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용할 양식 (4)
소소리바람이 불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맘 편하게 맞는 부활절! 아직 성당 안에선 마스크를 하는게 교구지침이지만 이젠 먹을거리도 함께 할 수 있을만큼 코시국에서 자유스러워졌다. 부활미사 뒤에 본당에서 음식 좀 한다하는 왕년의 선수들이 모두 모여 만든 잔치국수를 먹었다. 근래들어 처음 맛보는 기막힌 육수의 맛, 멸치를 비롯 육수 낼 재료들 손질에도 며칠이 걸렸다지. 고명으로 호박이랑 당근, 달걀지단과 소고기까지 올라간 말 그대로 잔치국수가 참 맛나다. 부활성야에 나눈 떡과 과일, 김치로 한상이 차려진 잔치국수상에서 예수님 부활과 성당 국수잔치 부활을 함께 맛보는 행복한 시간! 이렇게 모두 모여 일용할 양식을 나눌 수 있게 허락해 주신 부활한 예수님 디따 감솨~!
오늘, 오랜시간 도움을 받으며 잘지내고 있는 미카엘 형제사장님이 고맙게도 일용할 양식을 선물하셨다. 우리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보쌈! 아싸~ 오늘 저녁은 반찬걱정 안해도 된다. 독립할 나이가 된 아들의 거처를 아들 대신 찾아 살펴보고 오는 길에 받은 뜻밖의 선물, 미카엘형제사장님 친구분이 하신다는 ㅇㅌ에 있는 항아리보쌈집은 꽤 오래전 논술선생님들과 몇 번 갔던 곳이어서 놀랍고 반갑기도 했다. 선물 받은 보쌈으로 차린 저녁상! 고마운 맘으로 맛있게 먹으며 식구들과 오늘 살펴 본 서울로 가는 교통편과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 집찾기 얘기를 나눈다. 집은 마음에 들었으나 국내외상황이 불안한 매수시기, 남편은 조금 더 고민을 해보자하고~ 아들이 학교 졸업 뒤 자기 앞가림을 한지 이제 세해 째, 열심히 모았어도 준..
언제였더라~ 아직은 엄마가 나름 잘드시고(?) 집에 계실 때였으니 10월쯤이었나보다. 엄마에게 갔을 때 저녁 잘드시고 갑자기 고구마에 꽂힌 엄마 성화에 밤새 고구마를 찾아다녔었다. ㅅㅂ할머니가 가지고 오셨다는 고구마 한 박스, 엄마는 그 고구마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ㅅㅂ할머니가 들어다 싱크 위에 놓았다는데, 싱크 위는 물론 집안 곳곳 전체를 다 뒤져도 그 고구마 상자는 없었다. 내일 너 갈때 고구마 챙겨가라고, 그 고구마 찾아야한다고 밤새 성화, 또 성화를 부리시던 엄마는 과거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그때의 기억을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듯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부엌 뒤 광 구박에 (밤새 찾았던 ㅅㅂ할머니가 가져왔다는 고구마가 아닌) 담겨있는 고구마 몇 개를 결국 싸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엄마 치매판..
12월 엄마(12월 30-31일) 동생이 올라왔다. 미리 약속한대로 엄마에게 가는 길, 속절없이 눈은 내리고 5시도 안된 시간이 밤 아홉시는 된 것처럼 깜깜하다. 어두운 눈길을 조심조심 달린다. 엄마에게 가기 전 정리한 책을 가지고 눈길 헤쳐 다시 찾은 시골편지~ 에궁~낭패다. 사회적거리두기에 까페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길을 막아서고 5시가 좀 넘은 어두운 밤길(?), 차를 돌린다. 엄마랑 동생이랑 저녁을 먹는다. 오랜만에 TV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저녁시간, 엄마 혼자 보내는 일상이 어둠에 묻혀 더 또렷이 보인다. 아직 초저녁인데 마치 오밤중 같아 까닭모를 막막함이 밀려온다. 아침햇살 눈부셔도, 저녁해 숨어 어두워도 한결같은 세상, 이 끝이 없는 막막함 속에 더듬더듬 손으로 짚어가는 엄마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