끼면 하늘이깜깜해지거든~ 맞아,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사방이 어두워지지. 이렇게 비가 오고나면 추워지잖아. 추우면 뭐했었지? 우리~ ..
한달 만에 엄마를 찾았다. 내 삶의자리가 우선이다보니 엄마에게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다. 날짜를 정해놓고 가는게 아니라 기분내킨 날 바로 준비해 나서는 길이라 들쭉날쭉이다. 그날도 그렇게 길을 나섰다. 아주 가끔(1-2년에 한번 쯤) 어린시절 맛있던 기억에 콩죽을 끓인다. 팥죽만 아는 우리식구들은 콩죽을 입에도 대지 않지만 어린시절 기억이 떠오를 때면 콩죽을 조금 쑤어 혼자 먹곤 한다. 엄마에게 갔다와야지 생각이 든 날, 무얼 해갈까 냉장고를 살핀다. 채소서랍에 얌전히 누워있는 생협 콩물 두 봉지, 아~ 좋다! 오랜만에 콩죽을 쒀야겠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뭘 그런 걸 힘들게 하냔다. 일단 긍정이다. 찹쌀과 멥쌀 1:2 비율로 씻어 불려 급하게 압력밥솥에 진밥을 하고 넓은 냄비로 옮겨 콩물을 부어 뭉근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