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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주인이 떠난 집은 새주인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5월5일 5월 12일 그래, 비어서 망가지는 것보다 누구라도 살아 울아버지 엄마를 추억해 주는 것도 존일이지! 바뀌어가는 집 보기 싫다는 큰언니 태우고 반 강제로 다시 찾은 집, 한바퀴 돌며 아버질 추억하고 밤나무밭둑에서 미처 따지 않은 두릅 몇개와 취나물을 뜯는다. 나물 좋아하는 큰언니 한끼 일용할 양식, 집에 올라가기 싫다던 언니는 나물 한줌이 엄마가 준 선물이라며 ㅎㅎ 웃는다.
언제였더라~ 아직은 엄마가 나름 잘드시고(?) 집에 계실 때였으니 10월쯤이었나보다. 엄마에게 갔을 때 저녁 잘드시고 갑자기 고구마에 꽂힌 엄마 성화에 밤새 고구마를 찾아다녔었다. ㅅㅂ할머니가 가지고 오셨다는 고구마 한 박스, 엄마는 그 고구마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ㅅㅂ할머니가 들어다 싱크 위에 놓았다는데, 싱크 위는 물론 집안 곳곳 전체를 다 뒤져도 그 고구마 상자는 없었다. 내일 너 갈때 고구마 챙겨가라고, 그 고구마 찾아야한다고 밤새 성화, 또 성화를 부리시던 엄마는 과거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그때의 기억을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듯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부엌 뒤 광 구박에 (밤새 찾았던 ㅅㅂ할머니가 가져왔다는 고구마가 아닌) 담겨있는 고구마 몇 개를 결국 싸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엄마 치매판..
그렇게 엄마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고 집에서 기다리던 형제들과 함께 큰오빠네 새아파트로 간다. 계속되는 코로나에 사회적거리두기로 오빠네가 00에 마련한지 1년반이 지나서야 처음 가보는 새집, 생각지 않았던 방문이라 그냥 새집에서 더 행복하라고 술술 잘풀리라고 화장지 하나를 사든다. 삶은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가늠하기 힘든 일상으로 이어지고, 맥주도 겸한 저녁을 먹으며 막내가 '아~ 내조끼 집에 두고 왔다.' 그래, 황망한 시간을 마주하느라 우리 모두 경황이 없었으니...... 차안에서 생각났다면 바로 차를 돌렸겠지만 이젠 너무 늦은 시간, '안흥 정리하러 들어가야 하니 그때 챙겨다 놓을게. 중요한거 없음 설에 와서 가져감 되잖아.' 저녁 뒤 바로 숸으로 가려던 세딸들의 계획은 리조트 느낌의 오빠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