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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너도개미자리는 안녕한가?

babforme 2020. 7. 5. 00:43

 

 

 

 

 

과고 생태원엔 사라져가는 우리 자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집이 과고 근처라 거의 날마다 생태원과 온실에 들러

모니터링 아닌 모니터링을 한다.

사진도 찍고 루페로 자세히 살피기도 하고

하루하루 변화하는 식물들의 모습에 놀라워도 하며~

너도개미자리를 심어 보존하는 공간에 바랭이가 숲을 이루었다.

하얀 별모양으로 이쁘게 꽃을 피우던 너도개미자리는

안보이고 바랭이만 천지다.

쪼그리고 앉아 조금씩 바랭이를 뽑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옥수수밭이며 콩밭에 떼를 이뤄자라던 바랭이가 떠오른다.

농사꾼 아버지와 온식구가 밭을 맬때,

가장 골치 아픈 녀석이 바로 이 바랭이와 닭의장풀이었지.

바랭이나 닭의장풀은 땅에 닿으면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뽑아낸 바랭이와 다른 풀들을 공처럼 뭉쳐 두 옥수숫대 사이에 끼워놓아야 했다.

쪼그리고 앉아 밭고랑을 타고 나가다 보면 얼마나 허리와 다리가 아프던지......

 

우리 입에 들어갈 곡식을 키워내느라 한평생 땅을 기며 사셨던 울아버지를

과고 생태원에서 먹을거리가 아닌 생물다양성을 생각하며 추억한다.

울 아버지와 우리 모두(우리동네)는 닭의장풀을 '달개상아리'라 불렀다.

그 달개상아리를 달개비로 나중에 닭의장풀이란 정명으로 부르게 됐지만

지금도 나는 닭의장풀을 보면,

쪼그리고 앉아 옥수수밭을누비던 아버지의 힘든 등허리와 달개상아리가 먼저 떠오른다.

 

줄기마디에 뿌리를 내리며 성하게 자라던 바랭이와 다른 풀들을 조금씩 뽑아내던 사흘째,

드디어 너도개미자리 밭은 좀 반반해졌다. 

날마다 내 눈을 즐겁게 해준 고마운 마음 표현이다.

 

 

너도 개미자리는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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