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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 생신에 다녀오고 계속 일상이 애매하게 꼬이면서 엄마에게 두 주 넘게 가지 못했다. 논네 많이 기다릴텐데 싶어 편치 않은 마음, 지난주 가려던 엄마면회도 생각지도 못한 배터리 방전에 갑작스레 꽝이 되고 오늘에서야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달달구리 커피랑 간식 쬐끔, 그리고 뜨거운 물을 담은 텀블러를 챙긴다.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 컨디션은 어떨는지...... 이쁜 비니를 쓰고 나오신 엄마는 나올 때부터 평소같지 않게 몬가 들떠? 계셨다.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님의 딸이 왔다는 말에 딸이 누군지 모른다며 해맑게 웃으며 대꾸하던 엄마는 늘 감고 계시던 안보이는 눈도 번쩍 뜬채 위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계셨다. '엄마~ 오늘은 눈을 크게 뜨고 ..
엄마의 상태에 따라 일상의 모든 계획들과 교대 날짜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두 오빠네는 3차 백신접종 일정을 미루고, 나는 언제든 콜하면 달려가는 교대 대기상태다. 엄마는 여전히 드시질 못한다. 기특한 손녀딸의 팥죽으로 시작된 한숟가락, 클수마수의 기적은 딱 거기까지였다. 오빠들이 보내오는 소식에 이제 한숟가락씩이라도 드실 수 있나보다 마음이 놓이더니...... 마음(정신)에서 시작된? 음식거부가 이제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지켜보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눈물겹다. 애써 물 한모금 넘기는 것으로 버틴 엄마의 시간 열흘여~ 엄마의 섬망증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엄마를 괴롭힌다. 연령회봉사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큰언니가 엄마 지원사격?차 어렵사..
동생이 서울 병원에 왔다. 산청에는 직장이, 삼송에는 집이, 서울에는 동생이 치료받는 병원이 있다. 녹록치 않은 우리네 삶의자리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자신 좀 돌봐달라는 온몸의 아우성에 동생은 아주 스펙타클한 동선으로 수도권과 아랫녘을 2주에 한번씩 넘나든다. 한가위 휴가?에 직장이 있는 아랫동네에서 손목수술을 받으며 예약을 늦춰놨던 이번 서울 병원행~ 병원에서 만나 집사서 이사한 후니네도 들러볼겸 삼송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답십리, 처음 가는 길이라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말잘듣는 아이처럼 고분고분 따라간다. 우면산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도착예정시간은 고무줄처럼 계속 늘어나고, 아무래도 답십리, 병원 근처인듯 한데 내비가 수상하다. 아무것도 없을 듯한 넓은 공사 가림막 지역으로 자꾸만 나를 보낸다. 가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