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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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2019 세 남자의 김장하기

babforme 2019. 12. 18. 07:59

찬바람이 조금씩 느껴지면

살아있는 생물들은 모두 나름의

겨우살이를 준비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꼬불꼬불 산길 너머에 있던 고향을 떠난)

결혼 전까지 혼자 겨울준비를 했었다.

그때,

월세 자취방 달아맨 부엌 쪽문을 열고 나오면

주인집 창고가 있고

그 창고 한 켠에 연탄 100장 들여놓은 날,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했던지~

 

10년이 훌쩍 넘은 자취를 끝내고

가정을 이루었을 때,

겨울준비는 김장이었다.

석유와 도시가스가

웬만한 집들의 연탄을 밀어내던 때였으니~

 

긴 세월,

강원도 친정에서

친정식구들과 축제처럼 벌리던 김장잔치를 끝낸 지

이제 다섯해?

해마다 300포기 이상

김장 밑준비를 하셨던 엄마- 참 힘들었겠다.

(밭에 배추 심고, 뽑고 다듬고,

절이고, 씻고, 속 넣을 재료 다듬고 씻고.....)

 

 

속을 넣는 남편과 두 아들~ 

 

 

우리집 세 남자가

올해의 김장을 한다.

도시 삶에 맞춰

 절인배추를 주문하고,

소꿉놀이같은 김장을 한다.

 

절인배추 40kg, 고추가루 반말, 양념용 무 12개,

생강600g, 깐마늘1kg, 갓 1kg,

쪽파1kg, 대파1단, 붉새우젓2kg,

찹쌀풀, 멸치액젓

 

아침부터 서둘러 무채썰어 속만들고,

오전중에 후딱 끝난 김장~

김치통5개,

2통, 2통, 1통으로

맛이 보장되지 않은 김치는

제 갈길을 갔다.

 

이제

먹는 사람이 맛은 책임질 일-

내 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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