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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11월 17일, 엄마 -치매판정받다.

babforme 2021. 11. 19. 21:11

엄마 치매검사가 예약된 날, 아침부터 서둘러 안흥으로 출발한다.

복잡한 마음처럼 복잡한 도로, 생각보다 길이 밀린다.

 

지난주 엄마에게 왔을 때,

엄마는 방에서 나가셨다 방문을 못찾아 헤메고 다닌 이야기를 하셨다. 

문득 사랑채 쪽에 둔 버려야할 종이속옷이 생각나셨다고,

아들 며느리 오기 전 그것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 속에 남아있는 안채와 사랑채 구조를 떠올리며 손으로 더듬어 나간 길,

방향감각이 뒤섞이며 방문을 찾지못해 한고생하신 얘기를 하신다.

다행히 집에 무언가 검침을 오신 분이 엄마를 방으로 모셔주고

여기저기 더듬어 방문을 찾느라 지저분해 진 손도 씻게 해주었다고.....

가슴이 무너진다.

 

손주며느리가 사준 조끼를 곱게 차려입고 기다리시는 엄마

엄마에겐 나라에서 건강검진하라 한다고,

요양사선생님 계속 오시려면 엄마건강검진 서류가 필요하다고 에둘러 말을 한다.

그리고 잊어버린 돈 찾았느냐니 '저번 너 왔을때, 내가 손주들 생일 축하금으로 주라고 너 줬잖아.' 하신다.

이렇게 멀쩡한 기억이 순간 어디로 가는 걸까?

두 손주 생일축하금으로 꺼내 준 사실을 아득히 잊고 없어진 돈에 꽂혀 엄마는 많이 속상하셨다지.

작은오빠에게 전화받고서야 엄마가 도둑맞은(?) 돈 때문에 많이 노여웠다는 걸 알고 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오랜만에 타는 차에 멀미를 하셨다. 접수 뒤 X-ray 찍기위해 기다리는 중

천천히 나름은 조심스레 운전을 했으나 횡성병원까지 오시는 길이 

차멀미까지 더하여 많이 힘드셨나보다. 엄마는 휠체어에 앉아 힘든 몸을 추스르고......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엔 보호자 1명만 들어올 수 있다니 큰오빠랑 큰올케언니는 차에서 대기하고

내가 병원에서 엄마랑 함께 하기로 한다.

X-ray를 찍고 피검사 소변검사를 하러 2층으로 올라간다.

 

피검사. 오줌검사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바짝마른 엄마의 육신은 온힘을 다해 체액을 짜내느라 힘겹다.

검사 컵에 겨우 받은 몇 방울의 오줌,

간신히 찾은 핏줄, 잘나오지 않는 피에 왼팔에서 오른팔로 옮겨 두 번을 찌르고야

5개의 피검사용 유리병?을 간신히 채운다. 

'이렇게 힘든 분께 이런 검사처방전을 쓰는 ㅇㅅ나 그에 따라 안나오는 피를 억지로 뽑아내는

나나 참 살기위해 애쓴다.' 혼자 궁시렁대는 검사담당자의 푸념?이

인간적이어서 슬펐던 엄마의 검사 두 개가 또 끝났다.

 

검사 처방전 두개는 끝내고 두개 남았다.
mri검사
인지검사중인 엄마

눈이 보이는 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지검사 항목 서른개를

눈이 안보이는 엄마에게 검사담당자가 읽어주고 대답하며 검사가 진행되었다.

100-7은? 93이라 바로 대답하던 엄마는 93-7에서 막혀버렸다.

'몰라요, 왜 똑같은걸 자꾸 물어봐요? 

우리집 양반 군번은 0000...이요, 내 주민등록번호는 0000...이구요.'

엄마는 대답못한 게 속상한지 묻지도 않은 아버지 군번과 엄마 주민등록 번호를 외우고

담당자는 웃으며 '어머~ 잘하시네요.' 대답한다.

1.2층을 오르내리며 4시간여에 걸쳐 엄마의 모든 검사가 끝이 났다.

이제 검사 결과를 듣는 시간,

mri가 찍어낸 영상 속 엄마의 뇌는 쪼그라들어 검은 구멍으로 드러났다.

저 검은 구멍 속으로 엄마의 기억들이 사라져 가는걸까?

'뇌가 위축되어 쪼그라들었지요. 검게 보이는 여기가 원래는 꽉 차 있어야 하는건데..... 

헛것들이 보이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하셨을 거예요.

뇌상태와 인지검사 결과가 일치합니다. 치매입니다.

피검사 소변검사 결과는 아주 좋습니다. 심전도검사도 이상없구요.'

의사와 인지검사담당자 앞에서 자식들이 모두 효자여서 엄마에게 너무 잘한다는 자랑과

행복하다고 자랑?이 넘쳐나던 엄마는 뇌를 빼고는 모두 건강하셨다.

 

그래, 지난해 늦가을부터 엄마는 검은 물체들과 이상한 소리와 싸우느라 잠못들고 두려워하셨었지. 

그게 뇌의 문제일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황반변성에 따른 중도실명으로 엄마의 마음밭 반응이 만들어내는 상상 속의 이야기일거라 여겼는데.......

그때 바로 검사를 하고 약처방을 받았으면 엄마는 지금보다 괜찮았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

 

큰아들 등에 업혀 집으로
처방 약-이 약 드시고 더 망가지지 않고 현상 유지하시길

결과에 따른 약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예상은 했었지만 가슴에서 줄 하나가 툭 끊어진다.

부디 이 약을 드시고 더 나빠지지 않고 현상유지라도 하시길......

 

병원 다녀와서

멀미가 좀 갈아앉았는지 집에 돌아온 엄마는 편안해 보인다. 

'나, 오늘은 저녁먹을거야.' 늘 안드신다 외치던 저녁을 오늘은 드시겠다니 다행이다.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에 곤하셨을 터 다 써버린 당 제대로 채우셔야지.

 

11월 17일 숸으로 오기전 한컷

큰아들. 큰며느리와 맛있게 저녁드시라 인사하고

 엄마랑 얼마나 더 찍을지 모를 사진 한컷 찍고 다시 나의 삶의자리로,

참았던 눈물 펑펑 흘리며 허위허위 운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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