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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11월 특유의 꾸물꾸물한 날씨, 그래도 엄만테는 갔다와야지. 아들과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간단하게 엄마 간식을 챙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도 쾌청하다.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게 '커피주는 딸, ㅁ수니가 왔지. 목소릴 들어보면 알 수 있어.' 기분좋게 시작을 한다. 포도와 고구마를 한조각씩 드신 엄마는 커피를 달라신다. 딸보다 딸이 가져오는 커피를 더 기다리고 좋아하는 엄마가 귀엽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엄마 지금 밖엔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꼈어. 비구름은 무슨 색이더라? 비올라 하는 구름은 검은 구름이지. 구름이 끼면 하늘이깜깜해지거든~ 맞아,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사방이 어두워지지. 이렇게 비가 오고나면 추워지잖아. 추우면 뭐했었지? 우리~ ..
라온이가 왔다. 겨울 가장 기본적인 양식이 될 김장을 가져갈겸~ 간단하게 돼지보쌈에 김장김치 겉절이로 저녁을 먹고, 라온의 숙원(?)인 삼촌이랑 게임 한판 늘어지게 하기. 양볼이 발그레지도록 목소리도 커지고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라온에게 주는 삼촌의 선물-닌텐도스위치 일전, 라온에미 병원다녀온날, 에미 좀 쉬라고 울집에 라온일 데려왔었다. 그때 삼촌이랑 신나게 게임을 하고 빨개진 얼굴로 수줍게 꺼낸 한마디~ '삼촌 게임기 쓴지 오래됐어요?' ㅍㅎㅎ~ 이는 오래됐음 그만쓰고 자기 주면 안되느냐는 소리렸다! 라온친구가 친척형에게 쓰던 게임기 물려받았다며 엄청 부러워했다는 얘기를 에미에게 들었었는데...... '아니, 아직 더 쓸거야' 큰삼촌의 짓궂은 대답에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라니~ 할머니찬스를 쓰게 해..
추석날 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안흥으로 출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나라 말씀이 귀를 간지르지만 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휴게소도 패스하며 달려간다. 안흥에서 본 한가위 보름달 - 참 맑고 크다. 괴산 호국원으로 아버지가 이사하신 뒤 아버지가 22년간 계시던 터에 뿌려놓은 메밀이 잘자라 있다. 그 터에 함께 한 산부추- 참 곱다. 아버지가 본채에 이어 두번째로 지은 행랑채 마루에 큰오빠가 까페?를 하나 차렸다. 외양간과 헛간 그리고 작은 방과 마루가 있던 행랑채는 자식들 다 자라 대처로 나가고 아버지도 돌아가신 뒤 거의 폐가처럼 버려져 있었다. 그랬던 행랑채에 묵은짐들이 정리되고 까페가 들어섰다. 엄마와 함께 하는 주말마다 커피 냄새 그윽한 해바라기를 즐긴다지. 행랑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