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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작은오빠네의 짧은 면회(26일) 사진을 제주에서 보고, 수욜 부지런히 엄마에게 달려간다. 요양사선생님이 아닌 부원장?이 엄마를 모시고 나왔다. '엄마 커피주지 말아요. 몬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딸만 왔다가면 엄마 섬망증세가 심해져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윽박지르는 소리에 기가 막히다. 대체 이양반은 요양원을 왜 하는 걸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치매걸린 엄마랑 딸이 무슨 얘길할까요? 엄마 기억에 따라 맞장구도 치고, 옛날 얘기도 하고 비가 오면 비 얘기, 추우면 군불 뜨시게 때주던 아버지 얘기, 엄마 컨디션에 따라 주제를 바꿔가며 얘기나누는게 뭐가 문젠데요? 다른 형제들이 엄마면회 온 날은 괜찮고 제가 오면 문제라는 거예요?' 단전 저 아래에서 깊이 치밀어오르는 화, 지긋이 누르는 내 말톤에도 각이..
오늘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간다. 한가위에 엄마를 보러갔던 옆지기가 한달이 좀 넘은 오늘 엄마에게 간다고 연차를 냈다. 열심히 달려달려 요양원에 도착, 오잉~ 엄마랑 순덕언니?가 면회실에 나와계신다. 반가운 신부님도 계시고 안흥성당 교우님들도 몇 분이 함께 오셨네. 아~ 엄마랑 순덕언니 봉성체가 막 끝난 상황~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봉성체를 하실수 있었구나.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능력 때문에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신부님과 안흥성당 교우분께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네. 오랜만에 성체도 모시고 신부님과 교우들도 만났으니 이미 기분이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딸과 사위 더하여 커피도 왔으니 엄마가 얼마나 좋았겠어~ ㅎㅎ 옆지기가 믿는 그분과 엄마가 믿는 그분이..
텃밭에 대놓았던 차를 돌려 엄마 모시기에 편하게 빼놓고 들어오니 엄마는 여전히 '아무데도 안갑니다'를 반복하고, 차빼러간 나를 찾으며 엄마가 했다는 얘기를 벌개진 눈으로 큰언니가 들려준다. '00아 00아~ 너 하나도 안미워했어. 내가 너를 왜 미워해~!' 엄마 건강이 급격히 안좋아지며 올 때마다 '보기도 싫다, 다시는 오지 말라, 미운년 또 왔네, 아이구 지겨워, 목소리도 듣기 싫어' 화내고 소리지르고 주먹질에 발길질하던 엄마가 차빼러간 사이에 저런 말씀을 하셨다고. 큰언니는 엄마가 너 미워서 그러신게 아니라며 눈물바람이다. 아무데도 안간다고 입으로만 버티던 엄마는 결국 떠들썩한 요양원원장에게 덜렁 안겨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내 차에 태워졌다. 엄마 옆에 큰올케언니가 타고 조수석엔 떠들썩하니 말만 ..
지난달 17일 엄마의 치매를 확인한 뒤, 요양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동안은 그냥 지금처럼 재가서비스 받고 자식들이 오가며 엄마 90평생의 고향에서 무난하게 엄마의 일생이 마무리되기를 원했다. 딸이라 때때로 엄마에게 요양원얘기를 꺼냈어도 정말 요양원까지 가지 않으셨으면 했는데, 이젠 안되지 싶다. 치매검사를 하기 전 주, 엄마에게 다시 꺼냈던 요양원 얘기에 요양원엔 가고 싶지 않다던 엄마, 그러면서도 '내가 아무리 가기 싫어도 자식들이 어쩔수 없어 가야 한다면 가야지. 내가 힘이 있나.....' 흐려지는 말꼬리에 엄마 마음이 읽혀 왈칵 눈물이 솟았었다. '엄마 지금처럼만 하면, 더 정신줄 놓지 않고 밥 잘드시면 요양원 안가도 돼. 잘할 수 있지?' '어쩔 수 없어......'가 끝내는 순리가 되는 아..
엄마 치매검사가 예약된 날, 아침부터 서둘러 안흥으로 출발한다. 복잡한 마음처럼 복잡한 도로, 생각보다 길이 밀린다. 지난주 엄마에게 왔을 때, 엄마는 방에서 나가셨다 방문을 못찾아 헤메고 다닌 이야기를 하셨다. 문득 사랑채 쪽에 둔 버려야할 종이속옷이 생각나셨다고, 아들 며느리 오기 전 그것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 속에 남아있는 안채와 사랑채 구조를 떠올리며 손으로 더듬어 나간 길, 방향감각이 뒤섞이며 방문을 찾지못해 한고생하신 얘기를 하신다. 다행히 집에 무언가 검침을 오신 분이 엄마를 방으로 모셔주고 여기저기 더듬어 방문을 찾느라 지저분해 진 손도 씻게 해주었다고..... 가슴이 무너진다. 엄마에겐 나라에서 건강검진하라 한다고, 요양사선생님 계속 오시려면 엄마건강검진 서류가 필요하다고 에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