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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6월 8일

babforme 2022. 6. 16. 22:15

날라리 신자인 내가 고등동으로 이사와 소공동체 반장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시국에 새로 입주하는 단지라 아무 것도 할 수 없긴했지만, 그래서 더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오늘, 부임하신지 2년이 채 안된 주임신부님이 갑작스런 대리구청 발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공동체 회의에 함께 하셨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일제히 멈췄던 교회활동, 이제 기지개를 켜며 근 3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소공동체 회의.

그리고 이임하시는 주임신부님이 소공동체 봉사자들에게 응원 선물로 떡과 음료를 주셨다.

엄마면회에 맞춤해 엄마에게 드릴 간식으로 팥시루떡과 음료를 챙기고~

신부님이 주셨다하면 엄마가 좋아하실터, 참 잘됐다.

 

신부님이 주신 팥시루떡과 음료를 엄마 간식으로 챙기고, 백설기는 내가 먹는거로~ ㅎㅎ
아몬드 음료를 맛나게 드신다.

'엄마~' 부르자 마자 바로 알아보는 엄마다. 작은딸 ㅇ수니가 왔구만.....

오늘은 엄마 고모가 아닌 딸이 되어 나누는 이야기!

'엄마~ 오늘 내가 엄마간식으로 모 갖구 왔게요?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어.

ㅎㅎ 오늘 엄마 갖다드리라고 신부님이 떡하고 아몬드 음료를 주셨어. 신부님이?

응, 팥시루떡하고 백설기하고 두유랑 아몬드음료를 주셨는데 내가 팥시루떡하고 아몬드음료 갖구 왔어요.

엄마 좀 드셔볼래? 그래, 아몬드 좀 줘봐!  팥시루떡은? 팥시루떡은 콩알만큼만~

엄마 한입 크게 먹어야지 콩알만큼 먹음 모해~? ㅎㅎ'

결국 엄마는 팥시루떡은 당기지 않는지 콩알만큼으로 끝을 내고 아몬드음료만 맛있게 드신다.

'엄마~ 오늘은 고모 안오셨어? 

아버지도 큰아버지도 고모들도 다 돌아가셨어~!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못오시지.

 아~ 다 돌아가셔서 엄마보러 못오시는구나. 누가 젤 생각나요? 

몰라~ 다 잊어버렸어. 돌아가신 양반들 생각함 모해~ 생각안할거야!

그래도 그중 생각나고 보고싶은 분도 있을거 아녀~? 아, 모른대니......'

생각안하고 모른다는데 자꾸 묻는 딸에 살짝 짜증이 묻어난다. ㅎㅎ

그리곤 꼭감은 눈과 다문 입으로 빠져드는 엄마의 세계,

엄마는 기억 저너머 어딘가에서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계실지도 모르지. 

 

헤어지는 준비-인증샷 찍기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마무리 기도로 주모경을 바치고 인증샷을 찍는 시간,

'엄마 웃어봐요, 하나 둘 셋~ '

엄마가 숫자를 센다. 사진 찍느라 딸이 하나, 둘 하면 엄마가 세엣~! 하고 박자를 맞춘다. ㅎㅎ

유치원 아이들이 리듬을 타며 '하나 둘 셋~' 하는 것처럼 엄마도 기분좋게 리듬을 타며 숫자 속으로 두둥~!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딸) 하나, (엄마) 두울, 셋, , 다섯, 여섯...... 서른

유치원 아이가 되어 엄마랑 딸은 숫자를 주고 받고 낄낄거리며 세고 또 세고......

'엄마~ 방에 들어가 쉴 때도 숫자 서른까지 까먹지 않고 세는 연습하는거야, 알았쥬~ 엄마 약속!'

엄마는 기분좋게 약속을 하고 잘가~ 돌아서는 딸 발걸음을 가볍게 인사도 하신다.

 

요양원 뜰에 흐드러진 데이지
돌아오는 길

엄마의 뇌에 빨강불이 켜진 것처럼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 엉덩이에 빨강불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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