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얇은 귀, 어쩔~? 본문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아침, 남편의 일성~
"나 목이 아파~ 열도 나고, 아무래도......"
뭐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2주간 식구들 모두 격리에 스케쥴 꼬이고,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는데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쩔~ 그동안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조심조심 생활해왔는데, 이기 몬소리?
"기침도 안하고, 어제까지 멀쩡했잖아~ 일단 좀 지켜보면서......괜히 맘대로 병원 가면 안되니~"
목이 너무 아프고 열도 나니 빨리 검사받아야 한다고 우겨대는 남편 이마를 짚어봐도 열감은 없다.
남편이 1339로 전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안내받은 남편의
'의심증상이 있는데~ 블라블라~' 항변(?)에 보건소에서 와보란다.
"퇴짜 맞았어. 진단서가 있어야 검사가 된대. 열은 36.8도이고~근데 분명히 열이 나는데......"
완전무장을 하고 급하게 보건소로 달려갔던 남편이 슬며시 들어오고 그것으로 끝난줄 알았다.
그런데, 어케 된겨?
감기기운이니 동네병원에 갔다와 푹 쉬랬더니 한참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남편은 동네 병원 진료를 받지않고, 다시 안내받은 아주대 선별진료소로 달려가
의심증상 진료받고 한참만에야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들어서야 알게 됨)
아주대 선별진료소에선 36.1도, 처방받은 약 먹으며 경과를 보고
3-4일 뒤에도 목이 아프고 기침과 열이 나면 검사받으라 했다나~
남편은 분명 열나고 아픈데 보건소에선 36.8도,
아주대에선 36.1도 밖에 안되니 뭔가 잘못된거 아니냐 궁시렁궁시렁~
아침부터 남편의 건강 염려증으로 한바탕 난리부르스 생쇼를 치루고
유부초밥으로 점심~, 오전 한나절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점심으로 준비한 유부초밥과 오이
점심과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난 남편, 목이 안아프댄다.
어쨌든 다행이다.
재택근무중인 큰아들 왈,
"아빠~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어요.
약드시고 아프지 않다는 건 코로나19가 아니라는 거예요."
당에 좋다며 들고 온 비수리-아직 이만큼이나 남았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식전 혈당이 높다며 남편에게
재검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당뇨 가족력(시엄니)이 있는지라 좀 더 신경이 쓰이긴 한다.
재검을 받고, 의사선생님 상담을 통해 식단조절 권유를 받은 남편,
떡은 먹지 말고, 플레인요거트는 먹으라 했다고
(플레인요거트 아침으로 줘도 안먹더니) 새삼 요거트를 달랜다.
남편의 단호한 결정에 식사량(공기밥 량)도 줄이고, 먹을 것, 안먹을 것 나누고
나름 원하는대로 조절을 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퇴근길, 비닐봉지에 무언갈 들고 왔다.
자기가 먹을거니 넘보지 말라고, 냄비에 가져온 것을 넣고 끓인다.
냄새가 역하기도 하고 좀 특이하다.
에궁~ 또 며칠이나 가려고, 이번엔 안남기고 다 마실거유?
붉게 우러난 식은 물을 냉장고에 넣어주며 이게 뭐지? 살펴본다.
오잉? 이건~? 세상에나~ 비수리다.
남편에게 '이게 당에 좋다고 누가 그래? 이거 비수리구만~'
기가 막혀 으하하 웃을수 밖에~
남편도 웃는다. '비수리 맞아~ 당에 좋다고 누가 줬어.'
당에 좋다는 비수리물을 보온병에 담아줘도 출근할 때
(의도적으로?)깜빡 잊고 안가져간다.
당에 좋다 끓여놓은 비수리 물은 며칠째 냉장고 차지만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렸던 식단조절은 조금씩 스스로 완화시키고 있는 중~
ㅍㅎㅎ
고집부리고 삐쳐서 샀던 우슬초, 여전히 싱크대서랍에 모셔져 있다.
년 전 무릎이 아프다고 우슬초를 먹어야겠단다.
아니 아픈 무릎(노화의 현상, 많이 쓴만큼 고장날 때도 되었구만)은 병원을 가거나 해야지......
소용없다고, 그런거 막 먹는거 아니라고, 우슬초 무릎통증완화에 좋다해서 씨가 마를만큼 캐갔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거 먹고 무릎 나으면 정형외과가 남아있겠냐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
마누라가 아닌 사람이 하는 말만 철썩같이 믿는 남편이라~
급기야 우슬초 안해준다고 성질을 내고 삐쳐버렸다.
에궁~ 내 팔짜야~
결국 삐친 남편은 우슬초를 사다 끓여 놓은 뒤에야 히히 웃었다.
우슬초 먹고 울남편 무릎은 다 나았을까? 여전히 그만큼 아프다.
처음 끓였던 우슬초 역시도 냉장고만 차지하다 버려졌고, 여전히 한묶음이 남아 있다.
몰겠다. 남은 저거 끓여서 다 먹었으면 무릎이 성해졌을지도~ ㅎㅎ
얇은 귀로 남이 해주는 이런 저런 몸에 좋다는 약재(?) 얘긴 잘도 듣는다.
조금만 아파도 엄살은 하늘을 찌르고, 젊을 때보다 엄살이 배는 더 늘었다.
"당신은 다른거 필요없이 내가 주는 것만 먹으면 된다규!"
-남편은 정말 말 안듣는
60대 남의편, 엄살대마왕이 돼버렸다. 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