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 10월 19일 본문

엄마 이야기

엄마면회, 10월 19일

babforme 2023. 10. 24. 17:57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비 그치면 계절이 아주 깊어지겠지.

비내리는 고속도로는 물안개에 앞이 안보이고,

엄마에게 가는 길은 안개속에 갇혀있다.

 

떨어지는 빗방울과 물안개 자욱한 도로~
엄마 간식, 오랜만에 바나나도 슬쩍 끼워넣었다.

 

'누가 왔게요? 작은딸이 왔겠지, 모~

맞아, 작은딸이 왔지. 어제 그제는 오빠가 왔었지? 누구? 오빠~ 큰오빠, 엄마 큰아들~

몰라. 왔었나보지. 내가 다 까먹잖아. 맛있지도 않은 걸 몰 글케 까먹고 그래~

오빠가 맛있는거 갖고 왔었어? 그이가 오빤가~ 내가 오빠라고 불렀잖아......

누구? 누구한테 엄마가 오빠라고 불렀는데? 외삼촌? 아니 그게 아니라 ㅎㅎ

엄마 아버지한테 오빠라고 불렀어? 그럼~ 내가 오빠~ 그렇게 불렀지. 누구한테? 아버지? 

엄마 남편? 엄마남편이 누구였지? 니네 아버지지. 글치. 엄마 남편이 울아버지지.

근데 아버지한테 엄마가 오빠라고 불렀어? 엄마가 아버지한테 오빠라고 부르니까 아버지가 좋아했어?

그럼. 좋다그랬지. 아버지가모라하믄서 좋다그랬어?

우리 춘자 이쁘네 그러면서 아버지가 좋아했어? 그 오빠 이름이 모드라~ 김인수지.

아~ 울엄마 아버지 보고싶은가보네. 넌 몰 그르케 꼬치꼬치 캐묻니? 아니 궁금하니까~

근데 니네집 화장실 깨끗하지? 깨끗한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니네집 화장실이 깨끗하잖아.

엄마 화장실 가고 싶어? 화장실가고 싶음 걍 편하게 일보셔도 돼. 엄마는 이미 화장실을 몸에 지니고 다니잖아.

기저귀찼어. 내가 못걸어서 화장실을 못가. 걸어서 화장실 갔었는데 니가 깨끗한 화장실에 나 델고 갈래?

알았어. 엄마 화장실가자. 내가 딸 앞에서 부끄러워서......

엄마 부끄러워하지 말고 걍 편하게 지금 앉은 곳에서 일봐도 돼요.

니가 걍 앉아서 일보랬지? 근데 부끄럽지. 부끄러워서 안나와.'

 

정말 일을 보시는걸까?

 

엄마는 잠깐 힘을 주는가 싶더니 이내 다른 말씀을 하신다.

'이게(패딩) 여 (목) 까지 올라와서 싫어. 이거 치워~ 근데 너 커피 안갖고 왔니? 커피 줘.

알았어. 좀만 기다리셔. 금방 커피 드릴게.'

 

맛있는 커피마시기

 

엄마는 커피를 달게 드신다. '이거 치워~' 커피를 드시다 목까지 올라온 패딩에 짜증을 내고.....

'알써. 엄마 이거 지퍼 내리라는 거지. 커피 좀있다 드셔. 뜨거운거 쏟음 데어서 안돼.

왜 내 커피를 뺏어요? 그거 내꺼야. 커피 내꺼라구~

엄마 커피 아무도 안뺏어요. 뜨거워서 위험하니까 패딩 지퍼 내릴동안 잠깐 여기 내려놨다 드릴게.'

엄마는 맛있는 커피를 빼앗길까 화를 버럭 내신다.

먹을거 앞에서 처음 보이는 엄마 반응에 잠깐 무너지는 마음~

 

오늘 엄마의 기도는 엉성?했다.

 

그리곤 다시 깨끗한 화장실타령~ 아무래도 오늘은 빨리 들어가셔야겠다.

마무리기도도 엉성하게 하고 화장실에 꽂힌 엄마는 면회 40분만에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좋아하는 커피도 화장실에 꽂혀 1잔 밖에 못마시고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방안이 엄마에게 깨끗한 화장실일지도 몰라~

엄마 편하게 일잘보시고 담주에 만나요.

담주엔 오늘 못마신 커피까지 3잔 드실꺼? ㅎㅎ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