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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지난 설날 면회 뒤 두달만에 옆지기가 나랑같이 엄마 면회를 가겠단다. 대단한 사명을 띤 옆지기의 엄마 면회~ ㅎㅎ '집에 들어갔다와야 제대로 안흥왔다가는건데, 안흥에 와도 이젠 어디 갈데가 없어. 왔다간거 같지 않아서..... 오늘 집에 살짝 올라가 볼까? 그러다가 서로 민망한 일 생기면 어떻해? 그럴 일 없게 차에서 내리지 않고 휘돌아 함 살펴보고 오자규~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집 잘고쳐 이사했음 우리 모두 함 불러줘야 하는거 아냐? 그러긴 쉽지 않겠지. 이제 우리집도 아닌데 우리가 모라고~ ㅎㅎ ㅈㅁ님이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해준 우리들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 도착! '엄마~ 누가 왔게요? 맨날 오는 ㅁ수니가 왔겠지. 맞아, ..
장독대와 작은 꽃밭이 있던 뒤란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스레트 담장으로 세월만큼 빠르게 담쟁이가 기어오르고 엄마가 사시는 오래된 흙집에 밤새 흰눈이 내렸다. 아버지 이 세상 뜨시고 혼자 고향집을 지킨 스물 네해~ 기력이 다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밤이 무섭다. 퇴행성 황반변성이 온 엄마의 눈은 이제 엄마를 깜깜한 어둠속에 가두고, 그렇게 중도실명으로 십여년 버틴 엄마는 밤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온 몸의 촉들이 돋아나는 세상에 가장 두려운 밤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밤은 깊어 모두 잠든 시간, 까무룩 잠들었다 소스라쳐 깨기를 반복하며 엄마의 얕은 밤은 느릿느릿 지나간다. 해가 지고 제법 시간이 흐른 밤, 쥐들이 달려들어 아~ 흙벽과 천정, 엄마의 마음이 소란스럽다. 어린시절, 천정을 달려다니던 쥐들이 ..
추석날 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안흥으로 출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나라 말씀이 귀를 간지르지만 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휴게소도 패스하며 달려간다. 안흥에서 본 한가위 보름달 - 참 맑고 크다. 괴산 호국원으로 아버지가 이사하신 뒤 아버지가 22년간 계시던 터에 뿌려놓은 메밀이 잘자라 있다. 그 터에 함께 한 산부추- 참 곱다. 아버지가 본채에 이어 두번째로 지은 행랑채 마루에 큰오빠가 까페?를 하나 차렸다. 외양간과 헛간 그리고 작은 방과 마루가 있던 행랑채는 자식들 다 자라 대처로 나가고 아버지도 돌아가신 뒤 거의 폐가처럼 버려져 있었다. 그랬던 행랑채에 묵은짐들이 정리되고 까페가 들어섰다. 엄마와 함께 하는 주말마다 커피 냄새 그윽한 해바라기를 즐긴다지. 행랑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