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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 끄집어 내어1 - 첫 외국여행, 2003.10. 15-19 태국 방콕, 파타야 본문

바람불어 좋은 날

오랜 기억 끄집어 내어1 - 첫 외국여행, 2003.10. 15-19 태국 방콕, 파타야

babforme 2020. 9. 16. 16:15

1. 정리 하나 (2020. 9. 16.)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멈추게 했다.

이런 애매한 분위기로 거의 한해를 애써서 버티는 중~

이웃에게 혹시 모를 민폐가 될수 있다는 생각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꼭꼭 눌러 다잡는 요즘이다.

 

오늘, 갑자기 오오래 들추지 않던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구석구석 안보이게 자리를 차지한 채 집을 좀먹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또 한구석 차지한 채 숨어있던 사진첩이 눈에 띈 것!

사진첩엔 젊은 아낙과 어린 아들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아~ 우리에게 이런 때도 있었구나,

잊고 있던 유년의 내 아이들과 그만큼 젊은 사진첩 속의 내가 그립다.'

 

 웬만큼 자란 아이들로 사진이 바뀐 사진첩 뒷부분, 아주 낡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오~ 엄마랑 아이들이랑 처음 떠났던 해외여행 사진, 첫해외여행이라 많이 찍지도 않은 사진이 엉성하다.

거기에 엄마도 늙은이 사진 자꾸 찍어 뭐하냐며,

나중에 자식들이 사진처리할 때 골치아프다며 한사코 손사레를 치시고......

(어른의 언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젊은?딸의 변명같은~ ㅎㅎ)

빛도 바랬고 기본화질도 별로고, 태국의 상징적인 장소도 찍지않았다.

그저 아이들 중심으로 몇 컷 찍은게 전부~

같이 갔던 안젤라 형님과 분명 사진 한 컷 정도는 찍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안젤라 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형님도 사진이 없댄다. ㅍㅎ~ 우리 모한겨?

 

태국 방콕. 파타야 3박 5일 패키지 여행~

띠엄띠엄한 기억을 이어 붙이며 17년을 거슬러 긴 시간여행을 한다.

 

태국여행 기념품

엄마랑 두 아들이랑 처음으로 떠난 해외 여행 - 기억이 안나지만 왕궁 앞인듯하다.

 

처음 만든 여권
현지인 가이드 '어'와 한 컷!

이름이 참 인상적이었던터라 17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을 잊지않았다.

지금은 아흔하고도 두해를 더 넘겨

열심히 살아온 삶의 시간을 온몸으로 새기고 계신 엄마가 사진 속에선 곱고 건강하다.

이때 엄마 75세, 참으로 정정하셨다.

향신료 특유의 냄새나는 현지식도 맛있다 잘드시고,

자식 따라와 힘들게 하면 안된다고 늘 가이드 옆에 바싹 붙어 설명도 잘듣고,

길도 안잃고, 내 손이 갈일 없게 하셨었지.

생각하면 울엄만 나름 즐길 줄 아시는 여행체질이셨다.

오히려 내가 향신료에 힘든~ ㅎㅎ

 

코끼리 트레킹~

지금 생각하면 코끼리트레킹은 안했어야 했는데..... ㅎㅎ

코끼리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던 코끼리 등에 타는게 

약간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었지. 

몸집이 큰 코끼리는 바쁠 것 없이 천천히 걸었고

우리는 코끼리가 한발자욱 떼어놓을 때마다 흔들흔들 흔들리곤 했어.

 

호랑이쇼

악어농장에 가서 악어쇼도 보았었지. 쇼맨이 악어의 입을 벌리고 자신의 머리를 악어입에 넣었었지.

꿈쩍도 않던 악어, 지금도 이 패키지 프로그램은 악어농장을 가고 코끼리 트레킹을 할까?

 

여긴 어딘지 모르겠다.

근처에 파인애플 농장이 있었나~

그때 물갈이 배앓이와 체끼가 있던 큰아들은 파인애플을 하나도 못먹어 지금도 속상해 한다.

 

산호섬에서 낙하산 타기

한살 차이인데도 큰아들은 낙하산을 탔고, 작은아들은 무섭다며 낙하산을 타지 않았다.

산호섬 근처 바다에 띄워놓은 배와 연결된 낙하산으로 기억한다. 

바닷물빛이 환상적으로 예뻤던 산호섬에서 '언니 이뻐요. 이거 싸다~!'를 외치던 상인들도 생각나네.

 

방콕을 가로질러 흐르는 짜오푸라야강에서 탄 배

새벽사원이 배경으로 보인다.

이 강에서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식빵에 길든 커단 물고기들이 배가 지나가면

우글우글 모여들어 기함했던 기억도 있지.

 

새벽사원 또는 에메랄드사원과 왕궁? 모르겠다.

 

호텔 수영장에서 두 아들~

불교국가에 와서 작은아들은 갑자기 부처가 되었나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처님 손모양을...... ㅎㅎ

 

종일 여행이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의 아들들~

미니어쳐 공원에서 좀은 조악했지만 우리나라 숭례문을 배경으로~

 

여기도 어딘지 모르겠다. 조경수가 이뻐서 찍은듯~

 

   

태국에서 젤 크다는 주얼리센터에서 사온 보석?

 

남편이 잘다녀오라며 가방에 넣어준 돈으로 이 보석을 샀다.

이름도 모르고 보증서도 없어졌다. 보석이 맞겠지.

설령 아니라해도 남편 마음이 보석이니 기분내키는 날, 반짝이 반지 하나 만들러 나가볼까?

 

집에 남아 있는 태국 여행 기념품

엄마랑 태국여행은 본가어른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시작되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6년, 그해 이른봄이었던거 같다. 엄마보러 간 어느날,

'작은엄마네랑 고모네가 해외여행 가자는데.....

아~ 잘됐네. 경비 걱정말고 다녀오셔. 의논해서 일정 잡히면 연락주세요. 입금할게요.'

그리곤 아무 말이 없었다. 어른들 계획이 무산됐나? 무심한 시간이 흐르고~

여름, 엄마에게 갔는데 검푸른 옥 또는 비정형의 진녹색 돌(?)로 만든 전에 없던 목걸이를 하고 계셨다.

'엄마~ 웬 목걸이야? 아~ 이거 작은엄마네랑 고모네가 해외여행 다녀왔다고 일전에 와서 주고갔어.

엄만 안가고? 왜 연락안했어? 일정잡히면 내가 입금한댔잖아~

아~ 나도 안가는 줄 알았지. 말 꺼내놓고 아무 말이 없더니 갔다왔다네.....

잘됐지. 괜히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세 집 다 부부가 가는데 형없는 형수 혼자 끼면 시동생들도 불편할테고.....'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데 좀은 아쉬운 뉘앙스~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 속 깊은데서 무언가 훅 올라온다.

가난한 집 맏이(?)로 사느라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다.

농사지으며 가난해도 도시에 사는 동생들 누구에게도 손벌리지 않았고,

방학이면 큰집에 오는 조카들 너남없이 거두던 엄마 아버지였는데......

 

'아~ 그래요? 글믄 엄마 나랑 가요~'

그렇게 갑자기 가게 된 태국여행, 75세 적지않은 연세에 언제 또 엄마가 뱅기를 탈 일있을까 싶어,

엄마 건강에 부담되지 않는 곳과 일정을 고민해 춥지 않은 동남아, 그때 나름 핫하던 방콕. 파타야 패키지를 예약했다.

 

10월 중순, 드디어 김포공항, 엄마도 나도 아들들도 처음으로 국내선이 아닌 국제선을 탔다.

아침에 뱅기를 타고 점심으로 기내식을 먹고 오후에 방콕 국제공항에 내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방콕에선 왕궁과 새벽사원, 에메랄드사원, 짜오프라야강변에 있던 수상가옥과 수상시장을 봤었지, 아마도.

물 속에 기둥을 세우고 지은 집들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 물 속에서 열리던 수상시장하며,

비릿하던 선착장 냄새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식빵먹이에 우글우글 달려들던 커다란 물고기들~

파타야 바닷가 기념품가게에서 '언니 싸게 줄게요, 언니 이뻐요~'를 외치던 사람들,

 산호섬의 맑은 물과 파인애플 농장의 엄청난 파인애플과 잘 가꿔진 조경수들,

아들들이 좋아했던 호랑이쇼(?), 악어농장의 악어들, 산처럼 커단 코끼리를 타고 흔들흔들 걷던 길이 생각난다.

현지인 가이드 '어'가 잘못 산 입장권(물론 비싼 좋은 자리를 예매했던 어는 가이드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고 )에

좋은 자리에서 이쁜(?) 트렌스젠더 언니들이 펼치는 알카자쇼를 봤었지.

파타야의 지는 해를 보면서 씨푸드로 저녁을 먹고, 사제가 되려다 카대중퇴하고

가이드가 돼 어찌어찌 산다는 가이드 얘기를 들으며 안젤라 형님과 마음 짠해했던 기억도 난다.

어느해 겨울, 태국의 산촌에서 온도가 14도인가로 떨어져 여나믄명이 얼어죽었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들었지.

패키지 특성상 가이드가 데리고 갔던 가게들, 주얼리센터도 갔었다.

그때 안젤라 형님도 작은 보석 하나 샀는데......

그리고 잡화점에서 사온 무좀약, 나름 효과가 있어 여름이면 가려워 고생하던 내발이 지금도 깨끗하다.

태국에 가면 무좀약은 사와도 될듯~ ㅎㅎ

 

사진도 없고 기억도 이쯤에서 끝이 난다.

변변한 카메라도 없던 내가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요만이나 찍었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아들은 1회용 카메라 아니냐하고 아무래도 집에서 아이들 찍어주던 필름카메라가 아니었을까?

아들에게, 그리고 내게 떠오르는 단편들만 가지고,

그래도 코로나19 덕(?)에 기억 저너머에 잠자고 있던 오오랜 추억 하나 끌어올려 이만큼 정리를 했다.

다음엔 4년 뒤 엄마랑 아들이랑 조카들 데리고 갔던 캄보디아를 기록해볼까?

 

 

2. 정리 두울 (2022. 11. 11.)

 

시간이 또 많이 지나 엄마가 요양원으로 들어가?신지 벌써 11달이 되었다.

엄마가 한평생 살아오셨고, 우리들이 자라온 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더 이상 엄마가 사실 수 없어

자식들 마음에 짐 하나씩 짊어지고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셨다.

면회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기억을 잃어, 어느 순간 딸도 잊으실 날이 오겠지만

엄마는 해외여행에 대한 기억은 아직 또렷이 갖고 계신다.

오빠네가 엄마 짐을 정리하면서 찾은 이것저것들~

4월이던가 아니 5월? 엄마가 다니던 교회 물품이라며 오빠가 라면박스 하나와 액자 두개를 건네준다. 

그것을 받고도 차마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차 트렁크에 실어둔 채 5달을 걍 있었나보다.

그러다 며칠 전 차에서 내려 라면 박스를 열어보니 탁고상 1개, 예수성심상, 성모상, 이콘 두개,

가난한 촌부의 소소한 악세사리 몇개, 그리고 묵주5개와 내 결혼식 방명록,

14k 닳아빠진 반지와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태국여행 사진 3장이 들어있었다.

왈칵 눈물을 쏟으며 어쩌면 유품일 수 있는 엄마의 흔적들 눈에 담기.

 

산호섬에서 물놀이 뒤 다 젖은 아들들, 엄마와 나-오 젊은 나, 작은 얼굴 선이 제법 고운데.... ㅎㅎ
산호섬으로 가는 배에 오르는 엄마 - 웃음이 행복해 보인다.
드뎌 안젤라 형님과 찍은 사진이 발견?되었다. 함께 간 우리 5명이 아닌 엄마랑 코끼리 타고 둘이 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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