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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새식구를 들였어요~

babforme 2021. 9. 7. 23:12

꽃집나들이를 다녀왔다.

꽃을 좀 사자는 남편의 성화에 백운호수 근처의 비닐하우스 단지 꽃집들을 순례했다.

남편의 꽃타령은 8월부터 시작되어 8월 셋째주 토욜에는 과천꽃단지를 갔더랬다.

양재동 꽃공판장으로 가자던 내 말 따라 운전을 하던 남편이

한번 가본 곳이 있다며 길을 돌려 더듬더듬 찾은 곳은 과천 꽃농원단지~

그래, 어디든 가보자~ 꽃이 꼭 양재동에만 있겠어?

근데 가는 곳마다 문이 닫혔다.

비는 내리고 어렵사리 찾은 베고니아 전문 관엽농원에서

이쪽은 대개 도매를 하기에 주말엔 문을 열지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다시 남편의 꽃타령에 내가 아는 지역 소매 농원 단지로~

 

철사를 잔뜩 감아 사람들 마음껏 구부려놓은 대로 자라야 하는 분재들,

꽃망울 맺히던 가을꽃, 국화~

넓은 하우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동백과 관엽수들~

미쳐 이름도 불러주지 못한 숱한 식물친구들이

커다란 비닐하우스집에서 저마다 존재감을 뿜뿜 뽐내고 있었다.

 

단지 가장 안쪽 꽃집부터 차례로 돌며 식물들과 눈을 맞추다

마침내 맞아들인 식물친구들~

 

9월 4일 백운호수 꽃단지에서 업어온 친구들
향기가 은은히 난다는 서향동백
꽃이 단아한 배풍등
잎과 꽃이 화려한 시클라멘

네번째 꽃농원에서 이 친구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70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장님은 

그 넓은 하우스 안의 식물들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곤 하셨다.

코로나시국에 손님이 뚝 끊겨 힘들다며 미리 선수쳐

꽃값 흥정을 알아서 하시고~

우리에게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끝도 없이 하시던 사장님은

나에게 잘하라고 남편에게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ㅎㅎ

 

부인이 담낭암 말기에야 병증을 알게 돼 3개월만에 세상을 떴다고~

이별준비도 못한채 갑자기 떠나보낸지 몇 개월째인데 참 사는게 힘들다고,

일 끝나고 들어가 혼자 끓여먹는 밥이 넘어가지도 않고,

말 한마디 거들 사람이 없으니 집안은 적막강산,

못해준 것만 생각나 하루 하루 후회 속에 지나는 날들이라,

늙으나 젊으나 부부가 서로에게 제일 위안인데 함께 꽃농원하면서 24시간 붙어 살다

혼자 남으니 이건 삶이 아니라고..... 

'아~ 사람이 그리운 까닭이었구나~' 진심담아 위로의 말을 건네며

검정 봉지 가득 담긴 꽃을 들고 나선다.

부디 하우스 안에서 온전히 피어나는 꽃처럼 혼자 남은 삶도 새롭게 피어나기를~!

 

구슬같은 다육이 블랙자옵투
트럼펫을 닮은 다육이 트럼펫핑키

네번째 꽃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터라 또다른 꽃집들은 설렁설렁~

오늘의 마지막 순례 일정- 다육이 농원

건너편에서 이사한지 보름정도 돼 정리가 덜됐다는 다육이 농원엔

친절한 사장님 설명만큼이나 많은 다육이들이 앙증맞은 얼굴로 앉아있었다. 

내 고향과 가까운 제천 출신에 내손가락의 반지를 보며 같은 신앙을 가졌다고 더 반기던

다육이 사장님은 마사토 한봉지를 서비스해 주시고,

우리는 처음 보는 이쁜 다육이 2종을 데려오기로 했다.

동네 꽃집에서 한포트에 1000원~3000원 정도하는 어린 다육이만 데려왔던 

우리가 나름 통크게 한번 지르는 걸로~

남편이 고른 이름도 생김새도 독특한 '블랙자옵투'

내가 고른 트럼펫처럼 생긴 '트럼펫핑키'

다육이 화분 두개가 무려 5만원, 후덜덜한 가격이다.

 

비닐하우스 꽃농원을 순례한 거의 세 시간여~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이쁜 새식구들 델고 집에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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