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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6월 29일

babforme 2022. 7. 7. 13:28

면회를 신청하고 한참 뒤에 엄마가 나오신다. 

컨디션이 좋으신지 면회실로 나오며 'ㅁ수나~' 하고 크게 이름을 부르는 엄마다.

'엄마, 난줄 어떻게 알고 이름을 불러요?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그럼~! 니가 ㅁ수니잖아. 오~ 대단한데, 딸이 온 걸 알고 이름을 부르다니......'

ㅎㅎ 시작은 좋다.

 

딸이 준비한 엄마간식
눈도 번쩍 뜨고
엄마는 갑자기 요조숙녀가 된듯하다.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도 작게 조신하게 평소와는 다른 엄마

 '섬바골(선바위골)에 배 떠있는거 봤니? 어~ 섬바골에 배가 있었나? 엄마 난 못봤는데.....

신이 떠내려갔어. 섬바골 그 깊은 물에 엄마 신이 떠내려갔다고? 내가 가서 건져올까?

그래, 갈아앉아있음 건지면 되는데 떠내려가서 없지? 엄마~ 없네, 떠내려갔나봐. 이왕 떠내려간거 걍 한켤레 다시 사지뭐~

신발이 없다. 신발이 없어. 신을 잊어버렸잖아~ 어떻하지? 신을 챙겨와야 집에 가는데......

너 집에 가서 신을 좀 챙겨와라. 운동화 가져오고 내가 입던 한복도 가져와~!

엄마 한복입고 어디갈라고? 운동화 신고 어디 갈데 있어요, 엄마?  앙코르와트, 거기 높은데 올라가려면 운동화 신어야지!'

엄마는 양말 속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신발을 찾는다.

신발과 연결해 일어나는 생각들이 엉키더니 또렷하게 앙코르와트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운동화를 신어야한다고~

아아~ 엄마는 지금 가장 행복했던 여행,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앞에 서 계신가보았다.

어쩌면 섬바골에 떠 있는 배는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에 떠 있던 배를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조금씩 놓는 기억 속에서도 엄마는 캄보디아 여행 때 재밌었던 장면을 문득문득 말씀하신다.

참 다행이다. 엄마의 기억 속에 행복한 여행이 남아있어서.

'엄마~ 엄마 여행가고 싶구나, 우리 캄보디아에 다시 가자. 가서 그 높은 앙코르와트 꼭대기에도 올라가고,

바다보다 더 넓었던 톤레삽 호수에서 배타고 맛있는 거도 먹자.

아니, 이제 나는 못가. 신이 없어서 나는 못가. 신 다시 사면 되지. 딸이 가서 신 찾아올게.예쁜신으로 사올게'

울컥 솟는 눈물을 감추려 허허실실 목소릴 키우니 엄마는 세상 얌전한 요조속녀가 되어 한 말씀 시전!

'아유~ 남사스럽게 왜그렇게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 좀 조용조용 말해야지.....

에구~ 저이가 나더러 여기서 자라고 하잖아. 부끄럽게 어떻게 나므집(남의 집)서 자.

여기 이 사람이 누구여?  너도 봤니? 너한테도 여기서 같이 자자고 했니? 엄마, 엄마 뒤에 아무도 없는데....

지금 엄마랑 수원 작은딸만 있어. 엄마~ 오늘은 아주 많이 생각이 다 섞이나보네. 어떻해, 우리엄마~!

섬바골에서 배도 보고 신발도 잊어버리고 앙코르와트도 올라가고 한복도 입어야 하고 부끄러운 잠도 자야하고......

너는 너무 떠들레해. 그렇게 떠들레하면 욕먹어. 좀 조신해야지. 남사스럽게 큰소리내지 말래도.

알았어요. 얌전하게 있을게요.'

 

'엄마~ 지금까지 엄마가 행복하다 생각했던게 어떤거였어. 행복했던 기억 좀 말해봐요.

너한테도 여기서 자라고 했니? 난 부끄러워서.....'

엄마는 지금 어디쯤서 딸을 만나고 있는 걸까? 계속 맥락없이 유추가 안되는 말씀을 하시다가 뜬금포로 하시는 말씀,

'자식들하고 여행갔던거, 그게 젤 행복했어.

누구랑 어디로 여행갔었는지 생각나요? 큰오빠네랑 대만갔던거? 두아들 내외랑 중국갔던거? 

딸이랑 갔던 태국? 캄보디아? 어떤게 생각나요?

나는 자식복을 많이 받았어. 자식들이 모두 부모에게 잘해서 동네사람들이 부러워했어.

신이 없어서 집엘 못가네.여기서 자꾸 자라고 하는데 나므집에선 부끄러워 못자.

알았어요, 엄마. 내가 신 챙겨올게. 그때 집에 가자. 가서 부끄럽지 않게 집에서 편하게 자요.'

 

목이 마르니 음료수 좀 마시고......
아유~ 부끄러워라, 남들한테 숭 잡히지 않게 조용해라~ 너무 떠들레하면 안돼.

엄마는 생각에 잠겼다가 계속 작은목소리로 맥락없이

'근데 이건 맛이 다르네. 응~ 엄마, 엄마가 단거 싫어해서 걍 건건찝찌름한 음료로 가져왔어.

몸에 존거야. 채소랑 과일이랑 섞어서 즙을 낸거라 크게 달지 않고 먹기 괜찮아요~

조신해야지, 숭잡히지 않으려면 크게 웃는거 아냐~ 너도 여기서 저이가 자라고 했니?

아유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 를 다소곳한 자세로 반복하신다.

엄마는 지금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계실까? 

 

'엄마, 내가 가서 신갖고 올게요. 엄마 힘들어서 들어가 쉬고 싶댔지? 이제 기도하고 들어가자. 

엄마 들어가서 쉬면서 기도 계속하셔~ 그러면 내가 담에 신가지고 올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호경을 정교회 성호경으로 긋고 입만 달싹달싹하는 엄마!

그냥 엄마가 가장 행복한 기억만 남겨놓으세요. 

엄마 삶의자리에서 잊고 싶은 것들은 모두 잊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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