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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지 순례4 : 나가사키 시츠성당

babforme 2023. 4. 28. 15:24

엔도 슈사쿠 문학관에서 15분여 달리니 오늘 미사가 예정돼 있는 시츠성당!

버스에서 내려 높이 쌓아올린 축대 위로 구불구불 나 있는 좁은 길을 걷는다.

이런 험한 곳에 숨어들어 살아내느라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

그 길 중간 쯤 축대 아래 밭에서 차에 싣기 위해 커단 양파자루와 씨름을 하는 수녀님도 만나고......

 

높은 축대 위로 난 길을 따라 올라와 마침내 마주한 시츠성당은 너무나 소박했다. 

 

안내도
시츠성당 가는 길목에서 만난 홑장미와 풍뎅이 그리고 하늘소류의 약충인가?
녹슨 가드레일과 높은 축대, 이정표
높은 축대 아래 세월의 흔적을 인 성당이 보인다.
성당입구
성당돌담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성당 뒷면(제대쪽)

1865년 3월 “신자 발견” (오우라천주당)뒤, 프티쟝(Bernard Thadée Petitjean) 신부

9월에 소토메(外海)를 찾아와 신자들을 만났다.
그리스도교 금령이 풀린 뒤

시츠(出津)에 임시 성당을 짓고 선교를 한 페뤼(Albert Charles Arsène Pélu)신부에 이어

1879년 소토메에 부임한 드로 신부 (Marc Marie de Rotz, 1840-1914)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신앙 생활의 거점이 되는 시츠(出津)성당을 짓는 것이었다.

박해를 딛고 신앙을 되찾은 소토메 신자들을 위해 지은 이 성당은 오로지 실용성에 중점을 둬 건축비용을 최소화했다.

드로 신부는 사비를 들여 소토메 마을에서 잘 보이는 약간 높은 산비탈 땅을 산 뒤 직접 설계하고 시공을 했다.

신자들은 동네 단위로 번갈아 가면서 노동 봉사를 하면서 신앙의 터전인 성당을 지어나갔다.

(산에서 베어 낸 목재를 운반하거나 바닷길로 실어온 벽돌을 해변에서 옮기는 일)
계단식 밭 한가운데에 착공한 시츠성당은 이듬해인 1882년 벽돌에 회반죽을 바른 아름다운 성당으로 완공되었다.

1891년과 1909년에 증∙개축을 함으로써 두 개 종탑을 갖춘 독특한 외관을 지니게 되었다.

벽돌을 쌓아올려 지은 성당은 견고한 외관에 아치형 입구와 창틀이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하고 있으며

성당 내부는 단순하지만 제대부분을 반원형 평면으로 지어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바람이 센 소토메(外海)지방의 기후를 고려해서 지붕을 낮게 만들었다고. 

 

드로신부상
'나가사키성당과 그리스도교 관련 역사문화유산군' 웹싸이트에서 퍼온 드로신부
구 시츠 구조원 건물
시츠 구조원 건물 안-지금은 회의실, 교육실로 쓰이는듯

시츠(出津)지구의 기리시탄은 프티쟝 신부가 찾아오자 가톨릭 교회로 복귀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28세 때 선교사로 일본에 온 드로 신부 1879년 39세 때 소토메지구 사제로 부임했다.
너무나 가난하게 살고 있는 소토메 사람들을 본 드로 신부는 소토메(外海)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사명감을 품고

신앙의 거점인 시츠(出津)성당과 오노(大野)성당을 지었고 자활, 복지시설을 설립하여 개간지에서 농업을 가르쳤으며, 

항구를 정비하여 어민을 돕고, 마을의 도로 정비도 지원하였다.

진료소 운영이나 전염병 치료 같은 의료구호사업을 통해 많은 목숨을 구하는 등

드로 신부는 사비를 털어 소토메(外海)를 위해 온 힘을 다하였다.

 

말씀 뽑기
내가 뽑은 말씀
낡은 마룻바닥과 무릎꿇기틀-오래전 엄마가 다니던 공소마룻바닥과 무릎꿇기틀이 생각나는......
영성체

마침내 12시 우리는 그 작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작지만 깔끔하고 단촐한, 예전 엄마가 다니던 강원도의 한 촌락, 작은 공소같은 성당에서 드리던 미사~!

힘께 하신 주임 신부님이 애써 준비한 말씀뽑기에서 내가 뽑은 말씀구절,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33년, 나에게 사랑이 있었나? 가슴에서 뜨겁게 올라오던 그 무엇~!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 다만 이 시간이 지나면 멀쩡히 잊혀질 가벼운 반성일지라도 

소토메의 낡은? 성당에서 무심함으로 낡아빠진 나를 날 것 그대로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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