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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 면회-6월 17일

babforme 2022. 6. 18. 22:16

1박2일 외출면회 뒤 4일만에 다시 만난 엄마!

엄마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엄마~ 부르자마자 'ㅇ수니가 왔구나~'

응접세트가 아닌 프로그램실에서 면회, 오늘은 면회시간 대부분을 원장과 부원장이 함께 했다.

면회신청하며 지난 12일 무례함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이미 다 풀린 일이 아니냐고 걍 넘기려는 부원장,

이해하는 것과 명확하게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은 다르다는 내말에 다시 알아보겠다 얼버무린다.

 

준비해간 간식은 포도 반개 드시는 걸로 끝

떠들썩하니 원장이 함께 하는자리,

나는 지난 일요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하고, 나도 모르는 유선생과 뒷문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님에도 그런 막말과  파렴치한 취급을 받았으니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야 되겠다고 사과 요청!

원장은 일이 벌어졌었다는 그날 상황을 설명하고,

'엄니는 보호자 아닌 분들도 면회를 많이 오신다. 그러면서 딸이라 하니...... 지난 일요일 부원장이 사과하지 않았냐?'

'안했다. 그래서 내가 사과를 요구하는거다. 요양원측이 화날만했다는건 나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럴수 있겠다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과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은 다르기에

우리 서로가 더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사과 요청하는거다.' 

'엄니~ 그날 유선생하고 누가 왔었어? 그 딸이 누구였어?' 원장의 질문에,

엄마는 '으응~ 유선생하고 영자가 왔어. 영자, 영자가 왔었지.'

결국 부원장이 들어와 편견이 있어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명의 말과 함께 사과를 하고, 편견이요? 어떤 의미죠? 날선 질문에 다시 해명과 사과가 반복된 뒤 원장과 부원장 함께 앉아 엄마랑 얘기를 나눈다.

'다른 선생님들도 하지만 어머닌 내가 주로 케어해요~ 네, 그렇군요.'

'어머니, 내가 누구여? 몰러~ 아이~ 그럼 섭하지. 내가 날마다 어머니 밥먹여드리고 그러잖아~ 내 목소리 몰라요?'

부원장이 너스레를 떨고, 엄마는

'아~ 선생님이 날 돌봐주셨구나. 난 또~ 선생님이 해준지는 몰랐지. 이제 알았네. 고마워요~

근데 엄마 고향은 어디셔? 내고향? 공근~ 공근에서 태어났어.  학교는 어디서 다녔어요? 안흥초등학교 다니고 서울서 아현동에 있는 여자학원다녔어. 그리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했지.  나도 서울 출신이예요. 나는 종로에서 태어나 거기서 쭉 살았어요. 연건동,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살게 된거예요?잠깐 생각하시던 엄마,

'몰 그딴걸 알고 싶어해? 아니 그냥, 서울서 직장생활하다가 어떻게 안흥에서 자리잡았는지 글찮아요~

엄마는'몰 그딴걸 알고 싶어해?' 하셨던 걸 그사이 잃어버리셨나보다. 금새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할머니집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서대문형무소로 일다녔지. 그러다가 미아리로 시집을 갔어.

1월에 결혼해서 얼마 못살았지. 6월에 전쟁이 났으니......'

엄마 말에 이어 내가 대신 대답하며 엄마 안흥정착기가 짧게 마무리됐다.

'외할아버지가 그때 안흥면 공뭔이었어요. 그래서 6.25 터지고 피란와서 걍 쭉 사신거지, 서울로 다시 못돌아가고......'

엄마랑 원장부부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저녁시간이 돌아왔고, 사무장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 저녁드셔야지? 내가 먹여드리고 갈까 아님 여기 선생님하고 드실래? 니 맘대로 해.'

엄마랑 있던 곳 식판놓을 자리도 마땅찮고 여러가지가 좀 그렇다.

'엄마~ 선생님들하고 저녁을 드시는게 나을 것 같아. 저녁 맛있게 드시고 밤에 열심히 기도하고 계셔~! 또 올게요.'

엄마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해서 잘가~!' 기분좋은 인사 뒤 사무장님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셨다.

 

환하게 웃는 엄마
금요일이서인지 돌아오는 길이 꽉 막혀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나름 가볍게 돌아오는 길,

자식들 모두 함께 1박을 한 기분좋은 기억 때문인지 엄마 컨디션은 아주 굿이었다.

보호자(자식들)만이 아닌 다른분들도 엄마 면회를 많이 오신다니 엄마가 90인생 안흥에서

잘사셨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인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래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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