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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비로봉을? - 12. 11. 본문

바람불어 좋은 날

치악산 비로봉을? - 12. 11.

babforme 2021. 12. 14. 15:23

엄마가 기다리던 손주 후니가 9시 반 쯤 도착하고 성당에서 끓여온 청국장으로 아침을 차린다.

당신은 안드시면서 자식들 밥먹으라 성화시던 엄마 앞에서 짐짓 더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다.

요양사선생님이 출근하고 엄마가 준비한 용돈도 받고 집을 나선다.

시간 넉넉한 후니도 할머니 앞에서 울 것 같아 더 못있겠다고 우리 나설 때 같이 나간단다.

후니는 다음 일정에 맞춰 원주로 우리는 우울한 기분 바람이나 쐰다고 엄만테 오기전에 계획한 치악산으로 출발!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있는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찻길 옆에 잘 만들어놓은 데크를 따라 걷는다.

구룡야영장을 지나고 한참을 걸어 드디어 신흥주차장에 도착,

옆지기는 여기도 주차장이 있는데 저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왔다 억울해하고

나는 ㅎㅎ 웃으며 구룡사 입장료를 끊는다. 둘이 6,000원!

우리 앞에 표없는 두 여자분을 통과시킨 안내원이 만65살 넘었으면 공짜라며 돈내고 다닐 수 있을 때가 존거라 웃는다.

그만큼 젊다는 거니 존거 맞는 말인 것 같다. ㅎㅎ 

 

구룡계곡쪽으로 낸 데크 황장목길을 걸어,

(황장목; 조선시대 왕실에 납품하던 단단하고 질좋은 소나무로 왕의 관이나 궁궐건축, 선박(병선)제작용으로 사용.

일본산림학자가 지은 금강소나무가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이나 만기요람에서 부르는 황장목으로 소나무의 제이름을 불러야)

 

옆지기가 좋아하는 버섯품은 고사목과 조릿대도 보고 청량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구룡사에 도착, 입장료를 냈으니 한바퀴 둘러봐야지.

 

강원도의 보호수로 구룡사에 있는 200살 된 은행나무

구룡사 :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

의상대사는 9마리 용이 살았다는 연못자리에 대웅전을 짓고, 절 이름을 구룡사(九龍寺)라 했다네.

조선시대로 넘어오며 절이 쇠락하자 절 입구에 있는 깨버린 거북바위의 혈맥이 끊겨서라 여겨

거북바위를 살리는 뜻으로 구룡사(龜龍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옆지기가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한단다. 지쳐서 힘들 때 달달구리가 필요하다고....

구룡사 까페에서 연꿀빵 하나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 텀블러에 챙겨 출발!

 

이 다리 아래 진녹색 물빛이 이쁜 구룡소가 있다.

대곡안전센터를 지나며 본격적인 산행시작?

나중에 자세히 안내도를 보니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진 나름 좋은길(녹색)이고

우리가 목표한 비로봉 가는 길은 온통 빨강검정색 길이다.

길의 색이 진할수록 험한길이라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오후 1시가 가까워서야 세렴폭포를 찍은 우리가

비로봉을 갔다와서 점심을 먹자는 엄청난 계획을 세웠지..... ㅍㅎㅎ

 

골산인 치악산, 울근불근 솟아있는 바위너럭에 이끼가 파랗다.
다릅나무

세렴폭포까지 가는길, 계곡엔 물소리 청량하고 길섶 산기슭에서 다릅나무와 야광나무에

키가 훤칠하니 자란 노린재나무도 만나고, 벌써 팥알만큼 꽃망울이 부푼 생강나무도 만났다.

 

세렴폭포

세렴폭포까진 오르막 길이어도 돌이나 녹화마대를 깔아 나름은 평탄한 길이었다.

계곡을 따라 다듬어놓은 길을 걸어 세렴폭포에 도착, 이름대로 물이 많지 않은 폭포다.

높은? 골짜기에서 바위 틈으로 몇 구비 돌아 쏟아지는 물이 너럭바위를 넘나들며 아래로 한참 흐르면 구룡소에 모인다.

 

치악을 제대로 모르는 옆지기가 세운 야심찬 계획-사다리병창길을 따라 비로봉을!

헐~ 이거 가능한 계획임? 1시가 다 된 시방 언제 올라갔다 내려와 점심을 먹나?

 구룡계곡을 건너지르는 작은다리에 붙은 안내문엔 사다리병창길-비로봉 코스가 왕복5-6시간이라는데......

'이거 모 잘못된 것 아냐? 2.7km밖에 안되는데 몬 5-6시간이 걸려.'

'산길이잖아, 평지 2.7하곤 다르지. 치악의 악이 왜 악이겠어. 해발 1288m 비로봉인데.'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이 시간을 잡은거야. 논네들을 기준으로 한거라니..... 일단 가보자구.'

 

다리를 건너 사다리병창길과 계곡길로 나뉜 지점에 선다.

1km 차이로 사다리병창길이 더 짧다. 그게 그거긴하지만 사다리병창길을 선택,

세상에나 아찔~ 올려다보이는 나무계단이 예사롭지 않다.

 

치악산의 여러 산행코스 중 험난하기가 으뜸이라는 사다리병창길,

죽음의 계단 끝에서야 해발 1288m의 비로봉을 밟을 수 있다는데 우리는 너무 무지했다.

세렴안전센터가 해발 500m, 나머지 788m 높이를 올라가야 비로봉 꼭대기다. 

정상까지 2.7km의 길지 않은 거리를 생각하면 엄청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이름이 괜히 사다리병창일까?

등산길이 세워놓은 '사다리' 같은 바위들이 솟아있는 '절벽' 또는 '벼랑'이니 얼마나 험할꼬,

(병창절벽이나 벼랑을 뜻하는 영서지방 사투리)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나무계단이 끝나면 울퉁불퉁 돌계단이 나오고,

돌계단이 끝나면 다시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옆지기가 계단을 호기롭게 오른다.

이 엄청난 계단작업하느라 정말 힘들었겠다. 만들어진 계단을 그냥 오르는 것도 죽을맛인데

이 비탈에 삐죽삐죽 빠져나온 바위돌들 피하고 다듬어 계단을 놓다니.....

힘내서 영차영차 오르고 또 오르는 사다리병창 계단길~

 

연꿀빵을 맛있게 먹는 옆지기

결국 옆지기가 오늘은 시간도 부족하고 산행준비도 안된 상태니 그만 오르잖다.

'내년 봄, 파릇한 새싹이 났을 때 그 새기운 받아 오전 8시쯤 산행을 시작하자구. 그러소. ㅎㅎ' 

시원찮은 무릎, 끝없는 계단에 두손을 든 옆지기가 좁은 나무계단 옆에 비껴낸 작은 '쉴터'로 돌아내려온다.

털푸덕 돌 위에 앉아 연꿀빵과 커피로 떨어진 당을 채운다.

 

내려오는길- 구룡사가 가깝다.

신흥주차장에 있는 가게에서 수수부꾸미와 메밀전병을 산다.

부꾸미와 전병이 구워질 동안 가게쥔장과 수~다.

'어디까지 갔다오셨어요?

사다리병창 계단 올라가다가 중간에 내려왔어요. 시간도 애매하고 길이 너무 험해서.....

잘하셨어요. 정상쪽으로 눈이 쌓였을텐데 지금 차림새로는 위험해요.

나중에 준비해서 오세요. 사다리병창길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치악산에서 가장 험한 길이거든요.

맞아요. 그 험한 길을 내 욕심부리다 만에 하나 다리래도 삐끗하면 너무 민폐지요.

그 험한길 119구조대에 업혀 내려와야 할텐데.....'

 

치악산 입구, 학곡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우 불고기전골, 깨끗이 전골냄비를 비우고

엄마를 보내드려야 할 때가 가까웠다는 아픈 마음도 내려놓고 이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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