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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위로가 필요해 - 스미싱당하다

babforme 2020. 9. 8. 23:59

1. 스미싱 사기피해

 

그 일이 있은 뒤 근 열흘은 무서워서 제대로 컴퓨터를 열지도,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지도 못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모두 인터넷으로 움직이는데,

그 인터넷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된 상황이 두려웠다.

 

그날, 나는 내가 애써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며 몇 개월째 지지부진한

갠일(?)에 불편한 맘을 블로그 뒤적이며 숨기고 있었다.

내 산란한 마음을 그들은 알았던 걸까?

 

8월 25일,

그 끔찍한 일들은 바로 이런 문자로 시작되었다.

아들로 사칭한 놈들을 나는 철석같이 아들이라 믿었고

사건은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아들(?)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고(아들이 필요하다는 문자에 신분증과 계좌번호를 주었다.)

놈들은 내 휴대폰 메모장을 알뜰히도 털었다.

건망증 수준의 기억력을 대신해 카드를 비롯해 공인인증서까지

모든 비밀번호를 친절하게 저장해놓은

휴대폰 메모장을 고스란히 놈들에게 바친꼴이었다.

 

놈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안건 아들이 퇴근하면서.....

휴대폰 잘 고쳤냐는 내 질문에 몬소리? 작은아들의 생뚱맞은 표정이라니~

'몬소리야? 니가 휴대폰 고장나서 컴터 랜덤으로 문자하고 있다면서

연락안되니 문자로만 연락하랬잖아, 신분증 사진찍어 보내달라고,

그래야 엄마 전화 빌려쓸 수 있다고......'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 아들이 급하게 움직였다.

작은아들은 112에 신고하고, 큰아들은 공인인증서 틀어막고,

혹시 몰라 카드 분실신고와 계좌 지급정지시키고.......

 

신고받고 경찰도 바로 오셨다. 

일단 공인인증서와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하라고,

다했다하니 피해금액을 알아보랜다. 일단 우리와 국민 계좌는 멀쩡했다.

아무일 없어 다행이라며 조심하라고,

악성코드 심어놨을지도 모르니 휴대폰은 초기화하든 바꾸든 하라며 경찰들은 돌아가고,

별일없다는 안도감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밤이 지났다. 

신협에서 아들을 통해 연락이 오기까지는 그렇게 아무일도 없는줄 알았다.

 

밤에 정지시켰던 은행일보러 나가는 내게 재택하는 아들이 어제 밤 놀란 마음 위로한다며 카드를 건넸다.

은행일 끝나면 사고 싶은거 사고, 맛있는거 먹고 기분풀고 들어오라고~

기분좋게 일 끝내고(공인인증서 새로 발급받고 통장 비번 바꾸고, 카드재발급 신청하고) 

은행을 나서는 순간 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

뭐지? 불안했다.

'엄마한테 연락이 안돼서 제게 전화했대요. 신협에 이상한 거래내용이 있다고 알아보래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놈들은 신분증과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내 금융정보를 모두 뒤졌고,

인터넷으로 거래가 가능한 분야를 찾아냈다.

내 금융정보를 모두 들여다본 놈들의 타겟은 제1금융권이 아니라 제2금융권인 신협이었다. 

놈들은 내 이름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증권사에 통장을 3개나 개설하고

내게는 덜쓰며 아껴서 들어놨던 신협공제(신협보험)에 약관대출을 받은거였다.

연락처도 놈들 것으로 바꿔놔 내게로 와야할 대출알림이 놈들 연락처로 가고......

놈들은 노출된 내 신분증과 공인인증서로 인터넷상에서 내가 되어 

우리가 공인인증서를 막기 바로 전에 통장 만들기와 약관대출로 돈을 빼내면서 나를 KO패시켰다.

놈들은 내이름으로 만든 통장 3개와 더불어 대포통장을 이용하여

시중은행 3곳과 우체국, 울산에 있는 신협까지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돈세탁을 했다.

 

 

2. 사고처리

 

-8월 26일

 

스미싱은 순간이었는데 사고처리는 참 많은 절차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놈들은 초고속으로 날고 있는데, 

놈들이 세탁하느라 걸쳐놓은 여러 금융기관과의 공조는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느라 굼벵이 걸음.

인터넷으로 밤에도 빠르게 처리되는 일들은 결국 고객편리를 가장한 금융기관 이익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더구나 사기사고를 당한 입장에서 보면 더 그러했다.

신협에서 거의 두어시간에 걸쳐 뒷처리를 하고 서류를 뽑아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서 또 두어시간에 걸쳐 피해진술과 조서를 쓰고,

담당수사관은 1주일정도 뒤에나 배정이 된다했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경찰분이 요즘 부쩍 스미싱피해가 늘었다고 주위에 많이 알리라고 하신다.

실제로 신고 접수하는 동안에 옆자리 경찰도 접수를 받고 있었다.

사고사건사실확인원(조서를 쓴 경찰이 써준다.)을 1장 떼어서

신협에 제출한 시간은 오후 3시가 훨씬 넘은 시간,

이제 신협에서 연결된 다른 금융기관에 협조요청을 할 수 있는 공식서류가 만들어진 것.

신협직원의 신분증분실신고는 했냐는 질문에 아차~ 싶다.

놈들이 또 내 신분증을 어디에 써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 운전면허증 분실신고를 했다.

아침 10시에 나와서 스미싱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뒷수습하는데 하루가 다갔다.

다행히(?) 남편이 휴가중이라 경찰서에 같이 가주고 힘이 돼주었다.

휴대폰까지 바꾸고 집에 들어가니 오후 6시가 넘었다.

 

- 8월 27일

 

어제 끝끝내 연락이 안되더니 오늘 오전에야 한국투자신탁에서 연락이 왔다. 

신협에서 접수한 지급금지신청은 계좌명의자가 직접 한투에 와서 접수해야한다고~

참 기가 막히다. 이미 놈들은 날랐는데

연결된 세탁용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내가 개설도 않했는데 계좌명의자라고 직접 와서 하라니~

내가 아닌 놈들이 밤에 인터넷으로 내 계좌를 만들때는 잘도 만들어주고......

한투에서 또 오전 한나절이 다갔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챙기며 기진맥진이다.

내가 바보같이 당했다는 생각에 미안해 식구들에게 힘든 내색을 할수도 없다.

 

오후 4시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수사관이 배정이 됐댄다. 일주일 뒤에나 배정이 된다더니.....

수사관이 내 이름으로 개설된 증권회사에서

거래내용과 인터넷통장개설이력서를 떼어 내일 오전중에 가져다달랜다.

이런~ 오전내내 한투에 있었구만 내일 다시 갔다와야하는 상황,

또 한곳은 우리지역에 지점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분당,

8시부터 개장한다니 일찍 서두르면 서류제출엔 문제가 없겠다.

 

-8월 28일

 

오전 7시 30분 남편과 같이 분당으로 출발,

이미 사고계좌란걸 아는 직원이 친절하게 서류를 떼준다.

그리고 계좌해지까지 해주어 다시 분당에는 안가도 된다.

8시 30분 분당에서 우리 지역 한투로 달린다.

한투는 사건 종료 뒤 가능하다니 계좌해지는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서류가 준비되고,

 담당수사관이 현관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피해는 어쩔수 없지만 하루래도 빨리 수사해야 흔적이 좀 더 남아있어

추적이 용이하다고,

그래야 제3의 피해자를 줄일수 있다고,

워낙 이쪽으로 전문가들이라 한번 걸리면 누구든 당할수 밖에 없다고,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수사나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간단히 미팅은 끝났다.

 

예정돼 있던 울식구 처음인 1박2일의 여행,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갈까말까 고민하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머리도 식히고 사고 뒤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도 떨칠겸 가방을 챙겨 강원도로 떠났다.

작은아들이 예약해놓은 속초 한화쏘라노에서

놀라고 황당해 힘들었던 몸과 맘을 조금은 추스렸다.

며칠 못잤던 잠도 좀 잤다.

 

 

3. 혹시 스미싱을 당했다면?

 

스미싱을 당하고야 알게 된 사실들이 참 많았다.

놈들은 우리들이 생각지도 못한,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러니 보통의 생각으로 살던 우리들이 아차~ 하는 순간에 당할 수 밖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혹시 모르니 알아두어야 할 정보.

먼저 스미싱 당한 것을 알았다면,

그 즉시 아래 포털싸이트에 신분증 분실신고를 할 것.

아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주소와 들어가면 보이는 '메인화면'이다.

싸이트에 들어가

아래 박스에 표시한 개인정보노출 등록. 해제를 클릭하면

신분증분실신고를 할 수 있다.

시중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실시간 통보가 되기 때문에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공인인증서 막고 주계좌든 서브계좌든 모든 계좌 지급정지하면서

112에 신고할 것.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파인'에 개인정보노출등록을 하는 것.

꼭 기억들 하시라!

 

 

 

 

 

 

4. 씁쓸한 그러나 해야하는~

 

-8월 31일

 

약관대출은 우리들이 애써서 모으는 적금보다 이율이 거의 2.5배 이상 비싸다.

그러니 적금을 깨서라도 대출금을 갚는게 그나마 덜 손해보는 일~

결국 내가 써보지도 못한, 놈들이 대출한 돈을 꼬불쳐 아꼈던 돈으로 갚는다.

그래도 내가 감당할만큼이라 감사해야하나?

이미 엎지러진 물, 내게서 떠난 대출금이 그래도 좀은 좋은 곳에 쓰이기를.....

 

대출금을 갚는 내게 신협에서 준 위로선물,

무쟈게 비싼 휴지와 세재와 휴대용 머리손질기~

 

 

정리를 하자면,

 

스미싱은 ①나와 연결된 누군가를 사칭해 문자로 온다.

②휴대폰이 고장나 문제가 생겼다고 상황설명을 한다.

③휴대폰을 잠깐만 빌려쓰는데 필요하다며 어떤 어플에 가입하게 하고 신분증을 요구한다.

④휴대폰이 고장이라 안되니 컴터랜덤으로 받을수 있다며 문자로만 연락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당한것을 알았다면,

 

①바로 조 위에 소개한 '파인'이라는 싸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 노출 등록을 한다.

(이런 싸이트가 있는줄도 모르다가 이번에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뒤져 알아낸 싸이트이다. 시중 금융기관에 실시간 통보가 된다.)

②공인인증서를 막는다. 혹시 싶은 계좌도 지급정지 신청을 한다.

③112에 신고한다.

 

이런 문자를 받았을 때는 반드시, 꼭! 사칭된 상대와 통화나 톡으로 확인할 것!!!

가능한 한 카드나, 통장, 공인인증서 비번은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

(휴대폰 메모장에 친절하게 다 기록해 놓았다가 망한 1인)

 

너무도 황당하게 눈뜨고 코 베인 내가 아직도 인터넷 세상이 두렵고 아프지만,

이런 황당한 피해를 당하는 이가 더는 없길 바라며......

 

'경찰관님이요~

널리 소문내서 피해자를 줄여달라는 경찰관님 얘기대로 블로그에서 소문내고 있어요.

근데,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자꾸 버리라 하는 현실이 참 많이 아프고 속상하네요~'

 

오늘(9월 15일), 이 포스팅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너무 무서워서 컴도, 휴대폰도 제대로 못열던 시간들이 또 지나가고

조금씩 인터넷 속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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