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2021년 2월 3-4일, 엄마 본문

엄마 이야기

2021년 2월 3-4일, 엄마

babforme 2021. 2. 8. 21:38

묵주기도중인 엄마
밤새 흰눈이 내렸다.

장독대와 작은 꽃밭이 있던 뒤란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스레트 담장으로 세월만큼 빠르게 담쟁이가 기어오르고

 

행랑채 헛간 흙벽이 떨어지고~
헛간 옆 외양간에 소는 간데없고 다시 하나의 헛간이 되었다.
대문간과 행랑채-틈새에서 건강할 때 엄마가 심어놓았던 국화가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대문간-나무로 잘짜여진 대문에 세월이 내려앉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엄마가 사시는 오래된 흙집에 밤새 흰눈이 내렸다.

아버지 이 세상 뜨시고 혼자 고향집을 지킨 스물 네해~

기력이 다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밤이 무섭다.

퇴행성 황반변성이 온 엄마의 눈은 이제 엄마를 깜깜한 어둠속에 가두고,

그렇게 중도실명으로 십여년 버틴 엄마는 밤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온 몸의 촉들이 돋아나는

세상에 가장 두려운 밤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밤은 깊어 모두 잠든 시간,

까무룩 잠들었다 소스라쳐 깨기를 반복하며 엄마의 얕은 밤은 느릿느릿 지나간다.

해가 지고 제법 시간이 흐른 밤, 쥐들이 달려들어 아~ 흙벽과 천정, 엄마의 마음이 소란스럽다.

어린시절, 천정을 달려다니던 쥐들이 깜깜한 엄마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밤마다 엄마를 괴롭힌다던 무서운 어떤 놈들,

'호닥닥, 우두두두, 이쪽저쪽으로 와르륵~'

어두운 엄마의 세상 안에서 그것은 쥐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눈이 보이는 훤한 세상에서였다면 쥐소리가 그렇듯 무서웠을까?

 

밤새 엄마를 지켜보며 쥐소리들을 듣는다.

60먹은 딸이 옆에 있다는 안도감에서였을까?

엄마는 낮게 코까지 골며 밤새 한번도 깨지 않고 주무셨다.

사그락거리며 흰눈이 내려 곤한 엄마잠 깨울까 맘졸였더니.....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