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2022년 3월 30일, 마량리동백나무숲 2- 무심히 툭 떨어져 더 아름다운~ 본문

바람불어 좋은 날

2022년 3월 30일, 마량리동백나무숲 2- 무심히 툭 떨어져 더 아름다운~

babforme 2022. 4. 12. 18:31

끝끝내 서천 맛집이라는 '소문난 칼국수'집을 찾아 해물칼국수를 먹고

서천주민들의 속상한 말 말 말들이 고함치는 펼침막 잔뜩 나붙은 신서천화력발전소를

빙 돌아달려 도착한 마량리 동백나무숲~!

 

입장권 파는곳
어른 1명당 입장료 1000원을 내면 이 문을 통해 동백숲으로 들어간다.
동백나무숲 안내판
천연기념물 표지석

바다를 향해 나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료를 낸다.

어른 1명당 1,000원, 이제 500년을 장하게 살아온 이쁜 동백이를 만나러 갈수 있다.

누군가가 떨어진 동백꽃을 출입문 살 사이에 꽂아놓았다. ㅎㅎ '마치 여기 동백이가 있소' 하는 것 같다.

출입문을 통과하면 서천마량리 동백나무숲 안내판이 있고, 바로 '동백나무숲 가는길' 팻말을 볼 수 있다.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걸어가면,

1965년 지정된 천연기념물169호라는 기념비와 함께 동백나무숲이 펼쳐진다. 

 

동백정으로 오르는 돌계단
바닷바람에 옆으로 가지를 펼친 동백나무 -원시의 자연을 만난다.
동백나무숲 맨 위에 있는 동백정-확 트인 전망으로 서해바다가 눈부시다.
동백정 옆의 당집 -바다로 나간 이들의 무사귀환과 풍어를 기원하던 사당
동백숲에서 바라본 무인도 - 어린왕자의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 중절모자를 생각나게 하는 작은 돌섬, 오력도

서해바다로 삐죽 뻗어나온 마량리 도둔곶 야트막한 동산 돌계단길을

동백꽃 따라 오르다보면 가장 높은곳,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동백정이 서 있다.

이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참으로 아름다워 서천9경중

제1경으로 마량리동백나무숲과 해돋이(해넘이)를 꼽는다네.

500년을 바닷바람에 견디며 구불구불 옆으로 살아낸 85그루의 동백나무와 더불어

서천군이 심은 후계목 3000여그루가 자라고 있어 더욱 풍성한 동백나무숲!

 

전설에 따르면 500여년전 마량진 수군첨사가 꿈에 바닷가에 떠밀려 온 꽃무더기를 보았다지.

그 꽃을 심어키우면 마을이 안녕할 것이라는 꿈 속 계시에 따라 바닷가에 나가보니 진짜 꿈에 본 꽃이 있었대.

그 꽃을 심은게 지금의 동백나무숲이 되었다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동백정 바로 옆에 있는 마량당집과 동백나무숲을 아우르는 이야기.

500여년전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많은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했대.

어느날 남편과 아들을 바다에 잃은 늙은여인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바닷가에 나가보면

떠밀려온 다섯분의 선황과 동백씨앗이 있을테니 잘모시라 했대.

늙은여인이 꿈속 노인의 말에 따라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선황 다섯분과 동백씨앗이 있는 거야.

그래서 사당을 세워 선황 다섯분을 모시고 동백씨앗은 사당주변에 심었다나~

그뒤로 마량리 어민들은 당산 숲인 동백나무 숲 사당에서 해마다 풍어제와 마을의 무사안녕을 빈다네.

 

넘 붉게 피어 눈물겹다.

동백나무는 동아시아원산의 차나무과 늘푸른 소교목.

우리나라 따뜻한 남쪽지방 바닷가나 섬, 중국, 일본에 자생한다.

겨우내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 꽃을 피우고  2월부터 천천히 북쪽으로 올라와

3월 중순이후 서해안 일대에서 꽃을 피운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에 있어 식물분포학에서 가치가 높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의 상징이기도 했던 꽃!

그래서 18-19세기 유럽사교계의 여인들이 가슴에 꽂고 다니기도 했다지. 

 

함께 한 길동무 이쁜 아우님과 한컷~
떨어진 동백꽃은 사랑일까?

사람들은 통째 떨어져 진 붉디붉은 동백꽃으로 즐겨 사랑(하트모양)을 만든다.

동백꽃은 사랑일까? 사랑이어야 할까?

 

서천의 바닷가 작은동산에서 때때로 어울리지 않는 석탄가루 치장을 하다

떨어져서야 사랑(하트모양)을 이룬 붉은 동백꽃을 보며

난데없이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낸다.

무심하게 툭 떨어져 지는 꽃처럼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문득 스러져간 민중을 뜻하기도 하고

억울하게 죽은이들의 넋을 위로한다 여겨져 제주 4.3항쟁의 상징이 된 동백꽃!

 

동백나무숲이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바다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넋을 위로하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이의 넋이 동백꽃을 통해 돌아오길 바라며 동백나무가지에 떡을 매단다고~

 

여전히 위로받고 싶은, 상처난 시대를 애써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올리는 시 몇 편!

 

동백 피는날 /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저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 생전 뜻한 일 못 다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한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올 꽃 한송이 품어 가시라

 

동백꽃 / 오세영

 

강설로 하얗게 얼어붙은 숲속에

누가 지폈나.

빨갛게 달아 오른 한 떨기 숯불

사람들은 한갓 동백이라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가녀린 꽃이라 하지만

아니다. 그것은

추위를 막아주는 겨울산의 화롯불

다람쥐 쪼르르 언 발을 녹이고

메꿩 푸드드 언 부리 녹이고

굴참나무 바르르 언 몸을 녹이고......

온 숲의 따뜻한 겨울나기다.

옳거니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가슴에 불을 안아야

혹한을 이겨내는 것,

그래서 아름다움을

항상 가슴에서 타 오른다 하지 않던가.

 

동백꽃 / 김완하

 

그 꽃 다지고 나서야

지름길을 알았다.

 

그대에게 가는 길

 

동백나무숲에 맞붙어 있는 (구)서천화력발전소
1970년대 동백정해수욕장-동백나무숲 가운데 동백정이 보인다.

근데 이쁜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가 500년이나 살고 있는 이 터에 어울리지 않게 웬 화력발전소? 

동백나무숲에 잇닿아 있는 (구)서천화력발전소와 서천군민의 아우성 펼침막이 가득한 (신)서천화력발전소~

구글링으로 알아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과 서천화력발전소 이야기!

이쁜 동백꽃이 숲을 이룬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개장한 동백정해수욕장이 있었다네.

서해안에선 드물게 1km에 이르는 해변과 하얀모래, 깨끗한 물로 유명했다지.

거기에 동백나무숲과 고고한 동백정, 멋있는 바위,

가까이 보이는 오력도하며 해돋이와 해넘이가 일품인 아름다운 해변 덕에

보령 대천해수욕장과 태안 학암포해수욕장에 이어 3번째로 피서객이 많았다고~

그곳에 우리들의 편리를 더하는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며 해수욕장이 폐쇄됐다네.

정리해보면 이 아름다운 동백정해수욕장이 1978년 서천화력발전소 건설로 매립되고

1984년 발전소가 준공된 뒤 33년간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하다 2017년에 폐쇄됐다는 야그~

이제 수명을 다한 (구)서천화력발전소를 해체 철거한 뒤

2023년까지 매립층을 걷어내고 해수욕장을 복원한다는데......

서천화력발전소 이야긴 다음으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