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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십수년만의 번개, 그리고 또 한동안은~

babforme 2024. 1. 10. 23:50

번개1 - 2023. 12. 22.

 

아주 오랜만에 번개를 쳤다.

무심하게 그냥 알아서 잘살다가 어쩌다 연락이 닿았고 반갑게 만난 그것을 우린 번개라고 이름붙였다.

 

지난해 연말 문득 날아온 문자 하나, ㄷㄹㅅ형님이다. '시간되면 같이 얼굴보자. 오늘 00시까지 ㅎㄹㄴ형님네로~!'

1-2년에 한 두번 생존만 확인하다 언제 함 보자로 마무리됐었는데...... 드뎌? 우리 '만남'

서로 다른 삶의자리에서 충실한 날들, 얼굴 한번 맞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지런히 볼 일 끝내고 달려간 ㅎㄹㄴ 형님댁에 곧이어 도착한 ㄷㄹㅅ형님,

오잉~~ 근데 ㄷㄹㅅ형님 혼자가 아니네.

옴마, 놀라워라~ 생각지도 못했던  정ㄷㄹㅅ형님과 이ㅁㄹㅌ형님을 중간중간 픽업한 ㄷㄹㅅ형님의 작품!

그렇게 우리는 오늘, 교구를 떠난 십수년만에 번개를 쳐, 

우연찮게 같은 아파트로 이사와 동네이웃이 되신 ㅎㄹㄴ형님댁에서 우당탕 만났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밥보다 더 맛있는 수다시간~

십수년 묵삭였던 얘기들이 실타래가 되어 풀려나간다.

못보고 산 그사이에 삶의자리에서 모두에게 일어난 참 많은 일들......

사람살이 당위라기엔 피해가고 싶은 일들을 온몸으로 훈장처럼 끌어안은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십수년만의 번개1의 찬란한 주인공들~

 

번개2 - 2024. 1. 8.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교구에서 만나 이리저리 부대끼며 짧게는 몇년, 길게는 십수년 한식구가 되었었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나보다 앞서 교구일을 마무리하신 형님들(선배님들),

어쩌다 주소록에 박제된 채로 남아있던 이름들을 보게 된 날이면 아주 아주 가끔 그 삶의자리가 궁금하기도 했어.

편치않은 몸상태에 교구봉사 17년의 마침표를 찍었던 2013년 겨울 이후,

그래도 한동안은 서로에게 배경이 되었던 그이름들을 바쁘게 흘러간 시간만큼 잊고 살았지.

1997년이던가 봉사자 모집? 주보안내문을 보고 찾아갔던 그곳은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 포진해있었어.

나같은 아무나는 주눅들 수 밖에 없던 그곳에서 내게 따스한 손 먼저 내밀어주었던 ㄷㄹㅅ형님,

그래서 겨울같은 그곳에서 꽃피우기는 몰라도 뿌리는 내릴수 있었지.

오늘, 이 번개도 ㄷㄹㅅ형님이 어쩌다 한번씩 톡과 문자로 하셨던 생존확인이 바탕이 되었으니......

 

2023년 12월 22일 번개1 수다에서 주소록에 잠자고 있던 전번들이 깨어났지.

모두가 궁금해하던 ㅎㅅ ㄱㄹㄹ형님 전번이 깨어나 '어머, 어머 ㅇㅎㅎ~' 수다가 이어지고,

쇠뿔도 단김에 빼리라 번개2 약속장소가 날아들었다.

(그날 바로 우리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며 평택의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멋있는 선생님,

ㄱㄹㄹ형님의 유일한? 휴일인 2024년 1월 8일 점심초대를 받았다.)

 

평택 번개장소

사는 지역이 달라 차 2대가 움직이려했으나 아침에 올라온 소식,

정ㄷㄹㅅ 형님 몸이 몹시 힘드신 상태, 암이란 놈은 치유돼도 또 다른 후유증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이쁜 얼굴과 구강이 박살?난 나나 통증과 부종으로 걷기 힘든 ㄷㄹㅅ형님, 그래도 형님요, 또 힘내봅시다요!)

정ㄷㄹㅅ형님은 이번 번개는 쉬시고 그중 제일 젊은? 내가 운전을 하기로~

만찬 주차장에서 십수년만의 도킹이 이루어지고 오늘 만난 우리의 안녕을 확인한다.

 

우리가 먹은 점심특선C

 

만찬에서 특별하다는 양념장 가지튀김
13가지였던가 한상에 차려진 어마무시 반찬과
연잎밥, 그리고 된장찌개
연잎밥의 고운 자태~

만찬에서 반가운 얼굴들 다시 확인하며 만찬을 즐긴다.

평택 시민인 ㄱㄹㄹ형님의 강력 추천으로 반찬만 13가지였던가 점심특선C를 주문했다.

어마무시한 한상이 차려지고, 마침 화로 곁 자리를 지킨 ㅁㄹㅌ형님이 고기를 굽는 기분좋은 상황~

아싸~ 나는 맛있게 먹기만 해야지~!  ㅍㅎㅎ~

 

선물받은 예쁜 커피,

만찬에서 점심만찬을 거하게 즐긴 뒤 ㄱㄹㄹ형님 부군이 운영하는

작고 이쁜 까페(에티오피아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

조 동그란 이쁜 병에 꽉꽉 눌러담은 콜드브루도 한병씩 선물로 받았다.

또 한번 아~싸~다!

 

맘씨좋은 주인장덕에 배고픈 겨우살이가 걱정없는 텃새 식구들~

십수년만이라고 아주 뽕을 뺀 평택 번개, 세 번째로 옮겨간 곳은 ㄱㄹㄹ형님 댁......

무슨 까닭이었는지 기억은 없으나 입주 초기 몇몇 봉사자들과 찾았던 형님댁을 다시 한번 찾는다.

그때, 입주초기라 그닥 크지 않았던 나무들이 베란다 창을 훌쩍넘겨 자라고

베란다 안전난간에 우산을 쓰고 달려있는 모이통엔 낱알들이 풍성하다.

박새도 오고, 직박구리도 오고, 곤줄박이도 오고, 온동네 새들이 맘놓고 모여와 배고픈 겨울,

걱정없이 만찬을 즐기는 행복한 풍경, 새들의 수다는 덤이다.

아~ 정말 좋다.

 

75ml의 요 앙증맞은 콜드브루
받은 선물, 언박싱-선물에 진심인 나란 여자~ 이거 넘 뽀샤시해지는 거 아님? ㅍ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길,

ㄱㄹㄹ형님이 준비한 또다른 선물을 두손 가득 들고 다시 칠 번개를 기대한다.

오늘, 십수년만의 번개, 고맙고 행복했어요.

모두 모두 건강 잘챙기고 잘지내다가 또다시 번개칠 때 아무도 빠지지 않은 완전체로 만나요.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 언제든 맘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콜드브루 아리차(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가 들어있던 커피병에 스킨이 뿌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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