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12월 30-31, 엄마/ 다시 까페 시골편지 본문
12월 엄마(12월 30-31일)
동생이 올라왔다. 미리 약속한대로 엄마에게 가는 길,
속절없이 눈은 내리고 5시도 안된 시간이 밤 아홉시는 된 것처럼 깜깜하다.
어두운 눈길을 조심조심 달린다.
엄마에게 가기 전 정리한 책을 가지고 눈길 헤쳐 다시 찾은 시골편지~ 에궁~낭패다.
사회적거리두기에 까페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길을 막아서고 5시가 좀 넘은 어두운 밤길(?), 차를 돌린다.
엄마랑 동생이랑 저녁을 먹는다.
오랜만에 TV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저녁시간, 엄마 혼자 보내는 일상이 어둠에 묻혀 더 또렷이 보인다.
아직 초저녁인데 마치 오밤중 같아 까닭모를 막막함이 밀려온다.
아침햇살 눈부셔도, 저녁해 숨어 어두워도 한결같은 세상,
이 끝이 없는 막막함 속에 더듬더듬 손으로 짚어가는 엄마의 시간은 더디게도 흘렀겠지.
보이지 않는 엄마의 어두운 세상이 좀 더 실감나 마음이 아리다.
까페에 들렀다 걍 왔다는 문자에 사장님의 답이 왔다.
엄마랑 한밤 자고 아침 출발할 때 잠깐 들르기로.....
멀리 보이는 눈을 이고 앉은 산마루 옆동네엔 울엄마가 살고, 어릴적 나와 동생, 언니 오빠들이 산다.
내 젊은날의 조각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소소한 행복이나 꿈으로 쓰일 수 있기를~
그믐날, 새날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사장님은 시간을 쪼개 정성으로 따뜻한 커피와
까페 뜨락에서 자란 구절초를 덖어 손수 만든 향기로운 차를 내주시고,
돌아올 땐 예쁜 사과와 통밀빵을 푸짐하게 싸주셨다.
1박2일 여정,
동생은 일터로 떠나고 나 또한 무심한 일상을 살아낸다.
엄마의 어두운 세계에 아렸던 마음은 삶의 자리에 묻혀 저만치 멀어지고~
사장님이 싸주신 빵은 이렇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 오늘도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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