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7월7일 본문
후니에게 전화가 왔다. '토욜 할머닌테 가려구요.
....... 그래 잘다녀와~ 이몬 오늘 오후에 잠깐 갔다오려고~'
점심을 먹고 엄마간식으로 마침 욱이가 가져온 애플망고를 준비한다.
두유 한모금은 드실테고 케잌이랑 망고 한조각씩은 드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지 아주 냉랭하고 심드렁하다.
'엄마~ 딸왔어요. 몰라요. 딸이 누군줄 내가 어떻게 알어!
엉~ 엄마, 딸을 모른다고? 몬소리야? 수원사는 딸, 작은 딸 ㅁ수니~ 몰라~ 에구~ 이를 어째~?
오늘 우리엄마 다 모르는구나~ 왜 일케 기분이 안좋은 건데? 큰딸은 누구더라? 어디살지?
큰딸? 큰딸은 서울 살지. 이렇게 잘알면서 작은 딸한텐 왜그러셔? 몰라~
그럼 유춘자는 누구야? 유춘자는 유춘자지 몰 누구야? 엄마 밥은 잘드셨어? 밥이야 먹었겠지.
엄마, 욱이가 할머니 드리라고 애플망고 사왔는데..... 욱이가 누구야? 민욱이, 민철이가 누구야?
엄마 수원사는 작은 딸 아들, 엄마 손주들이지? 작은 손주 욱이가 할머니 생각하고 가져다드리라고 애플망고 사와서
내가 오늘 갖고 왔는데, 엄마 좀 드실래? 안먹어. 싫어, 안먹어.'
원장이 보다못해 나와서 거든다.
'엄마가 가끔 아주 오래전 것만 기억을 하셔요. 눈도 잘보이고 잘걸어다녔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벌떡
일어나려고도 하고 그럴 땐 기분도 좋아요. 에구~ 답답하게 마스크 누가 씌웠어? 걍 마스크 벗어요.
딸이 마스크썼는데 몰~. 근데 엄니~? 작은 딸이 학교는 어디로 다녔어요? 서울로 학교 다녔어.
글치? 작은 딸이 서울로 학교 다니고 지금은 수원에 살잖아~ 그렁가? 몰라~'
'엄마~ 눈을 좀 떠봐요. 에궁~ 눈곱이 잔뜩 붙어있어 눈뜨기가 힘들었겠네.
어디보자, 눈곱 좀 닦을게..... 눈을 안뜨니 딸이 누군지도 모르지'
괜히 궁시렁대며 물휴지로 엄마 눈곱을 닦아내는 딸은 마음이 아리다.
또다시 까무룩 선잠이 드신듯하더니,
'엄마~ 손 안아파? 오늘따라 더 구부러져 보이네. 손 아파, 만지지 마. 엄마 손에 모 바른거야?
머리는 언제 감았어요? 오늘은 머리가 뻗치지 않았는데? 그저께 감았어. 손이 아파~
그래, 엄마 손이 아프겠다. 퇴행성관절염이라 이게 좀 아파요.
딸 손도 손마디가 막 변형이 온다. 엄마 닮았나봐.....' 다시 침묵!
'엄마~ 우리 행복했던거 생각해보자. 엄마 김인수가 누구지? 몰라~ 모르긴 몰 또 몰라!
엄마 남편이고 우리아버지잖아~ 엄마 여행다니는거 좋아했지? 아버지랑 제주도 갔을 땐 어땠어?
제주도에서 모했는지 생각나? 제주도에서 밥먹었겠지 모~ 밥만 먹었어, 엄마? 말은 안타고?
멋있는 모자 쓰고 빨강 승마옷입고 엄마, 아버지랑 말도 탔잖아~ 말~? 아버지랑 말~?'
심드렁하던 엄마가 아버지랑 제주도 가서 말탄 얘기를 하자 기분좋게 빵 터져 웃는다.
잠깐 아버지랑 함께 했던 제주여행 기억이 살아났었나보다.
'엄마 오늘 많이 힘드신가보네. 엄마 그만 들어가 쉬세요.
엄마~ 한별이 알지?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그럼 엄마 막내딸이 누구야? 막내딸? ㅁ수기지. 그래 엄마, 막내달 ㅁ수기 아들이 한별이잖아. 엄마 손주~
아~ 한별이~? 한별이가 온대? 응~ 낼모레 한별이가 할머니 보러 온다는데 오늘 푹 쉬시고 한별이 오면
시방 딸에게 했던 것처럼 하지 말고 얘기도 하고 재밌게 시간보내셔, 알았지?
엄마 기도하고 들어가 쉬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멘~!!!'
엄마~ 담주에 딸이 왔을 땐 기분 좋은 수다를 좀 떨어요.
오늘처럼 다 내려놓지 말고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만 챙겨서 수다도 떨고
딸이 준비해가는 간식도 맛있게 먹고 그러자구요. ㅠㅠ
오늘, 슬펐던 20여분의 짧은 면회시간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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