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10월 19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10월 19일

babforme 2022. 10. 29. 17:07

엄마 면회가 허용되고도 거의 두 주를 지나쳤다.

남편의 코로나 확진 격리 기간이 끝나며 바로 움직이고 싶었으나혹시 모를 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 세월을 녹이고 또 녹이며 온전히 바이러스가 운동성을 잃기를 기다렸다.

 

엄마 간식-엄마가 좋아하던 카스테라 그리고 사과즙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뜨지 않는 엄마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는 겨울 패딩을 입고 계셨다.

누가 왔는지 알아~ 엄마? 내가 누구야?

미수니가 왔구나~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가 미수니였어? 선생님이 말해줬어. 수원딸이 왔다고~

오~ 엄마 딸이 수원에 사는건 안잊어버렸네. 잘했어요. 수원에 사는 딸이 왔어요.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계속해서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엄마보러 빨리 못왔어요.

그랬구나~ 엄마, 민욱이가 누구야? 엄마~ 미수니 둘째아들이지?

민철이는 올 4월에 코로나 걸렸는데 9월말 10월 초에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걸려서.....

딸 얘기가 나왔으니, 엄마 딸이 모두 몇명이야? 잘 생각해보셔~ 엄마 딸이 모두 몇이더라~?

큰딸 작은딸 세째딸 막내.... 오잉? 엄만 딸이 4명이네. 그럼 사위는 몇명이야?

딸이 넷이니 사위도 네명이지. 어떤 사위가 이뻐? 사위가 다 이쁘지.

사위넷이 다 이뻐. 딸들도 이쁘고 아들들도 이쁘고 며느리도 이쁘고~

나는 복을 많이 받아서 자식들이 모두 착해, 엄마한테 아주 잘하는 효자들이야~

아~ 엄만 복 받았구나, 자식들이 모두 효자니까~

외국여행도 많이 시켜줬어. 와~ 엄마 외국여행도 많이 다녔구나~ 생각나는 외국여행 함 말해보셔~

딸이랑 젤먼저 갔던 곳이 태국이었지, 그때 우리성당 안젤라형님도 같이 갔잖아. 민철이랑 민욱이랑.

두번째는 캄보디아에 갔었지. 딸이랑 민철이랑 민욱이랑 해리랑 한결이랑 또 누구랑 같이 갔더라.

민주랑 주헌이랑 민주. 주헌이 엄마랑 그렇게 갔지? 

그담엔 어디갔었어? 그래, 큰오빠네랑 대만에 갔었잖아. 대만에서 맛있는것 많이 드셨지? 그랬겠지. 이것저것 먹었는데....

엄마 눈 망가지기전에 간곳이 상해잖아. 두아들 내외랑 갔었지? 팔순기념으로~

엄마, 12월에 민철이가 논문발표하러 두바이에 가는데 가실려? 그래, 가지 모~.

뱅기를 10시간쯤 타야 하는데 엄마 뱅기 그만큼 탈 수 있겠어? 몰라~ 뱅기 태워놈 걍 가는거지. 

근데 엄마 두바이가 어딘줄 알아요? 몰라~ 거기가 어디여? 모르는데 가실라구?

아랍인데 석유가 많이 나서 부자가 된 나라야. 엄마 10시간 뱅기 참을 수 있음 민철이한테 뱅기표 사놓으라할게.....

안보이고 혼자힘으론 움직이기 힘들어도 답답하시겠지. 콧바람도 쐬고 싶으실거고,

하루종일 누워 지내는 작은 침대가 엄마에게 허락된 최대의 공간일터 많이 자유롭고 싶겠지.

 

엄마 숫자놀이 한번 할까? 내가 하나하면 엄마가 둘 해야 돼.

하나~ 하나, 두울~ 두울.....

엄마는 그냥 나를 따라 숫자 50까지 세고, 유춘자가 누구냐는 말에 나지 누구여. 내가 유춘자여 하신다. ㅎㅎ

그래도 당신이 누구인지는 아셔서 다행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카스테라 조금 드시자니 그게 뭐냔다. 그 사이에 카스테라를 잊으셨구나.

카스테라를 손에 쥐어 드려도 드실 생각을 안하신다.

손에 무언가 들어오면 입으로 가져가는 본능도 잊으신걸까?

엄마 손에 카스테라 쥐어 드렸는데 좀 잡숴보셔~ 모라구?

엄마가 좋아하던 카스테라, 집에 계실 때 반찬처럼 카스테라를 밥이랑 같이 드셨잖아.

그래야 목에서 밥이 넘어간다고~  몰라~ 내가 그랬나? 그랬나 보네. ㅎㅎ

입에 넣어드리는 카스테라 두어점 받아드시고

사과즙 두어모금 마신뒤 너무 달다고 몸서리를 치시더니 그만 드신단다.

어쨌든 잘드셨으니 엄마 기도해야지. 우리 기도해보자. 잊어버렸나 안잊어버렸나 딸이 확인 좀 해야겠네.

울엄마 이럼 안되잖아~ 안그래? 엄마~~!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정교회식 성호경을 긋고 엄마는 조금씩 기억이 살아나는지 주님의 기도를 바친다.

오물오물 작은소리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 그래도 그분은 크게 잘들으실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끝끝내 눈을 뜨지 않던 엄마의 긴 어둠이 어깨를 누른다.

담주에 갈때까지 엄마 부디 사라지려는 기억줄 꼭 잡고 계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