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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점심먹고 1시에 엄만테로 출발,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었네.오늘은 엄마가 얼마나 엄마의 시간을 잊으셨을까~길가로 늘어진 나뭇가지들도 쳐내고 중앙 분리대와 소음방지벽도 교체하느라고속도로 여러 구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엄만테 달려간다. 요양원에서 큰오빠, 큰올케 언니를 만나 엄마를 함께 본다.엄마는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 모른다고만~ 더하여 네? 네~ 응, 응 만 반복하다 가져온 그거나 달라신다.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을 건져올리려 애쓰는 자식들에게 엄마는 힘들다고 하지 말자시고...... ㅠㅠ그래요~ 엄마, 많이 힘들고 속도 상하지?자식들이 하는 말에 적당한 대답도 생각나지 않고, 보이지도, 잘들리지도 않는 세상에서그래도 오가던 동문서답 엉뚱발랄한 이야기도 이제는 오가기 힘들어 웃을 일이 없..

오빠네 전언에 따르면 오늘 엄마는 기억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듯하다. 세 딸들만 기억해내셨다는데...... 25일에 갔을 때는 왔다갔다하기는 했어도 자식. 며느리. 사위. 손주들 일부까지 기억해내셨는데, 이제 엄마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텅빈 그 지점을 미련없이 가시려나 보네. 어느날 문득 '누구세요?' 하는 엄마를 상상할 수 없어 마음이 황량하다.

엄마 생신에 다녀오고 계속 일상이 애매하게 꼬이면서 엄마에게 두 주 넘게 가지 못했다. 논네 많이 기다릴텐데 싶어 편치 않은 마음, 지난주 가려던 엄마면회도 생각지도 못한 배터리 방전에 갑작스레 꽝이 되고 오늘에서야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달달구리 커피랑 간식 쬐끔, 그리고 뜨거운 물을 담은 텀블러를 챙긴다.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 컨디션은 어떨는지...... 이쁜 비니를 쓰고 나오신 엄마는 나올 때부터 평소같지 않게 몬가 들떠? 계셨다.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님의 딸이 왔다는 말에 딸이 누군지 모른다며 해맑게 웃으며 대꾸하던 엄마는 늘 감고 계시던 안보이는 눈도 번쩍 뜬채 위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계셨다. '엄마~ 오늘은 눈을 크게 뜨고 ..

생각보다 오전 일정이 빨리 끝났다. 오후에 엄만테 갈 수 있을 것 같다. 애들 찬스까지 다쓰며 끌어모아 이사나가는 세입자분 전세금 돌려준 날, 묵지근하게 다리를 붙잡던 산 하나 넘은 느낌으로 홀가분하게 엄마에게 달려간다. 1시간 3-40분을 달려가 3-40분 엄마면회를 하고 2시간을 달려 돌아오는 엄마면회 일정! 이젠 제법 엄마도 나도 익숙해진 일정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직까진 맑음이다. 포도 한조각과 케잌 한꼬집 정도 드시고 더 이상 안드시겠단다. '엄마 밥은 잘드셔? 잘먹지. 얼만큼 먹는데? 많이 먹지. 많이 먹으면 화장실도 잘 가시겠네. 그럼~ 많이 먹으니~ 아, 그럼 딸이 걱정할 게 없네. 엄마 잘드시고 잘 내보내고 하면~' 말씀은 그리하시나 집에서보다야 훨 낫지만 그닥 잘드시진 않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