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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5월 24일

babforme 2023. 5. 28. 20:58

일주만에 커피 한나 싸들고 엄마에게 달려간다.

오늘 만나게 될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흐린 정신으로 심드렁하니 면회실로 나오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의외로 쾌청하다.

늘 감고 있던 눈도 번쩍 뜨고 지난주와는 다르게 숸 딸이 왔구나 바로 알아도 보고......

이런저런 일주간의 안녕을 주고받다가 열심히 기다리는 커피시간~

 

행복한 커피 마시기

'너도 마셔~' 처음으로 같이 커피를 마시자 권하던 엄마는 커피를 마시며 사뭇 행복하다.

'지난주엔 엄마 커피 마시면서 손을 많이 떨더니 오늘은 안떠네. 무서운게 없나보지. 그러니가 안떨겠지.'

엄마는 무심하게 진담같은 농담을 던지고 ㅇㅎㅎㅎ 기분좋게 웃는다.

'상식이 왔었어요? 아니~ 근데 왔었는데 내가 까먹었는지도 몰라~ 날마다 까먹기만하거등......

영자가 델꼬 왔었는데 내가 까먹어서 모르는지도......

엄마 까먹으니 맛있어? 혼자 먹지 말고 딸도 좀 주고 그러지는~ ㅎㅎ

근데 엄마~ 상식이가 못와도 섭해하지 마셔.  농사철이라 요즘 많이 바쁠거야. 

감자는 이미 다 심었을거고 옥수수도 심어야지 콩도 심어야지 부로콜리도 심고 밭작물들 일이 많잖아.

벌써 옥시기 심을때니? 벌써 5월이 다가고 있어 농사도 한창이지.... 아~ 그랬구나~

엄마~ 지난주에 엄마 자식농사 풍년든거 확인했었지? 안잊어버렸나 검사해볼까? ㅎㅎ

까먹어서 생각 안나도 다시 잘 생각하믄 기억날 껄~

엄마 자식 중 큰딸은 어디 살어? 서울. 맞아 서울살지. 서울사는 큰딸 이름은? ㅈ자,

큰아들은? ㅇ지니, 작은아들은? 내가 작은아들이 있니? 그럼, 엄마 작은아들이 들으면 섭할 소릴 하네.

작은아들은 원주 살잖아~ 아, 그렇구나~ 내가 자꾸 까먹어서......

괜찮아, 그럴수 있어요. 작은아들은 ㅎ지니, 아 맞다, ㅎ지니, ㅎ지닌 아주 장난꾸러기였어.

학교 유리창도 깨먹기도 하고, 공부는 안했는데 장난치는 건 아주 잘했지. 1등이었어. 장난은~ㅎㅎ

작은아들 ㅎ지니가 원주에 사는구나.

작은딸은? ㅁ자, 오잉~ 엄마 ㅁ자가 생각났어? ㅁ자는 입에도 안올리더니 웬일이야?

ㅁ자가 작은딸 맞아. 근데 ㅁ자는 모해? ㅁ자가 작은딸인거만 생각났고 다른 건 잊어버렸구나.

ㅁ자는 죽었잖아. 아~ 그랬니? 응, 엄마. 아주 오래전에 심장이 많이 아파서 먼저 급하게 하늘나라에 가버렸네.

ㅁ자가 애가 있었나? 있지. 딸 하나 낳고, 그 딸이 5학년 때 하늘로 떠나버렸잖아. 아, 그랬구나.

ㅁ자딸이 고상이 많았겠네. 글치, 엄마 없이 크느라 맘고생, 몸고생 많이 했지.

그래도 결혼해서 아들하나 낳고 나름 잘살고 있으니 엄마 걱정하지 마소.

그럼 셋째딸은 누구냐? 너잖아, 시방 나랑 있는 니가 셋째딸, 니한텐 해준게 없이 받기만 해서 미안하지.

모야~ 엄마, 시방 고백성사하는거야? ㅎㅎ 맞아, 엄마. 내가 가운데 껴서 많이 치이긴 했어. ㅎㅎ

막내는? ㅁ수기. 그래, ㅁ수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 ㅁ수기 아들은? 몰라, 생각이 안나.

ㅎ벼리, ㅎ겨리? 아니, 엄마 ㅎ벼리.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게 모지? 별!

맞아 별이지. 그래서 ㅎ겨리가 아니라 ㅎ벼리. 아~ ㅎ벼리~ '

왔다갔다하는 엄마의 기억을 따라 왔다갔다 힘든? 시간이 흐른다.

그렇게 신나하던 이미자 노래부르기가 오늘은 별로인가보다. 초옹가악 선생니임~ 두번 부르더니 끝. 

 

엄마의 기도
작별인사와 함께 한컷!

한시간을 훌쩍 넘긴 면회시간, 이제 마무리해야지.

엄마 다음주에 다시 올게요. 이제 들어가 쉬셨다가 저녁 맛있게 드세요.

끝기도 할까요? 응, 주님의 기도? 네. 주모경 같이 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이제와 우리 죽을때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예수님 우리죄를 용서하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주 오래전 먼길 떠난 ㅁ자를 생각하는 걸까?

가지런히 두손모아 기도하는 엄마의 얼굴에 간절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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