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섬망증상 (5)
소소리바람이 불면~
작은오빠네의 짧은 면회(26일) 사진을 제주에서 보고, 수욜 부지런히 엄마에게 달려간다. 요양사선생님이 아닌 부원장?이 엄마를 모시고 나왔다. '엄마 커피주지 말아요. 몬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딸만 왔다가면 엄마 섬망증세가 심해져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윽박지르는 소리에 기가 막히다. 대체 이양반은 요양원을 왜 하는 걸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치매걸린 엄마랑 딸이 무슨 얘길할까요? 엄마 기억에 따라 맞장구도 치고, 옛날 얘기도 하고 비가 오면 비 얘기, 추우면 군불 뜨시게 때주던 아버지 얘기, 엄마 컨디션에 따라 주제를 바꿔가며 얘기나누는게 뭐가 문젠데요? 다른 형제들이 엄마면회 온 날은 괜찮고 제가 오면 문제라는 거예요?' 단전 저 아래에서 깊이 치밀어오르는 화, 지긋이 누르는 내 말톤에도 각이..
방배동 큰언니와 산청 동생이 얼추 같은 시간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늘 엄마랑 마지막밤을 보내기 위해 친정집에 간다. 점심으로 먹는 짜장면과 소고기탕면과 어향가지볶음! - 서로 맛있다면서도 목이 메인다. 아버지가 이웃목수와 함께 지은 집, 아버지가 그집에서 돌아가셨고 엄마도 그곳에서 이세상 떠나실거라 막연히 믿었던 집에서 엄마는 하늘나라가 아닌 요양원으로 떠나셔야 한다. 엄마가 요양원으로 떠나고 나면 아버지와 엄마의 한평생, 아픔과 기쁨과 삶의 온갖 풍상 다겪어낸 그집에 엄마는 다시 돌아올 날 있을까?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누워계신다. 미운년 또 왔다고 냉기가 돈다. 친정에 왔다 강릉으로 돌아가던 오랜 친구 ㅈㅇ이가 엄마보고 간다고 들렀다가 놀란다. 십년 넘도록 서로 다른 삶의자리에서 만나지 못했..
오후 2시 30분쯤 옆지기가 보낸 톡, 퇴근하는 중이니 엄마한테 갔다오자고~ 엄마 상태에 따라 교대날짜가 왔다갔다하다가 1월 첫주 월 화 수로 교대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꼭 가야한다니 나름 또 혼자만의 엄청난 계획을 세웠나보다. 안흥 갈 준비가 안됐다니 간단히 죽이나 사가자고~ '무슨소리, 엄마 죽이 아니라 우리가 간단히 먹을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가야 함다요. 엄마는 암 것도 못드시는데 우리 먹자고 거기서 음식을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갑자기 가면 올케언니가 저녁준비에 부담이 된다구요.' 살면서 계속 느끼는거지만 남자사람들은 참 단순해 편하겠단 생각이다. 폭폭~ 쉬는 한숨이 느껴졌는지 얼른 시장가서 국이나 찌개같은 걸 사가자네. 어쨌든 꼭 가야한다는 옆지기 고집에 급하게 찾은 화..
오빠의 톡을 보며 정말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 재택하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다. 아무래도 1월 3-5일이 되기 전에 다녀와야겠다. 혹시 드실까 싶어 생협에 들러 연두부와 과일푸딩, 채소수, 양배추즙을 산다. 1시간 20여분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지친 엄마가 이불에 기대어 앉아계신다. 그래도 무서운 마귀, 귀신들에게선 잠시 벗어나신듯하다. 드시질못하니 섬망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일터, 자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가지고 간 먹을거리 조금만 드셔보자 말을 걸지만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씀만 하신다. 한시간여 지켜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일어나 앉아계신 김에 미운 딸하고 인증샷 하나 찍자하니 싫다고 온몸으로 거부, 자식들이 모두 한통속으로 자신(..
엄마의 날들은 종잡을 수가 없다. 계획대로라면 오늘(29일)부터 모레(31일)까지 2박3일을 내가 엄마랑 함께 해야 했으나 엄마의 상황에 변수가 생기면서 1월 3-5일로 교대날짜가 바뀌었다. 일단은 엄마상황을 보면서 서로 유연하게 대처하기다. 다리가 아파 병원에 치료받으러 간다고 큰언니와 했던 엄마의 약속은 없던 것이 됐다. 애매한 시간이었어도 병원가시겠다던 그 순간에 움직였어야 했는데...... 시골과 도시의 의료격차가 크다보니 여러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다. 그때 가봐야겠지만 1월 첫주 오빠의 일정이 정리된 뒤 엄마를 원주로 모시기로 잠정적 결정! 섬망증상으로 나타나는 많은 귀신들에게 쫒겨 지친 엄마가 잠깐 쪽잠에 든 고새 아버지 꿈을 꾸신 모양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신 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