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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 면회가 허용되고도 거의 두 주를 지나쳤다. 남편의 코로나 확진 격리 기간이 끝나며 바로 움직이고 싶었으나혹시 모를 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 세월을 녹이고 또 녹이며 온전히 바이러스가 운동성을 잃기를 기다렸다.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는 겨울 패딩을 입고 계셨다. 누가 왔는지 알아~ 엄마? 내가 누구야? 미수니가 왔구나~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가 미수니였어? 선생님이 말해줬어. 수원딸이 왔다고~ 오~ 엄마 딸이 수원에 사는건 안잊어버렸네. 잘했어요. 수원에 사는 딸이 왔어요.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계속해서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엄마보러 빨리 못왔어요. 그랬구나~ 엄마, 민욱이가 누구야? 엄마~ 미수니 둘째아들이지? 민철이는 올 4월에 코로나 걸렸는데 9월말 10월 초에 이서방이랑 민욱이가 걸려서.....
면회를 신청하고 한참 뒤에 엄마가 나오신다. 컨디션이 좋으신지 면회실로 나오며 'ㅁ수나~' 하고 크게 이름을 부르는 엄마다. '엄마, 난줄 어떻게 알고 이름을 불러요?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그럼~! 니가 ㅁ수니잖아. 오~ 대단한데, 딸이 온 걸 알고 이름을 부르다니......' ㅎㅎ 시작은 좋다. '섬바골(선바위골)에 배 떠있는거 봤니? 어~ 섬바골에 배가 있었나? 엄마 난 못봤는데..... 신이 떠내려갔어. 섬바골 그 깊은 물에 엄마 신이 떠내려갔다고? 내가 가서 건져올까? 그래, 갈아앉아있음 건지면 되는데 떠내려가서 없지? 엄마~ 없네, 떠내려갔나봐. 이왕 떠내려간거 걍 한켤레 다시 사지뭐~ 신발이 없다. 신발이 없어. 신을 잊어버렸잖아~ 어떻하지? 신을 챙겨와야 집에 가는데...... 너 집에..
바이욘 사원의 부조 놀라움의 연속-여기에 무엇을 더할수 있을까? 옛 크메르인들의 진심을 이토록 섬세하게 낱낱이 어떻게 더 새길수 있을까? 앙코르톰의 중앙사원인 바이욘사원 회랑에는 당시 크메르제국과 베트남이 치룬 전쟁, 크메르인들의 신앙과 생활상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자야바르만7세의 업적도 알리고, 신앙과 삶의 자리를 알리고 교육하는덴 눈에 보이는 그림(여기선 부조)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을 테니 사람살이는 어느 세대나 지역이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앙코르의 엄청난 유물 앞에서 신과 자연과 사람에게 진심이었던 이들의 노고에 고개를 숙인다.
그동안 생각으로만 넘치던 오랜 기억 한자락을 블로그에 기록.정리하기 시작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 몇 년째 얌전히 저장돼 있는 14년전 캄보디아 여행사진첩~ (엄마랑 아이들이랑 태국으로 갔던 첫 해외여행도 17년만인 지난해 가을에서야 간단하게 블로그에 기록 정리를 했으니 나의 게으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오랜기간 바오로사도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을 준비했었지. 가난한 살림살이, 가벼운 주머니 힘들게 6년을 참아 넘기며 아끼고 아껴 모은 1천만원 큰돈~ 두 아들 중학생이니 고등학교 가기 전 함께 가보리라 엄청 열심히 준비했다. 동네 꼬맹이들 공부 봐주며 조금씩 들어오던 사례금 쪼개어 살림에도 보태고, 눈앞에 펼쳐질 터키를 그리며 참 열심히 모았다. 총알이 마련되고 20일 일정의 터키..
9월 21일 엄마 코로나 때문에 명절같지 않은 명절이 또 지나가고 있다. 이번 명절엔 집에서 아무런 음식을 하지도 않았다. 걍 일상처럼 과일과 떡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식구들 함께 구워 먹으려 준비한 소고기를 아이스팩에 넣어 엄마에게 갈 준비를 한다. 엄마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다. 아침에 많이 먹었다는 말씀만 하시더니 소화제 한웅큼 드시고 내내 주무셨다. 이래저래 한가위를 보내고 휘영청 뜬 달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길, 잘드셨었는데 갑자기 왜저러시지? 아흔세살, 적은 연세가 아니라 문득 드는 생각을 털어내며 맘이 무거워진다. 10월 5-6일 엄마 지난 한가위 때 엄마는 계속 주무시기만 했다. 오랜만에 손주들도 다 있고 집이 사람사는 집처럼 활기가 넘치는데도 엄마는 누워만 계셨다. 한가위 아침을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