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7월7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7월7일

babforme 2022. 7. 9. 11:50

후니에게 전화가 왔다. '토욜 할머닌테 가려구요. 

....... 그래 잘다녀와~ 이몬 오늘 오후에 잠깐 갔다오려고~'

점심을 먹고 엄마간식으로 마침 욱이가 가져온 애플망고를 준비한다.

두유 한모금은 드실테고 케잌이랑 망고 한조각씩은 드시려나?

 

간단히 준비한 엄마 간식
엄마에게 가는 길, 조 신호를 넘으면 바로 동수원톨이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가 마스크를 쓰고 면회실?로 오셨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지 아주 냉랭하고 심드렁하다.

'엄마~ 딸왔어요. 몰라요. 딸이 누군줄 내가 어떻게 알어!

엉~ 엄마, 딸을 모른다고? 몬소리야? 수원사는 딸, 작은 딸 ㅁ수니~ 몰라~ 에구~ 이를 어째~?

오늘 우리엄마 다 모르는구나~ 왜 일케 기분이 안좋은 건데? 큰딸은 누구더라? 어디살지?

큰딸? 큰딸은 서울 살지. 이렇게 잘알면서 작은 딸한텐 왜그러셔? 몰라~

그럼 유춘자는 누구야? 유춘자는 유춘자지 몰 누구야? 엄마 밥은 잘드셨어? 밥이야 먹었겠지.

엄마, 욱이가 할머니 드리라고 애플망고 사왔는데..... 욱이가 누구야? 민욱이, 민철이가 누구야?

엄마 수원사는 작은 딸 아들, 엄마 손주들이지? 작은 손주 욱이가 할머니 생각하고 가져다드리라고 애플망고 사와서

내가 오늘 갖고 왔는데, 엄마 좀 드실래? 안먹어. 싫어, 안먹어.'

원장이 보다못해 나와서 거든다.

'엄마가 가끔 아주 오래전 것만 기억을 하셔요. 눈도 잘보이고 잘걸어다녔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벌떡

일어나려고도 하고 그럴 땐 기분도 좋아요. 에구~ 답답하게 마스크 누가 씌웠어? 걍 마스크 벗어요.

딸이 마스크썼는데 몰~. 근데 엄니~? 작은 딸이 학교는 어디로 다녔어요? 서울로 학교 다녔어.

글치? 작은 딸이 서울로 학교 다니고 지금은 수원에 살잖아~ 그렁가? 몰라~'

'엄마~ 눈을 좀 떠봐요. 에궁~ 눈곱이 잔뜩 붙어있어 눈뜨기가 힘들었겠네.

어디보자, 눈곱 좀 닦을게..... 눈을 안뜨니 딸이 누군지도 모르지'

괜히 궁시렁대며 물휴지로 엄마 눈곱을 닦아내는 딸은 마음이 아리다.

 

뼈만 남은 손이 많이 변형이 되었다.
엄마는 딸과 만나는 면회시간에 심드렁하니 아무런 관심이 없다.

또다시 까무룩 선잠이 드신듯하더니, 

'엄마~ 손 안아파? 오늘따라 더 구부러져 보이네. 손 아파, 만지지 마. 엄마 손에 모 바른거야?

머리는 언제 감았어요? 오늘은 머리가 뻗치지 않았는데? 그저께 감았어. 손이 아파~

그래, 엄마 손이 아프겠다. 퇴행성관절염이라 이게 좀 아파요.

딸 손도 손마디가 막 변형이 온다. 엄마 닮았나봐.....' 다시 침묵!

 

아버지 얘기에 모처럼 웃는 엄마

'엄마~ 우리 행복했던거 생각해보자. 엄마 김인수가 누구지? 몰라~ 모르긴 몰 또 몰라!

엄마 남편이고 우리아버지잖아~ 엄마 여행다니는거 좋아했지? 아버지랑 제주도 갔을 땐 어땠어?

제주도에서 모했는지 생각나? 제주도에서 밥먹었겠지 모~ 밥만 먹었어, 엄마? 말은 안타고?

멋있는 모자 쓰고 빨강 승마옷입고 엄마, 아버지랑 말도 탔잖아~ 말~? 아버지랑 말~?'

심드렁하던 엄마가 아버지랑 제주도 가서 말탄 얘기를 하자 기분좋게 빵 터져 웃는다.

잠깐 아버지랑 함께 했던 제주여행 기억이 살아났었나보다.

 

심지어 입벌리고 잠까지 주무신다.

'엄마 오늘 많이 힘드신가보네. 엄마 그만 들어가 쉬세요.

엄마~ 한별이 알지?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그럼 엄마 막내딸이 누구야? 막내딸? ㅁ수기지. 그래 엄마, 막내달 ㅁ수기 아들이 한별이잖아. 엄마 손주~

아~ 한별이~? 한별이가 온대? 응~ 낼모레 한별이가 할머니 보러 온다는데 오늘 푹 쉬시고 한별이 오면

시방 딸에게 했던 것처럼 하지 말고 얘기도 하고 재밌게 시간보내셔, 알았지?

엄마 기도하고 들어가 쉬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멘~!!!'

 

헤어질 시간, 엄마~ 담주에 딸이 왔을 땐 반겨주셔~

엄마~ 담주에 딸이 왔을 땐 기분 좋은 수다를 좀 떨어요.

오늘처럼 다 내려놓지 말고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만 챙겨서 수다도 떨고

딸이 준비해가는 간식도 맛있게 먹고 그러자구요. ㅠㅠ

오늘, 슬펐던 20여분의 짧은 면회시간이 끝이 났다.

'엄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면회-7월 13일(큰오빠네)  (0) 2022.07.14
엄마면회-7월 9일 (후니)  (0) 2022.07.09
엄마면회 -7월 4일(작은오빠네)  (0) 2022.07.07
엄마면회-6월 29일  (0) 2022.07.07
엄마 면회- 6월 23일(큰오빠네)  (0) 2022.06.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