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묵주기도 (6)
소소리바람이 불면~
지난 설날 면회 뒤 두달만에 옆지기가 나랑같이 엄마 면회를 가겠단다. 대단한 사명을 띤 옆지기의 엄마 면회~ ㅎㅎ '집에 들어갔다와야 제대로 안흥왔다가는건데, 안흥에 와도 이젠 어디 갈데가 없어. 왔다간거 같지 않아서..... 오늘 집에 살짝 올라가 볼까? 그러다가 서로 민망한 일 생기면 어떻해? 그럴 일 없게 차에서 내리지 않고 휘돌아 함 살펴보고 오자규~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집 잘고쳐 이사했음 우리 모두 함 불러줘야 하는거 아냐? 그러긴 쉽지 않겠지. 이제 우리집도 아닌데 우리가 모라고~ ㅎㅎ ㅈㅁ님이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해준 우리들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 도착! '엄마~ 누가 왔게요? 맨날 오는 ㅁ수니가 왔겠지. 맞아, ..
소공동체 회의 끝나자마자 집으로 후다닥~ 아들이랑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엄마에게 간다. 커피가 많이 고픈 엄마에게 오늘은 달달구리 커피를 드리기로~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며 'ㅁ수니 왔니?' 하신다. 아마도 사무장이 수원 딸이 왔다고 알려준듯~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잘지내셨다고~ 엄마 컨디션은 무난해뵌다. 엄마는 예쁜 비니를 스고 나오셨다. 요양사 선생님이 따듯하게 챙겨주셨네..... 커피 드릴까? 묻는 딸에게 좋다고 대답하신다. 커피가 먹고 싶었다고~ 이젠 커피 하나 맘대로 못드시는구나, 면회 때라도 몸에 좋다는 음료보다 커피를 드려야지. 집에서 커피와 가볍고 뜨겁지 않은 이중 스텐레스컵, 끓인물까지 챙겨왔다. 엄마가 들고 마셔봐요. 컵도 가볍고 뜨겁지 않으니 엄마가 컵들고 드실 수 있어요. 너무나 ..
오늘 엄마는 날 바로 알아보실까? 간단한 간식만 챙겨 길을 나선다. 좀 자주 보면 기억저편으로 잊혀지는 엄마의 말과 생각들을 찾아내 드릴 수 있을지 몰라. 엄마가 열심히 바치던 묵주기도를 1단이라도 함께 바치면 잊혀지는 엄마의 기억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챙겨놓았던 엄마의 여러개 묵주 중에서 주임 신부님께 선물받은 묵주를 챙겨 주머니에 넣는다. 갑자기 바빠지는 마음,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신 엄마는 그 사이에 머리를 짧게 깎으셨다. 이른바 요양원 스타일, 모시는 어르신들 관리에 가장 편한 머리 모양이다. 머리 모양 때문일까? 엄마 얼굴이 유난히 길고 커보인다. 집에 계실 때 엄마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엄마를 보며 낯설고 안타까운 마음에 또 울컥~! '누가 왔을까요? 미..
엄마 요양원 입소 뒤 두번째로 엄마에게 가는길, 엄마 요양원 가시던 날 흐지부지 잃어버릴까봐 챙겨온 엄마의 묵주를 꺼내든다. '지금쯤 묵주를 찾으실지도 몰라.' 늘 손에서 놓지 않던 묵주가 없으니 허전하실수도 있고..... 묵주를 만져보면 기도도 하시지 않을까 싶어 엄마 묵주를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은 화가 좀 풀리셨을까? 생으로 굶어 돌아가시게 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니 밥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자식 아닌 이들의 손길에 민폐끼치기 싫어하는 엄마 성정에 그곳에선 억지로라도 드실테니..... 밤낮없이 엄마를 괴롭히던 섬망증세는 좀 줄어들었을까? 생각이 많다. 면회실에 떠들썩한 원장이 함께 앉는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식사도 잘하시고..... 연세가 들면 오줌이 잘 안나와요. 그래서 소변줄을 꼈..
암것도 가져 오지 말라는 엄마 말씀에도 혹시 싶어 간단하게 챙겨 나서는 길, 혹시 잃은 입맛 돌아올까 집에 있는 검정깨를 모두 털어 깨죽을 쒔다. 마침 엄마 휴대폰에서 '17시 30분' 알림말이 카랑하게 들리고, '엄마 휴대폰이 지금 몇시라고 했어? 5시 30분~ 오 잘했어요. 저렇게 십몇시라 하면 얼마를 빼라고 했쥬? 니가 12를 빼라고 했잖아.' 기분좋게 대답하신다. 이렇게 딸 기분을 up시키던 엄마가 불현듯 하시는 엉뚱한 이야기, 에구구 어쩌? '내가 작은 메누리에게 말했어. 몰? 니가 작은 메누리 싫어하니까 여기 오지 말라고~ 엉,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왜 작은올케언닐 싫어해? 그런 말을 진짜 했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작은올케언니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아니면 말구~ 니가 늙은..
한달 만에 엄마를 찾았다. 내 삶의자리가 우선이다보니 엄마에게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다. 날짜를 정해놓고 가는게 아니라 기분내킨 날 바로 준비해 나서는 길이라 들쭉날쭉이다. 그날도 그렇게 길을 나섰다. 아주 가끔(1-2년에 한번 쯤) 어린시절 맛있던 기억에 콩죽을 끓인다. 팥죽만 아는 우리식구들은 콩죽을 입에도 대지 않지만 어린시절 기억이 떠오를 때면 콩죽을 조금 쑤어 혼자 먹곤 한다. 엄마에게 갔다와야지 생각이 든 날, 무얼 해갈까 냉장고를 살핀다. 채소서랍에 얌전히 누워있는 생협 콩물 두 봉지, 아~ 좋다! 오랜만에 콩죽을 쒀야겠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뭘 그런 걸 힘들게 하냔다. 일단 긍정이다. 찹쌀과 멥쌀 1:2 비율로 씻어 불려 급하게 압력밥솥에 진밥을 하고 넓은 냄비로 옮겨 콩물을 부어 뭉근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