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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가습기살균제 무죄에...전문가들 “과학적 방법론 이해하지 못한 판결”

babforme 2021. 1. 21. 18:57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웍크 소속 회원들과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12ⓒnews1

 

최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가운데, 19일 학계 전문가들이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며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A가 B로 말미암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연구진의 진술을 문제 삼은 재판부에 반박했다.

양원호 학회 회장은 “이번 판결은 독성실험에 대해 이해부족 등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이라 판단된다. 그럼으로써 기업에 면죄부 준 판결이 됐다”고 비판했다.

재판에서 증인을 했던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CMIT·MIT 건강피해를 두고 법원은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형사판결하고, 전문가는 피해를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며 “법원의 가치판단과 과학 판단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SK, 애경,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news1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이규홍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정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자신의 증언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판결에서 “연구책임자인 이규홍 박사도 이 법정에서 ‘CMIT·MIT는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하는 것이었고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연구 결과는 한 가지 한 가지를 모아 과연 인과성이 있겠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그것이 과학적인 것이다. 조각조각 분해해 완결성을 부정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과학에 의지해 인과관계를 확인해나갔고 그 결과 기소와 재판이 이뤄진 전례 없는 사법과정이었다”며 “인체실험을 허용하지 않는 한 과학의 진실추구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결점만 진실로 인정한다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는지,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 결과 해석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는 인체 피해 사례와 이에 기반한 연구 중요성과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보완적이고 제한적인 동물실험 결과에 지나친 비중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전문가의 증언이 단정적이지 않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이것도 과학자의 일반적인 태도에 무지한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100% 진실 확정성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언제나 이론적으로 반론 가능성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단정적인 표현은 진실한 과학자라면 피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증명을 다른 일반 형사재판에서와 같이 요구함으로써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 과학적 연구에 있을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면 이는 곧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돼서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며 “엄격한 확실성을 요구하다보면 커다란 위험을 창출한 자에게 부당하게 면책을 준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는 물질과 피해 간의 인과성을 엄격히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반 형사재판에서와 달리 증명 정도를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자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구성해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종합적 판단을 하게 하고, 재판부는 이 자문패널의 종합적 의견에 기초해서 판단할 필요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 등 13명에 대해 무죄 선고를 했다. 법원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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