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 6월 12-13일, 꽃뜨루 펜션1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 6월 12-13일, 꽃뜨루 펜션1

babforme 2022. 6. 18. 17:44

지난 5월, 요양원 면회가 가능해지면서 엄마랑 1박2일 계획이 세워졌다.

엄마가 계신 요양원에서 멀지않은 꽃뜨루(꽃이 핀 들: 뜨루 - 의 강원도 사투리) 펜션에서

설에도 불가능했던 엄마와 외박을 하기로......

나름 바쁠 손주들은 빼고 엄마의 아들딸들과 배우자들만 함께하는 자리,

꼭두새벽에 산청에서 길을 나선 동생이 10시쯤 도착했다. 

같이 교중미사에 참례한 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2시에 꽃뜨루로 출발~!

 

장안문을 지나고
우리가 묵을 꽃뜨루 펜션~

 제라늄과 작약과 인동덩굴이 흐드러진 펜션은 아담하고 이뻤다.

주차를 하고 급히 높이가 좀 낮은 작은오빠차로 엄마를 모시러 작은오빠와 남편과 요양원으로 고고씽~!

4시에 모시러가기로 했는데(그렇게 얘기된 걸로 나는 알고 있었다.) 4시가 살짝 넘었으니

엄마가 기다리시겠다 싶어 마음이 바쁘다.

가벼운 맘으로 기분좋게 '엄마를 모시러왔다' 요양원에 말을 하는 순간 저녁준비를 하던 부원장?의 분노가 터지고

이게 몬일? 엉겁결에 그 분노의 몸짓과 험악한 말을 옴팡 뒤집어썼다.

'무슨말이냐? 아무때나 와서 모시고 나가겠다는게.... 몰래 뒷문으로 방에나 들어가고~ 블라블라~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엄마 외출하는거 미리 얘기된거잖아요. 큰오빠가 가서 모시고 오라해서 왔는데

모가 문제죠? 그리고 몰래 엄마방엘 뒷문으로 들어갔다는게 무슨 소리죠? 뒷문이 어디예요?

아, 그날 사위분은 저기 앉아있고 딸은 몰래 나가 엄마방에 들어갔잖아요~ 지멋대루~ 블라블라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예요? 누가 지멋대루 어딜 갔다는 거예요? 유선생이랑 같이 들어가놓고.....'

같이 갔던 작은오빠도 참다참다 큰소리를 내고 남편은 언제 우리집사람이 몰래 방엘 들어갔냐 되묻고

기분좋게 엄마를 모시러 갔던 요양원에서 황당한 꼴을 당하고야 말았다.

결국 길길이 날뛰던 부원장이 원장과 통화한 끝에 외출신청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꼬리?를 내린 요양원측의 뒤늦은 준비 끝에 엄마는 외출을 하실 수 있었다.

외출준비중인 엄마를 기다리며 부원장이 분노에 차서 마구마구 함부로 쏟아내던 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니,

'내가 유선생이란 사람과 뒷문으로 엄마방엘 몰래 들어갔다가 원장에게 들켰다'였다.

유선생과 딸은 누구? 뒷문은 어디에? 건물 뒤편? 

나도 모르는새 나는 내가 모르는 유선생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뒷문으로

코로나19때문에 출입금지구역이 된 엄마방엘 무단 침입한 파렴치한이 되어 있다는거였다.

 

꽃뜨루펜션에서 엄마는 막내딸과 행복하다.

자식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엄마는 마냥 환하게 웃는다. 엄마 컨디션 '베리 굿'이다. 

자식들과 번갈아가며 안부도 묻고, 얘기도 나누고 오랜만에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는 엄마~

막내딸과 주거니받거니 기분이 좋다.

'ㅇ수니가 콩죽을 쒀 왔는데 콩을 삶고 갈아서 콩물을 만들지 않고 콩물을 사서 콩죽을 쒔잖아.

그래서 콩죽이 고소하지 않았어. 저런 세상에 ㅇ수니언니가 콩물을 사다 콩죽을 끓였다고? 왜그랬대~ ㅎㅎ'

들어보니 막내딸과 엄마가 내 뒤담화?를 하는중이다. ㅍㅎㅎ~

엄마가 집에 계실 때, 콩죽을 쒀갔던 날, 힘들게 콩물까지 만들어 죽을 쒔냐는 엄마 말에

생협에서 유기농 콩물 사다 끓였다고, 콩물 사다 끓이면 힘들지 않고 바로바로 해먹을수 있다고

대답했었는데 엄마는 문득 그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엄마가 우리에게 콩죽을 쒀줄 땐 콩물사다 끓인다는 건 생각도 못하셨을 터,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난 것이겠지. ㅎㅎㅎ

'한번은 깨죽을 쒀왔잖아~ 내가 깨죽을 많이 먹었어. 깨죽을 먹었더니 안나오던 똥이 풍 나왔어. 

엄마 변비 땜에 고생하다 깨죽먹고 똥을 눴네~? 깨죽은 잘쒀왔네, 언니가. 그러니까~'

ㅎㅎ 막내딸과 엄마의 이런저런 묵은 얘기는 끝이 없다. 

 

테라스에선 우리들이 먹을 고기가 익어가고
작은며느리가 맛나게 끓여온 미역국으로 저녁 드시는 엄마
과거로 여행을 하시는 엄마, 고개를 들고 누군가와 열심히 얘기나누시는중~

저녁을 드신 뒤 누우신 엄마는 다시 과거로 여행을 떠나셨다.

딸인 내가 다시 엄마의 막내고모가 되었다. 언니오빠들과 동생도 나를 고모할머니, 엄마 고모로 인정~ ㅎㅎ

고모가 앉아계시는데 조카가 누워있어 죄송하다고 미안해하기도 하셨고,

막내에게 고모할머니 좀 챙겨드리라고, 식사대접 좀 하라고 부탁을 하기도 하셨다.

막내는 지금 고모할머니 고기드시고 계신다고, 소고기 구워 대접하고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너스레를 떨고.....

아무래도 내 목소리 어느 한구석이 엄마 고모랑 비슷하지 싶다.

엄마 자식들 다른 누구에게도 고모라 하지 않는데 나만 고모인걸 보면 말이다. ㅎㅎ

 

저녁 드신뒤 원하는 사과맛 음료 마시기, 작은아들과 막내딸이 함께.....

엄마는 밤에도 기분이 좋아 주무시질 않았다.

막내 고모는 풍기로 시집을 가셨다지. 이모도 두분 계셨다 말씀도 하시고 

큰언니가 살짝 코고는 소리를 형진이가 코를 고네 하시다가

성모송, 주님의 기도, 까떼나, 성모찬송 생각나는대로 중얼중얼 끊임없이 기도도 하셨다. 

 

형제들 회의중~

소고기 돼지고기 상추와 양파장아찌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형제들 회의?~

엄마의 극심한 식사거부로 엉겁결에 준비없이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자식들 모두 가슴에 큰 돌 하나씩 매달고 있던 날들, 늦었지만 필요한 절차다. 

 

- 엄마 요양원 문제

 

1. 지금 모시던 곳에 계속 모신다.

2. 안흥면에서 7월 쯤에 개원하는 소규모 요양원으로 옮긴다.

3. 산청, 막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옮겨 모신다. 

 

2번은 관에서 하는거라 면회도 쉽지 않고 좁은 지역사회에서  민망한 상황,

3번은 시설과 모든 면이 만족하나 거리가 너무 멀고 막내 정년이 너무 가깝다.

그리고 막내에게 큰짐을 지우는 것도 문제다.  

1번은 요양원 시설과 원장부부의 대응이 아쉬운 면이 있으나  그래도 면회는 자유로운 잇점이 있다.

엄마가 그동안 보였던 반응을 생각하면 면회가 엄격한 다른 곳은 힘들어 하실 것이다.

엄마가 안흥을 떠나기 싫어하신다. 이런 저런 까닭으로 일단은 지금 계신 곳 1번으로 낙점.

 

-유선생과 딸의 엄마방 무단침입?

 

유선생은 누규?

엄마를 계신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요양사로 그 요양원 원장을 오빠에게 소개시켜줌.

엄마랑 영자행님이랑 단짝였다네.

이분이 엄마방을 궁금해하는 영자행님을 델고 전 요양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면회를

신청하지 않은채 엄마방으로 직행했고, 그것을 원장에게 들켰?다나, 모라나....

요양원측에선 이웃사촌 영자행님이 딸이라고 하니

면회를 가장 자주오고 엄마방을 궁금해했던 나를 그 딸이라 여겨

엄마를 모시러 갔을 때 전달되지 않은 엄마 외출건과 맞물려  잘알아보지도 않고 나에게 퍼부어 댔던 것.

 

큰오빠의 설명에 요양원측의 입장도 이해가 되어

그 딸이 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주삼으로 마무리. - 나 아무래도 넘 착한거 같아...... ㅍㅎㅎ~

  

- 형제회 부활

 

 엄마가 떠나셔도 엄마 자식으로 남아있을 형제자매들이

최소 1년에 한번은 이렇게 모여 고기래도 굽자고 꽃뜨루(도원?)결의~ ㅎㅎ

회비 잘모아 뱅기도 같이 타자는 말에 큰형부는 캐나다행 뱅기를 먼저 타자고, 긋도 좋다.

어쨌거나 달마다 1가족당 5만원을 입금하기.

 

주천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있는 꽃뜨루 펜션 전경

천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면회-6월 12-3일, 강릉동치미막국수  (0) 2022.06.18
엄마면회-6월 12-3일, 꽃뜨루 펜션3  (0) 2022.06.18
엄마면회-6월 8일  (0) 2022.06.16
엄마면회-6월 5일(큰오빠네)  (0) 2022.06.09
엄마면회6월1일  (0) 2022.06.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