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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1월 10-11일, 엄마

babforme 2021. 11. 14. 16:04

옛이야기에 빠지신 엄마

집에 일 좀 해놓고 4시 근처에 출발한 딸을 엄마는 오래 기다리셨나보다.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딸이 반가운 엄마는 왜 이렇게 못오나 한걱정했다고 신이 나셨다.

중도실명 10여년, 이제 엄마의 기억은 10여년 전 당신이 자유롭던 그 시절까지에 머물러있다.

오늘도 엄마는 오랜 기억을 끌어올려 맞장구쳐 줄 딸에게 풀어놓는다.

아주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엄마의 지나간 일상들, 너무나 멀쩡한 엄마, 전혀 찾을 수 없는 치매?끼.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들 니가 다 해줬잖아. 세탁기, 선풍기, 뻐꾸기시계, 전자레인지, 싱크대, 장농......

자개장농은 ㅇㅇ이네가 새거 사믄서 버린다기에 얻어온거여.

지금은 장농에 좋은 건 아니어도 이불이 그득하지만 그땐 이불이 없어서 손님이 오면 고민이었어.

한번은 원주 고모부가 와서 자는데 이불이 없어 앞집에 가서 빌려왔거등.'

'맞아, 집에 이불이 없어 엄마가 서울인지 어딘지에서 얻어온 오래된 코트를 덮고 윗방에서 잤던게 생각나.

그때가 원주고모부가 오셨던 때인가? ㅎㅎ 그래도 국민학교 5-6학년인가 그쯤부터는

딱딱하고 무거운 이불이라도 한채씩 각각 덮고 잤지, 아마도~'

'그땐 다떨어져 못입게 된 옷들을 솜처럼 틀어줬거든. 그런 솜을 넣어 이불을 만들었으니.....'

못입는 옷을 틀어 만든 이불 얘기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시간여행은 다시 오틔(옷) 얘기로 이어진다.

'너한텐 내가 늘 많이 미안하지. 키우면서 오틔도 한번 새 걸 못사줬으니.....

오틔가 미자입고 너 입으면 못쓰게 되니 막내한텐 좋은 건 아니어도 새 오틜 사줬는데,

오빠들은 남자라 이래저래 좀 사줬고 너한텐 해준게 없어.

암것도 못해준 너한테 염치없이 넘치도록 받고만 있으니 내가 죄인이지......'

고해성사하듯 풀어놓은 오틔얘기가 너무도 진심인 엄마가 슬퍼 눈물을 쏟는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힘들게 살면서 엄마 마음에 묻어놨던 아픈 얘기들 다 풀어놓아

이제 삶의 긴?여행에 끝지점이 훨씬 더 가까운 엄마 마음이 부디 편안해 지기를......

 

오후 6시 평화방송 미사중이신 울엄마, 아가타 자매님 - 가지런히 모은 주름진 손에 어떤 기원이 담겨있을까?
딸이 준비한 대기업표 일용할 양식- 포도 한송인 다시 들고 왔다.
소고기미역죽을 맛나게 드시는 엄마-싱겁다고 반찬을 좀 많이 올려놔달라며 잘드신다.
내친김에 커피까지 한잔

저녁을 잘드신 엄마는 한껏 기분이 좋다. 밤인데 커피도 한잔 달라신다.

그래요, 맛을 느껴 드실수 있을 때 드셔~

그리곤 엄마의 사위는 머리(뇌) 속에서 만들어진 얘기를 마치 사실인듯, 눈으로 본듯 선명하게 풀어놓는다.

 딸의 슬픈 맞장구가 시덥잖다 느꼈는지 혼자 노여웠다 반성?했다 감정 널을 뛰는 엄마를 보면서 딸은 목이 멘다.

사람에게 삶의 끝자락이 곱고 아름답기를 기대하는건 사치일까?

 

10시부터 곤히 주무신 엄마는 새벽 1시에 일어나셨다.
새벽 1시부터 기도하다 주무시다를 반복하며 날이 밝았다.

엄마의 시간, 스물네시간 삼천육백오십일 밤낮없이 깜깜하기만 한 엄마의 시간이 뒤엉켜 엄마를 좀먹는다.

어둠 속 공포가 엄마를 공격?하고 새로운 얘기를 만들어내며 자식들 마음을 무너뜨린다.

엄마의 기도 속 성총이 가득하신.....으로 엄마의 어두운 시간이 축복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딸이 일상으로 돌아오기 전 같이 한컷~

짧은 동거가 끝나는 시간, 담주에 다시 올게요~

이제 딸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엄마는 또 많은 얘기를 가슴에 묻은 채

어두운 시간을 참아 오래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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