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랜만이야, 짝은언니! 본문
동생과 함께 아주 아주 오랜만에 포천 작은언니에게 다녀왔다.
일상에 쫓겨 마음만 있던 날들,
마침(?) 동생이 삶의 자리에서 걍 지나가도 좋을
고관절 수술을 하느라 3개월 휴직을 한 상태~
일선에 복귀하기 전 아직 다리가 성치는 않으나 걍~ 차에 태웠다.
삼송 동생집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 삼송에선 훨씬 가까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울집에서 바로 가는거나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 점심시간이 애매하여 미리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름도 이쁘고 포천맛집이라니 들어가 보자.
게다가 좋아하는 칼국수도 한다니......
아~ 칼국수가 아닌 닭칼국수였네.
들어왔으니 걍 주문을 한다. 주문한 닭칼국수가 나오고, 무언가 많이 들어있다.
깔끔하지 않은 국수 비주얼, 괘니 후덜덜~
청양고추를 비롯해 빨강고추까지 2인분의 칼국수에 고추가 엄청나다.
열개 이상 썰어넣은듯, 웬 고추를 이렇게 많이 넣었을까?
칼칼한 맛내기용으론 너무 많은 고추의 양~
색깔국수도 특이하다. 처음엔 미역줄기인줄 알았다는~
어쨌든 국수는 끓고 한젓가락 맛을 보는 순간, 음 이건 뭐지?
저 엄청난 고추와 여러 채소?들이 비릿한 닭육수와 섞여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끝맛은 약간 시큼하기까지.....
아~ 그래서 고추와 다른 것들을 그렇게 많이 넣었었나보다.
국수를 주문했을 때 좀은 묘한 표정으로 국수시킬거냐 되묻던 까닭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맛이 조금 이상하다고 하자 사장님 말씀,
상하지 말라고 국수 만들 때 방부제 대신 알콜을 넣는데,
그게 약간 시큼한 맛을 낸다고, 음식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블라블라
근데 우린 못먹겠다.
대책없이 국수를 좋아하는데도 못먹겠다.
음식 남기는 건 정말 싫지만 그래도 못먹겠다.
국수를 반은 남기고 나와 간판을 다시 본다.
'아침고요마당 포천의 맛집' 에궁~ 속상하다.
트림할 때마다 올라오는 칼국수의 그 묘한 냄새......
언니 집 잔디속에 피어있던 '큰벼룩아재비'
작은언니 집에 도착했다.
힘들고 고달팠던 서른아홉 짧은 생을 마치고 이곳에서 벌써 서른해를 보내다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다리 아픈 동생이 어정쩡한 자세로 잡풀을 뽑는다.
가방 위에 과일 몇 쪽과
언니가 못마셨던 맥주도 조금 따라놓고 꾸불렁 절을 한다.
오래 못와 미안, 한잔하슈~
250ml 테라 한 캔, 언니 1/3 따라주고, 동생과 내가 반씩 나누어 음복을 한다.
언니도 아파 고생했으믄서 애는 안아프게 힘을 좀 쓸수는 없쑤?
왈칵 울음이 터진다.
꽃병 아래 애들이 먹을만한 과자가 하나 놓여있다.
누가 왔었나?(나중에 라온이 왔었다는 걸 알았다.)
아주 오래 전 바람 찬 초봄에 한번 왔을 때,
이 비석에 누군가 털실목도리를 둘러 놓은 걸 보고 우왕우왕~ 통곡을 했었지.
그래 그곳에선 춥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잘 사소~!
12살 먹은 애 두고 간지 벌써 서른해, 짬이 되면 이제 애도 좀 살펴주고......
퍼져 앉아 울다가 인증샷 찍는다고 '히히' 웃는다.
떠나보내고 남은 서른 해는 그럴 수 있을만큼 가슴이 선선해지는 세월이다.
언니 무덤 마른 잔디 사이에 언니처럼 작고 이쁜 좁쌀만한 꽃이 몇 송이 피어났다.
언제일지 모르나 다시 올테니 그때 또 봅시다. 잘 계시게, 울 짝은언니~
계속되는 칼국수 냄새, 더하여 테라(한 70ml정도?)까지 마신 나다.
겁없이(ㅍㅎㅎ~ 더 겁나는 칼국수도 먹었는데) 운전대를 잡는다.
이제 집으로 가자.
'그렇고 그런 우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한가위풍경2 -울 남편은 자연인? (0) | 2020.10.06 |
---|---|
고마워, 동무야~ 잘먹을게 (0) | 2020.09.26 |
책장 (0) | 2020.09.16 |
남편생일잔치 (0) | 2020.09.14 |
허니브레드 (0) | 2020.09.09 |