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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이제 온몸이 편치 않았던 한달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주에 한번 엄마를 보러가던 일상도 다시 시작되었고..... 설에 가고 열흘이 지나가는 시점, 잊혀져가는 엄마의 시간 속에서 딸이 오가는 일정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딸은 마음이 바쁘다. 비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는 내내 갈길을 막아서더니 강원도로 들어서며 눈이 내린다. 면회실로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요양사선생님이 딸이 왔다고 말씀하신 모양~ '딸이 왔어요? ㅁ수니가 왔겠지. 아니 ㅁ수기가 왔나?' 엄마는 한껏 올라간 기분!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잖아~ 어떤 딸? ㅁ수니가 왔구만~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들으면 알지. 아~ 글쿠나. 울엄마 대단한 걸~ 딸 목소리도 안잊어버리고...... ㅎㅎ 그렁가?' 엄마는 오늘 아주 쾌..
옆지기랑 엄마에게 가는 길, 먼산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비안개는 회색 구름을 하늘 가득 깔아놓고 길은 시원하게 뚫려있다. 면회신청하고 한참만에 나오신 엄마는 비몽사몽 정신을 못차리고 딸과 사위가 묻는 말에 잠에 취한 엄마는 '응~ 으응'으로 모든 대답을 대신하셨다. 음악을 들려드리고 어떤 얘기를 해도 순간순간 잠속에 빠져드는 엄마를 바라보다 면회 30여분만에 방으로 모셔드렸다. 걍 편히 주무시라고..... 오늘 엄마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불삼아 면회시간 내내 주무셨다.
출근하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엄마에게 나선길, 반가운 봄비님이 오락가락 갈길을 더디게 하나 어쨌든 요양원에 제대로 도착했네. 직원분이 나를 먼저 봤는지 면회 준비를 하러 엄마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면회신청을 한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사뭇 기분이 좋다. 늘 눈을 감았었는데 오늘은 아예 눈을 번쩍 뜬채 휠체어에서 웃는다. 유춘자씨? 아니 유옥순씨? 잘계셨어? 누가 왔게~? 누구긴 누구여~ ㅁ수니가 왔겠지. 목소리가 ㅁ수니구만~ 오~ 대단한데, 엄마,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딸인지 알아? ㅎㅎ 그럼~ 알지. 유춘자씨~! 네? ㅎㅎ 딸이 부르는데 몰 글케 정색하고 대답을 해? 엄마가 유춘자씨가 맞아? 유옥순씨가 아니고 유춘자씨야? 춘자가 좋아? 옥순이가 좋아? 춘자가 좋지~ 왜? 옥순이가 더 좋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