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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11월 9일

babforme 2023. 11. 15. 22:38

11월 특유의 꾸물꾸물한 날씨, 그래도 엄만테는 갔다와야지.

아들과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간단하게 엄마 간식을 챙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도 쾌청하다.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게

'커피주는 딸, ㅁ수니가 왔지. 목소릴 들어보면 알 수 있어.' 기분좋게 시작을 한다.

 

포도와 고구마를 한조각씩 드신 엄마는 커피를 달라신다.

딸보다 딸이 가져오는 커피를 더 기다리고 좋아하는 엄마가 귀엽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엄마 지금 밖엔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꼈어. 비구름은 무슨 색이더라?

비올라 하는 구름은 검은 구름이지. 구름이 끼면 하늘이깜깜해지거든~

맞아,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사방이 어두워지지.

이렇게 비가 오고나면 추워지잖아. 추우면 뭐했었지? 우리~

추우면 겨울채비를 해야지. 겨울준비할게 뭐가 있을까?

김장도 담고, 장도 담고~ 아 그럼 거드미 끝내고 메주부터 쒀야겠네.'

온전치는 않지만 엄마랑 나누는 일상의 얘기들, 엄마랑 예전 젊고 건강했던 가을로 여행을 떠난다.

콩거드미가 끝나면 커다란 가마솥에 날을 잡아 메주를 쒔었지.

디딜방아에 삶은콩을 넣고 찧으면 확에 끈적하니 달라붙던 콩더미, 방아를 잡아다녀 참 무거웠어.

낑낑대며 디딜방아를 밟던 기억이 새롭네.

'엄마~ 된장도 담고 고추장도 담으려면 메주를 얼마나 쒀야할까? 엄마 자식들이 많아서 장을 많이 담궈야할텐데.

콩 한가마니는 너무 많나? 한가마닌 너무 많아. 글믄 일고여덟말만 쑬까? 

그러던지. 내가 다 잊어버려서 얼마나 쒀야할지 생각이 안나니 똑쟁이 니가 알아서 메주를 쒀~

그럼 된장에서 간장을 뺄까? 그냥 둘까? 그래도 집에서 먹으려면 간장을 빼 다려야지. 그래야겠지?

막장을 담으려면 버리밥을 해야지. 그래, 엄마, 버리밥해서 막장도 담고 된장도 담아 간장도 빼자.

간장다릴 때 냄새가 온동네를 뒤덮었지. ㅎㅎ

맞아, 온동네가 간장다리는 냄새로 맛있었어. ㅎㅎ

김장은 니가 너무 힘드니 한 200포기만 담아~ 다 모여서 담으면 그래도 좀 낫지?

김장했으믄 큰언니랑 오래비랑 막내랑 다 와서 양껏 가져가라해. 

알았어요. 다들 와서 김장도 가져가고 된장도, 막장도, 간장도 가져가라할께.'

'엄마 손주 ㅊ이가 낼모래 이사를 해요. 이서방이 ㅊ이나이 33살이라고 독립하라해서 이사나가요.

ㅁ처리가 벌써 33살이야? 그래서 분가를 하는구나. 분가말고 장개를 가야지.

ㅊ이한테도 김장이랑 장들 가져가라할게요. ㅎㅎ'

기분이 좋아서인지 엄마는 오늘 그동안 한번도 써보지 않은 '분가'라는 단어를 알맞게 쓰셨다.

 

기도하는 엄마
돌아오는 길,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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