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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7월 15일

babforme 2022. 7. 16. 18:08

수욜 엄청나게 쏟아지던 장맛비에 묶었던 발을 이틀이 지나 풀러놓는다.

점심을 먹고 엄마에게 갈 준비를 서두른다.

달콤하고 향긋한 말랑이 황도와 파운드케잌 조금, 그리고 작은 채소음료 한팩,

오늘 엄마 간식이다.

 

큰비오고 난 뒤라 하늘은 파랗다.
엄마 간식
면회실?로 나오신 엄마- 눈곱을 닦아내고

엄마는 오늘도 컨디션이 그렇다. 그냥저냥 앉아서 눈만 감고 세월을 센다.

'엄마~ 누가 왔게요? 몰라유~ 엥? 몰 몰라, 작은딸이 누구여? ㅁ수니? 맞아, ㅁ수니잖아.

잘 알면서 몰 모른다고 하셔~ 그럼 돼요? 안돼요? 몰라! 어제그제 큰오빠네 왔었잖아~!

큰며늘이랑 몬 재밌는 얘기했어요? 사진보니까 엄청 신나게 웃고 있던데...... 몰라, 몬 말했는지..... 엄마~

잘생각해 보셔. 몬 얘기하고 신났었는지 알 수 있을 걸~ 재밌던 건 딸한테도 말해 줘야지, 안그래요?

몰라, 몬말했는지 생각 안나~  왜 모르는데? 천치가 돼서 모르지. 천치가 돼서 암것도 몰라~

에구 울엄마 딸도 모르는새 천치가 됐네, 어떻하지?'

 

'어제그제 비가 아주 많이 왔어요. 꼭 하늘에 구멍이 난것 같았다니까, 아주 쉬지 않고 줄줄줄

하루 종일을 쏟아부었어요. 아~ 그랬어? 비가 많이 왔구나~.  운전할 때 앞이 안보일만큼 무섭게

아주 왼종일 쏟아져내렸거든. 그래서 "비 넘 많이 와서 어떻하지?" 막 걱정하고 있었는데

큰오빠네가 엄마랑 같이 있는 사진을 올렸더라고.

"아~ 다행이다" 하믄서 비 그치고 깨끗한 오늘 엄마보러 왔지. 고맙습니다. 이렇게 와줘서.

아구~ 참 잘했어요.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엄마가 알아서 고마운건 고맙다고, 싫은건 싫다고 말하믄 얼마나 좋아~'

작은딸이 떠들레하니 부리는 말재롱?이 기분좋았는지 갑자기 엄마가 하하 웃는다.

봐봐요. 그렇게 웃으니까 좋잖아. 작은딸 올때마다 "몰라요~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만 외치면 딸이 기분 좋겠어요?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몰라~' 한다.

 

다른 간식은 마다하고 음료수만 드시는 엄마

'엄마~ 엄마 생일이 언제지? 작은딸 생일은 언제였더라. 엄마랑 작은딸이랑 생일이 같은날이잖아.

정월 스무사흗날~ ㅎㅎ 정월 스무사흗날? 그래, 엄마랑 작은딸이랑 생일이 같아서 엄마가 

내 생일날 달걀찜해주고 했잖아. 우리 닭이 나은 달걀로 물 많이 붓고 달걀찜해줬지? 그랬나?

그 달걀찜이 그땐 정말 맛있었어. 그래서 나도 물을 많이 넣어서 달걀찜을 해~ ㅎㅎㅎ

그땐 달걀도 귀했으니까...... 근데 엄마~ 나 정월 스무사흗날 아침에 낳았어? 저녁에 낳았어?

몰라~  잘생각해서 담에 꼭 말해줘~ 아침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딸은 엄마의 잊혀지는 언어기억을 되살리려(언어자극?) 이런저런 설명을 붙혀 애써 얘기를 하고

엄마는 두눈 감고 입술 꽉 다문채 망각의 나라를 홀로 여행중이고..... ㅠㅠ

금요일이라 한달에 두번 방문하는 촉탁의선생님이 오셨다. 

마무리 인사도 못한채 급하게 면회가 끝나고 엄마는 직원분 손에 이끌려 들어가셨다.

 

비온뒤 모처럼 맑은 하늘, 흰구름이 둥실 걸린 요양원 하늘이 푸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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