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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지 순례8 : 나가사키 운젠 지옥 계곡 기리스탄 순교자 기념비

babforme 2023. 4. 28. 23:52

운젠산은 운젠다케와 후겐다케라는 두개의 큰봉우리에서 가스가 계속 분출되고 있는 활화산이다.

이 화산의 활동으로 운젠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온천지역으로 알려지며

 나가사키에 살고 있던 서양무역상인들의 여름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화산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 열기, 습기 등이 지옥 같다 하여
         운젠 지옥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일본의 기리시탄에게는 정말로 지옥이었다.

이 운젠 지옥에서 배교를 거부한 일본 가톨릭 신자들이 칼에 온몸을 찔린 채

120도의 뜨거운 화산 열탕에 담금질당하는 잔혹한 고문 끝에 33분이 순교했기 때문이다.

 

성화비석과 십자가 순교비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
순교터에 피어있는 철쭉

운젠은 황화수소에 좀 더 강한 철쭉류가 퍼져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데

순교자들이 흘린 피처럼 붉은? 철쭉이 유황냄새 진동하는 산기슭 바위 틈사이에 피어있었다

        

운젠지옥 중턱에 있는 '오이토 지고쿠'에는 나가사키대교구에서 1961년에 세운 십자가 순교비와

 1939년에 설치한 성화 비석이 있다.

십자가 순교비에는 안토니오 이시타 신부와 미카엘 나카시마 수사 등 순교 복자 6위의 이름이 새겨져있고,

성화비석에는 시인 이쿠타 쵸스케가 운젠의 붉은 철쭉을 순교자가 흘린 피에 비유해 지은 

 '성스러운 불이 타오르다'라는 싯구 한구절이 새겨져 있다.

 

황화수소 가스를 품고 유황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운젠지옥은 에도막부기리시탄 금교령에 따라 1627년부터 1632년까지 6년간

당시 시마바라(島原)번 영주였던 마츠쿠라 시게마사(松倉重政)의 극심한 박해 속에 순교가 이어졌던 곳이다. 

특히 바오로 우치보리 사쿠에몬(47, 內堀作右衛門)을 비롯해 많은 기리시탄 신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펄펄 끓는

온천열탕에 내던져져 순교했는데, 이들 중 29명은 2008년 베드로 기베와 함께 187인 복자로 시복되었다.

 

우치보리 사쿠에몬은 기리시탄 박해가 심해질 때 서양선교사를 숨겨주고 선교활동을 돕다가(宿主) 

추방과 투옥, 고문을 당한 집안의 후손으로 선교사가 없는 시기에 사제를 대신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도록 지역의 신자들을 돌보며 지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런 가운데 1627 2 21일 우치보리의 5살된 아들을 포함해 37명의 신자가 체포되고, 

 배교를 거부한 16명의 기리스탄들은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뒤 두 척의 배에 태워져

엄동설한에 발가벗긴 채 밧줄에 묶여 아리아케(有明) 바다물 속에  

여러 차례 담금질당하는 잔인한 고문 끝에 모두 순교했다.   

그리고 2 28일, 체포된 우치보리와 다른 신자 15명도 양손 세 손가락이 잘리고

얼굴은 불로 切支丹(기리시탄)이라고 지져 새겨진 채 운젠지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양다리를 묶어 거꾸로 매달아 펄펄 끓는 유황온천열탕 속에

집어넣고 빼기를 반복하는 고문을 당하다가 모두 순교하기에 이른다. 

그 후에도 순교는 계속 이어져 5 17일에는 요하킴 미네스케 다이유(60, 峰助太夫)를 포함한 10명의 신자,

1629년에는 이사벨라로 불리는 조선여인도 역시 운젠지옥의 온천열탕 고문을 받다가 순교했다. 

나가사키의 치안과 기리시탄 탄압을 책임진 다케나카 시게요시(竹中重義)가 고안한

운젠지옥의 잔혹한 고문은 1632년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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