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5월 16일 본문
이러저러 일들이 겹치며 열흘만에 엄마에게 가는 길,
몬일이래? 가다서다 반복하며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거북이가 되고......
오늘, 면회 쉽지 않겠는걸~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여느 때와 다르게 번쩍 뜬 눈으로
이미 엄마만의 세계에서 여행중이셨다.
딸의 인사에 대꾸도 없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엄마의 얘기,
오늘 엄마랑 그 여행을 무사히 끝내실 수 있을까?
장 다봤다고 집에 급히 가자거나, 진숙이네 가 있으라거나, 장보러온거 어떻게 알고 데릴러 왔냐거나,
말무덤쪽으로 해서 가야 물에 안빠진다거나, 운전해서 왔으면 짐 싣고 손님들 기다리니 집에 빨리 가자거나......
맥락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엄마에게 잠깐 쉬게 하려 커피를 드린다.
커피를 한 모금 드신 엄마는 집에 손님이 많이 오셨다고 커피대접을 하라는데,
엄마가 지금 머물고 섬망의 세계에서 엄마는 사람들을 실제 보고 계셨다.
이미 커피를 다 대접했다고 해도 아무도 커피드시는거 못봤는데 언제 대접했냐고,
거짓말을 한다고 노여운 엄마~
'얘가 안그러더니 이제 거짓말을 다하네요. 죄송해요. 이런 거짓뿌렁이가 어디있어, 원~'
한곳을 조용히 바라보던 엄마가 남친이 있다고 말씀하시네.
남친이 멋있냐 묻는 딸에게 밥을 안해줬더니 삐쩍 말랐다고.....
'엄마~ 아버진 어떻하구 남친을 사귀었어? 몰라, 어디갔는지 집에 안오잖아, 그래서 남친을 만들었어?
아버지가 괴산으로 멀리 이사를 가서 엄만테 오기가 힘든가보네. 아~ 이사갔구나.
그나저나 엄마 남친 좀 보여줘요. ㅎㅎ 내가 남친이 어딨어. 밥을 안해줘서 삐쩍마른 남친이 있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좀 조용히 해라. 얘가 왜 이렇게 떠들어. 시끄러워 죽겠어. 지난번엔 ㅁ수기랑 같이 와서
두년이 정신없게 떠들어대더니 오늘은 혼자서 말이 많네.
좀 조용히 해. 남사스러워서..... 여기 집에 오신분들이 숭봐~ 몬 딸년이 이렇게 왈가닥이냐고.....'
엄마 남친 좀 소개해달라는 딸에게 엄마 남친 앞에선 조신하게 있을까 해서
딸이 좀 조신해지라고 남친이 있다고 말했다며 ㅎㅎ 웃는 엄마~
엄마~ 딸은 적당히 조신하고, 적당히 수다도 떨며 잘살고 있슴다요. 걱정마셔.
없는 남친까지 만들면서 조신을 가르치지 않아도 됨다요. ㅍㅎㅎ
'이게 누구건지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입혀줬어.
시장도 가고, 집에도 가고, 진숙이네도 가야하는데 나메꺼 입고 어떻게 가~
아냐~ 그옷 엄마꺼야. 내꺼야? 이 오티가?
응,내가 드린거야. 걱정말고 입고 계셔, 입고 갈곳있음 맘편하게 다녀오셔~'
'머리도 안한지 오래돼서 보기가 안좋아~ 그래서 모자를 썼잖아~'
겸언쩍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모자를 훌떡 벗은 엄마는 '여봐~ 머리가 난리지?' 하신다.
'아냐~ 엄마 머리도 무지 멋져. 연회색으로 멋있게 머리가 세었는데 완전 멋쟁이라니~
거기다 모자도 엄마한테 잘어울려. 엄마 완전 패셔니스타야......'
진숙이네 가신다고 딸더러 먼저 가서 기다리란 성화와 손님대접도 안하고,
시끄럽게 떠들기만 한다고 계속 야단만 치던 엄마가 기분좋아하는 엄마 멋있어란 말~
울컥하네.....
여러까닭으로 딸이 부끄러운 엄마는 급기야 손님들?께 죄송하다 사과를 하고,
얘가 안그랬는데 왜 이렇게 어수선해졌는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시끄럽고 대접도 못하는 경우없는 애는 아니었는데 왜 거짓뿌렁만 늘었는지 모르겠다고,
얘는 두고 이제 가셔도 된다고
'어여 가세요. 얘는 제가 잘가르칠게요. 어서 가세요.' 가라는 손짓까지 하시며 엄마는 손님들을 보내셨다.
엄마, 미안해요. 손님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조신하지 못해서 엄말 부끄럽게 했네요.
한시간을 훌쩍 넘긴 면회시간,
손님대접해야해서 방으로 안들어가신다는 엄마에게 다음주에 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엄마의 섬망증상으론 오늘은 기도도 안되는 상황,
마무리기도하자는 딸에게 니가 대신해라 하시곤 입을 다무신다.
그리곤 손님들 잔뜩 오셨는데 밥해서 대접할 생각은 안하고 어딜 가느냐 내시는 역정!
밥하러 간다고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서 손님대접하려고 밥하러 집에 가요.
살살 달래서 방으로 모시고 오늘은 여기서 작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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