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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 면회가 허용되고도 거의 두 주를 지나쳤다. 남편의 코로나 확진 격리 기간이 끝나며 바로 움직이고 싶었으나혹시 모를 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 세월을 녹이고 또 녹이며 온전히 바이러스가 운동성을 잃기를 기다렸다.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는 겨울 패딩을 입고 계셨다. 누가 왔는지 알아~ 엄마? 내가 누구야? 미수니가 왔구나~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가 미수니였어? 선생님이 말해줬어. 수원딸이 왔다고~ 오~ 엄마 딸이 수원에 사는건 안잊어버렸네. 잘했어요. 수원에 사는 딸이 왔어요.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계속해서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엄마보러 빨리 못왔어요. 그랬구나~ 엄마, 민욱이가 누구야? 엄마~ 미수니 둘째아들이지? 민철이는 올 4월에 코로나 걸렸는데 9월말 10월 초에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걸려서.....
9월 21일 엄마 코로나 때문에 명절같지 않은 명절이 또 지나가고 있다. 이번 명절엔 집에서 아무런 음식을 하지도 않았다. 걍 일상처럼 과일과 떡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식구들 함께 구워 먹으려 준비한 소고기를 아이스팩에 넣어 엄마에게 갈 준비를 한다. 엄마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다. 아침에 많이 먹었다는 말씀만 하시더니 소화제 한웅큼 드시고 내내 주무셨다. 이래저래 한가위를 보내고 휘영청 뜬 달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길, 잘드셨었는데 갑자기 왜저러시지? 아흔세살, 적은 연세가 아니라 문득 드는 생각을 털어내며 맘이 무거워진다. 10월 5-6일 엄마 지난 한가위 때 엄마는 계속 주무시기만 했다. 오랜만에 손주들도 다 있고 집이 사람사는 집처럼 활기가 넘치는데도 엄마는 누워만 계셨다. 한가위 아침을 많이 ..
1. 정리 하나 (2020. 9. 16.)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멈추게 했다. 이런 애매한 분위기로 거의 한해를 애써서 버티는 중~ 이웃에게 혹시 모를 민폐가 될수 있다는 생각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꼭꼭 눌러 다잡는 요즘이다. 오늘, 갑자기 오오래 들추지 않던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구석구석 안보이게 자리를 차지한 채 집을 좀먹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또 한구석 차지한 채 숨어있던 사진첩이 눈에 띈 것! 사진첩엔 젊은 아낙과 어린 아들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아~ 우리에게 이런 때도 있었구나, 잊고 있던 유년의 내 아이들과 그만큼 젊은 사진첩 속의 내가 그립다.' 웬만큼 자란 아이들로 사진이 바뀐 사진첩 뒷부분, 아주 낡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오~ 엄마랑 아이들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