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요양사 (5)
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늘 엄마는 또 어떤 모습으로 딸과 만날까? 만날 때마다 새로운 엄마의 세상~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면서부터 기분이 좋으시다. '유춘자씨, 오늘 기분 무쟈게 좋네요~ 모가 글케 좋아요? 우리딸이 나보러 왔는데 좋지. 니가 와서 너무 좋아~ 내가 너만 기다리잖아...... 딸이 오는게 뭐가 그리 좋은데? 재미있잖아~ 니가 오면 떠들레 재미있는 소리 마이 하잖아~ 아~ 글쿠나, 딸이 오면 엄마랑 수다를 많이 떨어 엄마가 좋구나~ 응, 안심심하니까~' 그래, 엄마가 많이 심심하실거야~ 보이지 않는 눈과 잘들리지 않는 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몸, 바쁜 요양사선생님들이 엄마만 살펴줄 수는 없을테니...... '그리고 또 모가 좋아? 니가 커피갖고 오잖아~ 내가 너 오기만 기다린다니..... 딸..
엄마 생신에 다녀오고 계속 일상이 애매하게 꼬이면서 엄마에게 두 주 넘게 가지 못했다. 논네 많이 기다릴텐데 싶어 편치 않은 마음, 지난주 가려던 엄마면회도 생각지도 못한 배터리 방전에 갑작스레 꽝이 되고 오늘에서야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달달구리 커피랑 간식 쬐끔, 그리고 뜨거운 물을 담은 텀블러를 챙긴다.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 컨디션은 어떨는지...... 이쁜 비니를 쓰고 나오신 엄마는 나올 때부터 평소같지 않게 몬가 들떠? 계셨다. 휠체어를 미는 요양사님의 딸이 왔다는 말에 딸이 누군지 모른다며 해맑게 웃으며 대꾸하던 엄마는 늘 감고 계시던 안보이는 눈도 번쩍 뜬채 위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계셨다. '엄마~ 오늘은 눈을 크게 뜨고 ..
작은올케언니와 교대 확인차 통화를 한다. 지난번 과일이랑 요거트를 넣고 갈아드렸더니 좀 잡수셨다고, 이번엔 망고통조림을 사왔는데 과육보다 달큰한 망고조림물만 드신단다. 하여 이번엔 내가 황도통조림을 사다 갈아드리기로 했다. 믹서기는 서로 알아서 챙기고, 도깨비방망이와 사과 반쪽, 황도통조림을 챙겨 집을 나선다. 딸이 집에 들어가 왔다갔다 돌아다녀도 엄마는 누워계신다. 안흥에 계속 계시는 걸로 말씀을 드렸어도 여전히 몸이 음식을 거부하니 나날이 빠지는 기력! 월요일(13일), 엄마가 병자성사를 하고 싶어하신다며 절차를 물어온 큰올케언니의 톡에 답톡을 달고, 요양사선생님이랑 잠깐 통화, 화요일(14일)11시로 병자성사 일정이 잡혔단다. 엄마 영신상에 도움이 될 터, 아직 정신 맑을 때 그리고 엄마가 하고 싶..
주초에 갔을 때 쑤어간 깨죽 조금(꼬마국자로 2개?)을 간신히 드신 엄마가 미역국은 드신대서 미역국을 끓인다. 들기름으로 달달 볶은 미역에 소고기를 듬뿍 넣어 미역국을 끓인다. 안드신다고 암것도 가져오지 말라는 엄마 말에 정말 딱 미역국만 끓여가지고 옆지기와 엄마에게 간다. 집에 도착하니 엊그제(주초)의 엄마 분위기와는 사뭇다르다. 누우신채 눈도 안뜨시고 꼼짝도 않는 엄마, 상식아우가 사다 신겨주었다는 가벼운 운동화도 못벗기게 화를 내신다. 늘 일어나 앉아 딸오기를 기다리던 엄마가 '어디 아프냐? 뭣 좀 드셨냐? 기분은 어떠냐?' 묻는 말에 시끄럽다고 아무말도 하지 말고 말도 시키지 말라며 화만 내신다. 엄마 드시겠다는 미역국 끓여왔으니 저녁 조금만 드시자는 말에 불같은 역정만 내는 엄마를 어르고 달래봤..
엄마 치매검사가 예약된 날, 아침부터 서둘러 안흥으로 출발한다. 복잡한 마음처럼 복잡한 도로, 생각보다 길이 밀린다. 지난주 엄마에게 왔을 때, 엄마는 방에서 나가셨다 방문을 못찾아 헤메고 다닌 이야기를 하셨다. 문득 사랑채 쪽에 둔 버려야할 종이속옷이 생각나셨다고, 아들 며느리 오기 전 그것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 속에 남아있는 안채와 사랑채 구조를 떠올리며 손으로 더듬어 나간 길, 방향감각이 뒤섞이며 방문을 찾지못해 한고생하신 얘기를 하신다. 다행히 집에 무언가 검침을 오신 분이 엄마를 방으로 모셔주고 여기저기 더듬어 방문을 찾느라 지저분해 진 손도 씻게 해주었다고..... 가슴이 무너진다. 엄마에겐 나라에서 건강검진하라 한다고, 요양사선생님 계속 오시려면 엄마건강검진 서류가 필요하다고 에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